혼자 걷는 인생/지리서락한라가기

설악산17 한계령-끝청-대청-소청-수렴동계곡-백담사

돗가비 2015. 8. 27. 13:47

150813. 여름휴가에 부부동행.

은근슬쩍 산에 데리고 다닌지도 꽤나 되었나보다. 경력이 쌓이다보니 이젠 제법 걷는데 이골이 나고 어지간한 산은 다 한번은 다녀본듯하다. 지리산이나 한라산, 덕유산을 대충 올랐으니까. 남은 산이 설악산이라 오래 전부터 맘을 먹고 있던 차에 여름휴가에는 산에 가기로 하였다. 예전에는 아들들과 휴가를 보냈는데 큰애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공부하는데 데리고 휴가를 갈 형편이 안되어 우리끼리 산으로 갈 요량이었다.

동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한계령에서 하차.

한계령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 언제나처럼 처음 발걸음은 무겁다. 거기에 한계령 초입은 급경사에 사람 잡는 곳이기도 하니 처음 설악산을 오르는 마누라는 벌써부터 불만이다. 삼십여분을 오르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더욱 가관이다. 비옷을 챙겨 입고 산행은 계속된다. 그리 그렇게 걷다보면 해뜰 날도 오게 마련이다. 능선에 올라 얼마를 걷다보니 저 멀리로 환하게 산아래를 내려다보게 해준다. 드디어 마누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역시 설악산은 멋지다. 그리고 산행 시작할때부터 같이 했던 수많은 다람쥐들. 정말 무슨 다람쥐가 그리 많은지 내 생전에 그리 많은 다람쥐를 보게 될 줄이야. 백담사에 내려갈때까지 다람쥐 천국이더라.

날은 개었지만 길은 미끄럽고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비가 그치고 해가 떠오르니 전망도 좋고 공기도 맑고 그야말로 날 한번 잘 잡았다고 서로 얘기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대청봉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거기에서 우린 대단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대청봉과 중청을 잇는 무지개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정말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행운이 온다는 게 얼마나 기적같은 일이겠나. 능선을 걷는 길은 뭐 언제나처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힘든 길이니 더 말해 무엇하리오. 끝청을 지나고 본격적으로 중청을 오를 무렵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니 다시 비옷을 걸치고 산행을 한다. 그리고 다시 비가 그치고...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산행을 시작하면서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했던 부자지간과 그곳에서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 대청봉을 오른다. 대청봉을 오르니 사방이 안개로 보이지를 않으니 역시나 마누라는 절대적인 실망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갔을때도 이랬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안개가 걷히지를 않으니 발길을 돌리는 수 밖에. 그렇게 우린 대청봉을 멀리하면서 내려왔더랬다. 중청을 지나고 소청을 지나 내리막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억수같은 비가 또 쏟아진다. 그곳에서 중청을 가는 여자 한분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소청대피소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능선에 올라 걷다보니 비가 그치고 나서

한계령에서 대청봉 가는 길에 주목나무에서.

대청봉의 무지개.

대청봉의 야생화.

 

소청대피소에서.

소청대피소에서 공룡능선으로.

소청대피소는 용아장성능과 공룡능선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