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27. 맑음. 28인승산악회.
설악산을 수차례 다녔지만 이런 혹학기에 대청봉을 오르기로 한거는 처음이다. 하루 전 설악산 폭설로 인한 출입통제가 풀리면서 예정대로 산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차가 한계령삼거리 식당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곧장 오색으로 와버리는 바람에 두 시가 되지 않았는데 오색에 도착하여 차 안에서 잠을 청한다. 요기를 하고 올라야 하는데 배는 고프다. 4시에 입장이 시작된다는 말과 달리 3시 반이 되자 출입을 시켜줘서 성질 급한 사람들은 벌써 오르기 시작한다. 일행중에 대청봉을 오르기로 한 회원은 5명.
준비를 단단히 하였거니 하고 걷다보니 헤드랜턴을 켜지 않았다. 배낭에서 켜고 걷다보니 오늘은 워낙에 혹한으로 입산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적다. 서두를 이유도 없고 해서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하도 오랫만에 하는 힘든 무박산행이라서 그런지 온몸 근육이 아파온다. 속도는 더디어지고 혼자가 되었다. 바람 한점 없는 산길을 걷자니 몸이 차갑다. 앞뒤로 간간히 한두명이 보일뿐 줄지어 서서 오르던 설악산이 아니다. 바람도 불지 않아 몸은 더워지고 땀이 흐른다. 감기기운이 약간 보이던 차에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면서 걸으니 더 힘이 든다. 땀은 금새 얼음으로 변해 옷이 딱딱해진다. 급경사가 시작되고 다리는 풀리고 이젠 바람까지 불어오니 정말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구간구간 불어오는 칼바람은 정말 소름이 끼칠만큼 차갑고 거칠다. 사방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는 사람 하나 없으니 시간도 더디게 흘러가는 것같다. 정말 혼자 춥고 어두운 밤에 대청봉을 오를 일은 아니다. 잠시 서서 사탕 한두개로 입을 축이고 걷는다. 얼마를 걷다보니 스틱 하나가 고장나 버린다. 미끄러운 비탈길을 오르자면 스틱은 기본.
그래도 어찌되었든 힘들 게 오르긴 올랐다. 세 시간여를 걷다보니 드디어 대청봉이다. 여느 산행에서 봤던 대청봉이 아니다.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대청봉 표지석은 혼자 외롭게 서 있다. 얼마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지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곧장 하산해 버린것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일출인데. 단 5분을 서 있기가 힘들다. 한쪽에 바람을 피하면서 있어볼 요량도 했지만 일출보려다 사람잡게 생겼다. 그냥 하산해버린다.
중청대피소까지 내려가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바람을 맞으면서 내려서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힘들여 대피소에 들어서고 아래로 내려가 침상에 몸을 눕힌다. 한 시간여를 휴식과 가지고 간 떡으로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는데 정말 가관이 아니다. 똥이 변기에 가득하다. 그래도 일은 봐야 한다. 여기서 내려가는 길은 한없는 내리막길. 소청에 도착하여 여기서부터 희운각까지는 엉덩이썰매를 타는 재미로 힘든 줄 모른다. 걷는 게 더 위험하고 어렵다. 그냥 앉아서 내려오면 시간도 줄이고 힘드 안들어서 아주 좋았다. 희운각에 들러 커피 한 캔 사서 마시고 천불동으로 들어선다. 계곡에서 비선대까지는 철계단과 비탈길로 썰매는 어림없는 구간. 계단은 눈으로 덮여 평지처럼 생기고 길이 포장도로처럼 눈으로 만들어져 걷기는 편하고 좋다.
비선대에서 신흥사입구까지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길도 훤해서 좋다.
1시가 되었나싶어 입구에 도착하고 택시를 타고 설악항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술 한 잔 마시고나면 흔히 있는 사소한 말다툼. 종종 있는 관광버스기사와의 돈문제. 세상사는 이야기들의 하나다.
눈덮인 화채봉능선.
중청에서 소청가는 길은 발자국만 한 줄로...
봄이나 되야 통제가 풀릴 서북능선.
공룡능선과 이어지는 북설악 그리고 흰눈이 유난히 많은 곳이 향로봉일게다.
겨울이 되자 더욱 위용을 자랑하는 공룡능선.
천당폭포.
천불동계곡.
설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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