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615. 맑음. 둘이둘이서.
올림픽공원역-둔촌역-일자산-이마트교차로-샘터근린공원-고덕산-광주이씨묘역-암사역까지
어제에 이어 서울둘레길을 연이어 걷는다. 같이 길을 다녔지만 이틀 연속으로 집을 나선 적은 없었다. 예전에 지리산을 가 본 후로는 처음이렸다. 어제 올림픽공원역에서 마무리하고 몽촌토성을 돌면서 구경했으니 오늘은 그곳을 이어 가는 날이다.
지하철로 잠실역에 가서 잠실역에서는 올림픽공원역을 가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둔촌역까지는 그냥 버스투어를 했다. 강동구청에서 만든 그린웨이코스가 올림픽공원역앞에 성내천과 감이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끝나는가보다. 송파구에는 워터웨이가 있고 강동구에는 그린웨이가 있다. 서울둘레길은 그런 길을 이어 둘레길로 연결만 했을뿐이다. 그야말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뿐인게다. 그래서 서울둘레길 안내표지도 없다. 뭐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길은 가면 그만 인것을.
올림픽공원역에서 둔촌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구경하고 둔촌역에서 하차하여 중앙보훈병원 근처로 걷다가 일자산으로 접어들었다. 본격적인 그린웨이를 걷게 되는 것이다.
인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북망산이 바로 저기 인것을. 일자산을 올라서면 공동묘지가 있다. 관리가 되는 묘이겠지만 지금은 풀이 무성하다. 추석때나 되야 벌초가 되려나. 인생무상을 아무리 되뇌여봐야 필요없다. 뒤돌아서서 내려서면 다시 아귀다툼의 전쟁터에 내몰리는게 우리네 삶이니까. 잘나지 못하고 없이 살다간 사람들의 끝자락을 여기서 보게 되었다.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산속에서 홀로 묻혀 있는 수많은 주검들을 뒤로하고 일자산을 걷는다. 일자산은 곧게 일자로 뻗어있다해서 일자산이라고 한다는데 정말 곧은 길을 그대로 걷더라. 다만 다른 산에 비해 등산로 주변에 숲이 없고 더위에 앉아 쉴만한 곳이 조금 부족하다는 게 근린공원으로서는 흠이렸다. 걷다가 천만을 치고 야채를 파는 아주머니한테서 살구 2천원어치를 사서 먹었는데 맛이 참 좋다. 살구가 달면서도 시큼한게 더위를 날려보낸다. 직접 따와서 파는 거라고 하는데 맛이 좋았다. 일자산은 이름처럼 일자로 쭉 달렸다. 보고말거도 없으니.
둔촌동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는 둔촌 이집선생이 잠시 기거했다는 굴이다. 안내문에는 주저리주저리 뭐라해놨는데 요약하자면 고려말에 신돈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숨어 살았다는건데 글쎄 굴이 흙에 묻혀그런가 너무 좁고 옹색하다. 비바람은 피할 정도는 되야 사람이 살지 이건 소낙비나 피할 정도이다. 그래도 그 당시에 주변에 움막이라도 짓고 살았다면 가능할것이다.
둔촌 이집선생의 시.
일자산 끝자락을 내려서니 이마트교차로에 도착한다. 무슨 사거리이름이 이마트교차로냐. 마누라가 이마트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 것을 굳이 말리면서 더 맛있는 식당이 있을거라고 우겨 길을 건넌다. 방죽근린공원으로 들어설까하다가 그냥 길을 따라 걷는다. 공원으로 들어가도 그늘이 없고 공원도 손바닥만 할것이라서. 길을 걸으면 강동재활용센터도 있고 무슨 교육기관도 있고 오히려 볼거리가 있다. 광문고교차로에서 길을 건너서 가로공원으로 들어가면서 식당을 찾는다. 그러다 샘터근린공원 건너편에서 괜찮은 집을 찾아냈다. 진's 왕돈까스 해물짬뽕 집이다. 돈가스는 크기가 30센치는 될것같고 짬뽕에 홍합은 껍질이 한그릇이나 될 정도로 푸짐하다. 맛도 좋다. 가격도 모두 7천원으로 저렴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는 식당인가보다. 주인은 내외간에 주방과 서빙을 하나본데 포장도 된다. 걷느라고 배고플때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근처를 걷다 시장할때 가면 좋겠다.
배부르게 먹고 커피도 마시고 식당을 나서면 샘터근린공원교차로이고 길을 따라 조금 걷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고덕산으로 빨려들어 간다.
고덕산은 아카시나무가 전부일만큼 온통 아카시나무 뿐이더라. 그늘도 별로이고 해서 그냥 쉬지 않고 걷는다. 뭐 토를 달기에 그렇고 그래서 생략하고 정상에 있는 고덕산의 유래로 대신한다. 고덕산 정상에서 한강을 보면서 내려서면 암사동선사유적지로 내려서나본데 팔랑귀를 가진 마눌이 주민에게 하산길을 물어보고 쉬운 길이라고 알려준 곳으로 가자해서 내려선다. 뭐 어디로 간들 어떠랴. 하산하는 길에서 모르던 사실을 알게되고 볼거리를 보는 횡재를 하면 되는 것을.
고덕산을 내려서면서 광주이씨광릉부원군파묘역을 보게 되는 횡재를 하게 되었다. 잘 다듬어지고 가꾸고 있는 묘역이 부럽다. 많은 벼슬을 한 선조들의 덕택이겠다. 일자산 정상의 공동묘지와는 사뭇 다른 삶을 살다가 사람들의 묘역이다. 고대광실에서 남 부러울것 없이 살다간 사람들은 죽어서도 저런 극진의 대접을 받고 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이 신도비는 연산군 2년에 세워졌으며 서울시유형문화재로 보호되고 있다한다. 이 비석의 돌은 나뭇잎무늬가 선명하고 오래된 화석으로 보존가치가 많은 비석이라고 한다. 묘역을 지나고부터는 땡볕에 큰 고역을 하게 되었다. 암사동정수장을 돌아서 내려와 아리수로를 따라 생겨난 몇 개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선사사거리를 거쳐 암사역으로 향한다. 여름날에 도심을 걷는 것은 생고생이다. 암사역에 들어서서 여름사냥을 사서 입에 물고 지하철을 탄다. 철없는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