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인생/오락가락종주하기

한북정맥; 수피령에서 하오현까지

돗가비 2011. 9. 25. 22:46

110925. 맑음. 백두대간산우회 회원 26명.

우리나라 山河가 여기저기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맥이 끊겨 정맥길은 온전히 남아 있는 곳이 별로 없지 않나 싶다. 한북정맥만 하더라도 서해안 끝자락에 있는 김포땅은 진정한 의미의 정맥은 사라지고 지금은 아파트와 도로가 점령하고 있다. 그래서 정맥은 가기가 싫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호남정맥과 낙동정맥 구간이지 않나 싶다.

산악회에서 힘들게 회원을 모집하여 겨우 출발하는 일정이다. 이젠 산악회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백두대간을 하는 산악회만도 우리나라에 수백 수천을 되지 않나싶다. 그래서 일정을 잡고 출발하는 종주산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설령 시작하고서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산악회가 부지기수일게다. 더욱이나 한북정맥의 경우는 서울에서 가까운 관계로 혼자서 교통편을 이용하여 충분히 가능한 곳이라서 회원 모집하기가 더 어렵다. 아무튼 어렵사리 출발하는 산악회에 몸을 싣고 수피령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한다.

수피령 고개에는 더럽지만 간이화장실도 있다. 넓은 주차장도 있고 그곳에는 대성산지구전적비가 서 있다. 전적비 뒤로 하여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그곳에서 복계산삼거리까지는 된비알이다. 한참 땀을 흘리면서 치고 올라야 한다. 멀리 대성산에 군사시설이 보이고 잠시후면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삼거리에 도착하여서는 암봉을 거쳐 복계산을 가는 길과 한북정맥의 갈림길로 왼편 길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선두에 오른 사람들은 곧장 한북정맥을 따르고 나는 복계산을 보기 위해 암봉쪽으로 향한다. 암봉을 올라 복계산을 보니 눈에 금방 들어오나 시간은 조금 걸릴듯하다. 오늘 계획은 수피령에서 광덕고개까지로 일정이 잡혔으나 대략 23KM라는 거리의 부담과 더운 날씨로 하오현에서 끊기로 했단다. 그래서 복계산까지도 충분히 갔다 올 시간이다. 하지만 단체행동에서 너무 무리는 민폐가 된다는게 산악회 산행에서 상식으로 통하는바를 알기에 그냥 향하던 발걸음을 이름모를 암봉에서 복계산을 포기하고 되돌아와 한북정맥을 걷는다.

한북정맥을 걸으면서 복주산까지의 길은 우거진 숲으로 인해 시야가 막혀 있다. 어쩌다 헬기장을 나와서만 하늘 구경을 할 수가 있다. 그만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밀림지역이다. 물론 군사지역이 많은 특수성으로 인해 그러하리라. 복계산삼거리에서 복주산까지는 오르내리는 길의 연속이지만 고도차가 거의 없어 속도가 붙는다. 거리는 멀어도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 않는 구간이다. 복주산 직전의 암봉에 가서야 겨우 사방이 트인다. 멀리 대성산까지도 보이고 한쪽으로는 화악산인듯한 높은 산도 보인다. 그리고 하오현까지의 내리막길은 거의 수직의 급경사로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비가 오고 미끄러운 날은 아주 조심을 요하는 길이다. 거의 두 달만의 원정산행탓인지 온몸이 아프다. 종주산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생기고 장거리로 인한 피로감도 밀려온다. 하오현 옛길에 도착하니 출발하고 1분도 틀리지 않는 5시간의 산행시간이다. 오늘 산행거리도 주거리가 17KM이고 내려서는 길까지하면 20여KM는 된다고 한다. 일부 발빠른 이들은 회목봉을 거쳐 광덕산까지도 가는 이가 있나 보다.

하오현에서 신작로 터널까지도 15분이 소요된다. 한참을 기다리니 후미가 도착하고 사람들은 고기를 구워 먹고 왁자지껄하는 사이 난 차에서 단잠에 빠진다. 오는 길에는 버스 기사가 길이 서툴러 오는 길을 잘못 찾아서 시간을 허비하였다. 다음 구간은 중간에서 자른 탓에 하오현에서 광덕고개를 지나 더 진행하여 백운산까지로 한다는데 모를일이다. 오랫만의 산행이 나에게 꾸준한 운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 하루였다.

 

 

수피령 산행시작점에 있는 대성산지구전적비. 산행은 뒤로 보이는 돌을 밣으면서 시작된다.

942봉.

여기서는 작전도로가 시작된다.

복주산 바로 앞 암봉에서 오늘 처음으로 하늘을 봤다. 산길내내 숲으로 시야가 가려져 있지만 이 봉우리만큼은 사방이 트여 시원하다. 멀리 희미한 그림자처럼 보이는 산이 최전방 대성산이다.

 

복주산 정상. 실은 한북정맥을 하게 되는 계기도 이 산을 비롯한 천미터가 넘는 산을 가기 위해서이다.

하오현. 옛날의 하오현 고갯길. 지금은 아래로 터널이 뚫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