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인생/오락가락종주하기

낙동정맥; 석개재에서 답운치까지

돗가비 2011. 7. 23. 22:35

110723. 맑음. 28인승산악클럽.

03:05 석개재-04:15 묘봉-05:00 용인등봉-08:15 1136봉 -12:00 한나무재-13;40 굴전고개-14:55 답운치

오늘 산행거리는 22.5KM, 누군 24KM 또는 28KM라고 하니 종잡을수가 없는 거리이다. 묘봉까지 갔다 왔으니 감을 잡을 수 없다.

오랫만의 종주산행이다. 낙동정맥을 신청해놓고 1구간은 업무가 있어 빼먹고 2구간이 첫번째 산행이 되는 것이다. 무박이나 종주산행은 버스가 작은 차로는 밤새 앉아 가는게 무릅에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28인승 버스를 항상 이용하게 된다. 그만큼 사람이라는게 간사해지는 법이다. 수년전엔 45인승 버스로 백두대간 무박도 잘해냈는데...

한두명을 빼곤 처음보는 얼굴들이라 조금은 서먹하지만 산꾼들의 특성상 금새 친해진다. 서로가 땀냄새를 맡으며 지내는 사이라서 부부사이는 아닐지라도 허물없어지고 차별이 없어지게 된다. 차가 출발하고 뒤척이면서 잠이 들었다깼다를 몇번하면서 몇 시간을 달리니 석개재에 도착한다.

석개재는 그야말로 칠흙같은 밤이다. 도통 방향조차 잡을 수 없다. 차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산기슭으로 들어서는데 한 사람이 지나갈정도의 좁은 소로이다. 입구에 국유림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던데 나라에서 관리를 해서 그런지 숲이 아주 우거지다. 하긴 우리나라 어느 높은 산을 가도 숲이 우거져서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울창창하니 이곳은 더하지 않겠는가.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던 차에 이정표가 나오는데 석개재에서 5.3KM라는 표지판이다. 하지만 이 표지판은 믿으면 안된다. 출발한지 50여분만에 5.3키로미터를 걸었다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르막이 있는 산길을. 조금 더 진행하니 덕풍계곡 8.5KM라는 표지판이 다시 보인다. 맨선두에서 가던 나와 일행 2명이 이곳 삼거리에서 오판을 하게 된다. 좌측으로 덕풍계곡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의 등산로가 있어 당연히 그곳이 낙동정맥이겠거니 하고 무심코 걸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10여분을 더 걸으니 묘봉이 나온다. 하지만 낙동정맥에서 묘봉은 약간 벗어나 있다. 사전에 등산지도를 꼼꼼이 잘 챙겨보고 숙독을 한 후 산행을 하는 습관을 가진 나 이지만 이번엔 소용이 없다. 누구나 쉽게 덕풍계곡방향으로 가라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모두가 묘봉으로 가게 되 있는 산길이다. 묘봉 정상에서 아무리 등산로를 찾아도 더 진행하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서 세 명이서 다시 지도를 보니 묘봉을 벗어나서 진행하는 정맥길이라는걸 알게 되고 다시 되돌아나와서 덕풍계곡 쪽으로 걷는다. 조금 더 진행하니 용인등봉이라는 봉우리가 나오는데 이곳의 산들에는 그 흔한 표지석 하나 없다. 누군가 나무에 메달아 놓은 표지가 전부이다. 그곳에서 길을 알고 제대로 찾은 팀장과 합류하면서 물으니 용인등봉이 GPS확인해보니 4.3KM란다. 아마도 지금 측정한 GPS가 맞을듯싶다. 걸어 온 시간으로 봐서 알바를 빼고 한 시간 반 가량을 걸었으니. 용인등봉을 지나면서 동이 트기 시작하고 조금 더 걸어가니 멋지게 일출이 보인다. 산 아래를 보니 짙은 안개로 분간하기 힘들고 온통 깊디 깊은 오지의 산골에 들어온 것을 알 수가 있다. 민가의 불빛이나 개 짖는 소리는 세상천지에 없다.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한참을 더 진행하니 오늘 산행에서 처음 나오는 삿갓재에 도착한다. 삿갓재에서 삿갓봉은 순간이다. 삿갓봉 정상은 무슨 공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삿갓봉을 내려서면서는 임도와 산길을 반복하게 되는데 임도가 편하다고 마냥 따르다가는 되돌아오기 힘든 봉화나 울진군의 깊은 산골 마을로 떨어지게 될것이다. 물론 산줄기에서 마을까지 내려가는 길도 몇 시간을 걸어야 하니까 중간에 눈치가 있다면 되돌아 올라오게 되겠지만 아무래도 체력소모로 인해서 종주하기가 여간해선 힘들것이다. 이곳은 아래 지도에도 보이겠지만 정맥줄기를 따라 마을이 없다. 그래서 탈출을 한다해도 고생이다. 그러니 사전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하고 만약 그날에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산행을 미루는게 더 나을듯하다.

묘봉에서의 알바후 길을 잘 따르다 임도에선 망설여지는 곳이 있다. 임도삼거리에 나무로 만든 표지판이 있다. 그곳을 지나고 다시 임도에 내려서서 걷는다. 그곳이 주의해야 할 곳이다. 그나마 내가 길을 잘 찾아내 알바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불러 되돌아서게 하면서 제대로 길을 들어선다. 마지막 임도를 걷다가 우측으로 리본이 많이 달린 곳을 간과하고 그냥 지나쳐버리면 낭패를 보게 되는 곳이 있다. 앞서가던 사람들을 불러서 산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걸어가니 아마도 그곳이 오늘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1136봉우리 인듯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가는 중에 몸에는 이상이 오기 시작한다. 거의 일년만의 무박에서 오는 압박감도 있겠지만 요즘 역류성식도염이 생겨 약을 먹고 있는데 새벽에 더 심하게 올라오는 위산으로 인해 식도와 가슴이 꽉 막히면서 답답해지고 숨을 쉬기가 힘들어진다. 내려가는 길은 그나마 조금 나은데 오르막에서 가뿐 숨을 쉴라치면 숨이 막혀서 걸어가기가 힘이 든다.

30분 걷고 10분 쉬기를 반복하면서 걸으니 선두로 걷는 걸음이 자꾸 밀리기 시작하고 물을 마시면서 걸어주어야 하는데 물도 부족하니 완주가 힘이 들겠다 싶다. 처음 9시간 코스로 되있던 산행이니 12시는 되어 가고 그래 조금 힘을 내면 다 가겠다싶어 걸으면 보이는건 사방에 첩첩산중의 나무들 뿐이다. 세상에 그리 깊은 산골도 처음보는 것이다. 멀리에 목장인지 하는 건물이 보이는듯하고 더 걸어가는데 다른 회원 한 분이 오면서 바로 앞이 답운치일거란다. 마지막 힘을 내라고 가지고 있던 포카리스웨트 한 모금을 주어 마시고 걸어가니 비포장길이다. 답운치는 차가 다니는 국도인데 아니다. 이곳이 한나무재이다. 다리 힘이 풀리고 만다. 이곳에서 탈출을 해야겠다싶어 지도를 보니 마을까지 걸어서 내려가는게 산길을 걷는거보다 더 멀다. 보이던 마을이 울진 소광리일듯하다. 물만 보충이 된다면 다시 걸어볼만 하겠는데 하고 고갯길에서 바로 20여 미터를 내려서니 도랑물이 흐른다. 이런 산중에 물이야 서울의 수돗물과 비교하겠는가. 때묻지 않은 산골의 물이야 보약이겠다. 졸졸졸 흐르는 도랑물을 실컷 마시고 물병에 가득 담는다. 일행분이 뒤에 따라 오는 사람들도 물이 부족한데 이곳에서 기다리면서 물도 담게 하자면서 먹을것도 먹고 체력을 보충하잔다. 앉아서 개떡을 먹으면서 다리를 뻗고 휴식을 취하던차에 후미가 도착하고 몇 마디 주고 받으면서 물 담을 곳을 알려주고 먼저 출발한다. 진조산까지 오르막을 오르는데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별로 힘이 들지는 않는다. 진조산에서 굴전고개까지는 그나마 물의 힘으로 지날수 있었다.

굴전고개에서 다시 수차례의 산줄기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막혀 오는 숨을 몰아쉬면서 걸으니 송전탑이 나온다. 송전탑이 나오면 답운치는 금방이다. 급경사의 내리막을 거치고 드디어 헬기장이다. 지나는 차소리가 반갑다. 얼마만에 즐겨보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그리 반갑게 느껴지던 굉음이었는데. 도심에서 자동차소리는 소음이고 짜증을 나게 하지만 종주산행 길에 들리는 차소리는 사람이 산다는 소식을 전하는것 같아 반갑고 좋다. 그리고 힘든 산행을 마무리 해주는 소리라서 더욱 좋다. 답운치는 봉화와 울진을 잇는 중요한 도로이다. 굴전고개를 지나오면서부터 쭉쭉 뻗은 적송숲을 보니 역시 울진과 봉화의 소나무가 왜 유명한지를 알 수가 있었다. 고향에서 보던 소나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소나무가 어찌 곧게 자라는지 정말 놀랍다. 그리고 정말 명품 소나무들이다. 그 소나무 숲속에서 살면 너무나 행복하겠다. 늙지 않고 신선이 될것만 같다.

답운치에서 내려오면서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계곡에 들어가 씻고 여성회원들이 준비한 콩국수와 불고기로 밥을 먹고 차에 올라 탔다. 식도염은 병도 아니라는 말이 헛말은 아닐지라도 높은 산을 오르면서는 엄청난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명치가 콱 막히면서 숨쉬기를 곤란하게 하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다. 환자라면 더 많은 물을 준비해서 간간이 마셔줘야 할것이다. 대간보다도 더 힘든 산행을 한것 같다. 하긴 잘 다듬어진 대간보다는 정맥산행이 더 힘들다고 하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산행이었다.

이 표지판에서 덕풍계곡으로 가야 한다. 우측으로는 묘봉을 오르는 길이다. 물론 준비해서 가기는 힘든 묘봉을 덤으로 구경하고 올 요량이면 묘봉으로 올라도 좋다. 묘봉까지는 왕복 20여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묘봉 정상. 묘봉에서는 더 진행하는 산길이 없어 되돌아 나와야 한다. 심마니나 약초꾼이 억지로 가는 길이 있다면 몰라도...

용인등봉 정상. 산 정상이라고 하기엔 남사스럽다. 그냥 지나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봉우리들 중에 하나인데 이름이 있는게 신통하다. 어두워 보지 못한 산의 또다른 부분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용인등이라는 능선을 타고 큰 마을로 내려서는 중요한 산길이 있어 붙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숲속을 걸으며 보게 되는 일출인데 카메라가 역광으로 일출을 담아내지 못하는것 같다. 해가 떠 올라도 숲이 우거져 숲속은 어둡다.

문지골이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이곳에선 정맥을 가자면 안내글의 문지골은 버리고 우측으로 걸어야 한다.

정맥길의 우거진 숲. 저곳엔 산삼과 각종 약초가 많기로 유명한 삼척과 울진 봉화의 보물들이 숨어 있다.

삿갓봉. 표지가 너무 초라하다.

임도삼거리. 이곳에서 전곡리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눈에 확 들어 오는 열매

J3클럽에서 매달아 놓은 굴전고개 표지. 아마도 길이 험하고 제대로 안내가 안되어 있어 고개마다에 매달아 놓았나싶다. 임도가 많아 고갯길마다 헷갈리게 되어 있는 중에 아주 반가운 표지이다. 굴전고개만 도착하면 도착한거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한 시간 이상을 걸어야 답운치이다.

 

제 1구간 석개재~통리 32km

 석개재 5.3km 면산 4km 토산령 3.3십자로안부 3.8km 백병산 5.6km 통리 3.3km 우보산 4.5km 931봉 2.2km 피재


제 2구간 답운치~석개재 28.5km

 답운치 5.7km 진조산 3.5km 934.5봉 6km 1136봉 4.8km 삿갓봉재 5.7km 묘봉분기점 2.8km 석개재


제 3구간 광비령~답운치 13.2km

 광비령 4.4km 통고산 4.2km 889봉 4.6km 답운치


제 4구간 한티재~광비령 20.4km

 한티재 3.3km 길등재 4.8km 805.5봉 3.7km 885봉 5km 0.8km 칠보산 2.8km 광비령


제 5구간 검마산임도~한티재 14.8km  

 검마산임도 2.2km 덕재 6km 추령 6.6km 한티재

 들머리: 917번도로~검마산임도 2km


제 6구간 아래허리재~검마산임도 19.7km

 아래허리재 3km 삼승바위 4.4km 매봉산 4.4km 백암산분기점 4.3km 임도 3km 검마산임도

 들머리: 도가무치~아래허리재 1km

 날머리: 검마산임도~917번도로 2km


제 7구간 울치재~아래허리재 16.4km

 울치재 4.5km 창수령 1km 독경산 4km 670봉 3km 옷재 2.5km 쉰섬재 1.4km 아래허리재

 들머리: 양구동~울치재 2km

 날머리: 아래허리재~도가무치 1km


제 8구간 황장재~울치재 31km

 황장재5km 화매재 6km 632봉 7km 명동산 3.5km 봉화산 3km 맹동산 6.5km 울치재

 날머리: 울치재~양구동 2km


제 9구간 피나무재~황장재 29.2km

 피나무재 3.8km 745봉 5.5km 805봉 4km 왕거암분기점 5.2km 먹구동 5.1km 대둔산 5.6km 황장재


제 10구간 가사령~피나무재 25km

 가사령 3km 776봉분기점 2.1km 통점재 4.7km 785봉 6.5km 질고개 3.8km 611봉 4.9km 피나무재


제 11구간 한티재~가사령 21km

 한티재 6.7km 침곡산 3.8km 492.4봉 4.1km 사관령분기점 2.8km 709봉 3.6km 가사령


제 12구간 시티재~한티재 27.9km

 시티재 6km 미룡고개 7.7km 이리재 2km618봉 3.6km 운주산 4.9km 불랫재 3.7km 한티재


제 13구간 아화고개~시티재 27km

 아화고개 5.4km 관산 5.3km 316.4봉 1km 청석재 4.8km 마치재 1.9km 어림산 1.8km 십자로안부 5.2km 382.9봉 1.6km 시티재


제 14구간 당고개~아화고개 20.5 km

 당고개 4.3km 독고불재 5.3km 숙재 1.8km 사룡산분기점 6.4km 경부고속도로 2.7km 아화고개


제 15구간 외항재~당고개 23.4km

 외항재 3.8km 고헌산 3.4km 소호령 2.2km 백운산 3.7km 소호고개 2.5km 703봉 3.3km 십자로안부 4.5km 수의저수지 3.5km 단석산분기점 2.5km 당고개


제 16구간 배내고개~외항재 18.6km

 배내고개 1.3km 능동산 3.5km 석남고개 3.3km 가지산 1.5km 쌀바위 1.5km 상운산 2.8km 운문령 2.2km 892봉 2.5km 외항재


제 17구간 주남고개~배내고개 28.9km

 주남고개 3.5km 정족산 2.8km 삼덕공원4거리 6km 지경고개 1.8km 지내고개 4.5km 영축산3.2km 신불산 1.8km 간월재 0.8km 간월산 3.2km 배내봉 1.3km 배내고개

 들머리: 영산대~주남고개 약 2km


제 18구간 지경고개~주남고개 23.5km

 1077지방도(지경고개) 4.7km 299봉 3.8km 582봉 8km 천성산 3km 제2천성산 3km 안적고개 1 km 주남고개

 날머리: 주남고개~영산대 약 2km


제 19구간 개금동~지경고개 27.4km

 개금동 5.5km 백양산 5.8km 만덕고개 2.6km 남문 1.6km 산성고개 6km 고당봉 2.5km 장군봉 1.8km 계명봉 1.6km 1077번도로(지경고개)


제 20구간 몰운대~개금동 22.7km

 몰운대 3.5km 홍치고개 2.2km 정밀고교 3.6km 장림고개 2km 괴정고개 3.2km 대티고개 2.5km 구덕산 3km 고원견산 2.7km 개금동

걷다가 아침 휴식시간에 1136봉 근처에서 회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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