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07. 맑음.
가을날에 집안에만 있기는 답답하고 해서 걸음을 걷기로 했다. 우선 교통편을 이용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곳을 택해서 나선다. 우면산 범바위약수터로 올라서 소망탑으로 간다. 이젠 가을이 깊어져서 단풍이 지는 시절이다. 우면산은 언제 걸어도 편안함을 안겨 주는 산이다.길은 평탄하고 흙길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요즘들어서는 나이지긋한 회원들이 많은 산악회에서 우면산을 찾는 숫자가 부쩍 늘었다는 느낌을 준다. 내가 서울에 올라와 방배동에 자리잡을 당시만해도 겨우 약수터에 물을 뜨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정도였는데. 범바위약수터로해서 산중턱을 따라 걷다보면 소망탑으로 오르는 계단이 기다린다. 소망탑에서 보는 시내전망은 어디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명소인데 오늘은 대기오염가스로 인해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종일 안개가 낀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안개라기보단 대기가스가 맞다. 안개가 바람부는 따뜻한 날씨에 사라지지 않을일은 없으니까. 역시나 저녁에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 뉴스를 보니 안개가 아니고 중국으로부터 날라온 대기오염가스라고 주의를 요망한다는 내용이 보인다. 이런건 좀 진즉에 알려서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소망탑을 세 바퀴 돌고 조금 더 가보자. 그럼 잣나무숲이 보인다. 그곳에 벤치에 앉아서 간식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총회관방향으로 내리막을 건는 길은 인적도 드물고 호젓하니 가을날 산책길로는 그만이다. 지난 곤파스 태풍으로 아름드리 나무가 넘어져 있지만 그게 자연을 느끼기에 한가지 선물을 더한다. 마눌과 도랑도랑 손을 잡고 잡담하면서 걷자니 도로가 나오고 교통회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여기서부턴 양재천이다. 양재천에는 자전거부대들이 수시로 지나치고 가끔 사람들도 비껴가는 잘 다듬어진 길이다. 물에는 청둥오리와 왜가리가 수시로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상당한 거리를 걸어 경마장방향으로 걸어가 경마장입구에서만 구경을 하고 되돌아 나온다. 오늘도 주말이라 경마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경마를 하러 온다기보단 패가망신하러 오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맞을게다. 놀라운건 많은 젊은이들이 경마에 뛰어들었다는것이다. 정말 많은 젊은이들이 경마예상지를 손에 들고 가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경마장에서 서울대공원역까지 걷는 길은 인도까지 불법주차한 차량과 과학관에 몰려든 사람들로 짜증나게 한다. 주변 식당에서 외식을 할까하다가 분위기가 잡치는것 같아 그냥 지하철로 집에 와 버렸다.
가을날에 하루를 마눌과 함께 가볍게 걷자고 한것이 상당한 거리를 걷게 되었다. 불법과 탈법이 판치는 경마장 주변과 대공원 그러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 하루를 보냈다. 제발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약자를 위한 배려가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랫만에 가을날 하루를 소회하면서...
교총회관입구.
양재천
양재천엔 청둥오리가 여유롭게 놀고 있다.
왜가리 한 마리가 양재천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양재천가의 작은 억새밭.
양재천 둑방길에 강아지풀도 운치를 자아낸다.
경마장울타리에도 가을이 짙다.
경마장 한켠에선 우리나라에 하나 남았다는 동춘서커스가 열리고 있는데 구경은 하지 못했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선 무슨 행사를 하는지 어린이들이 많이 있고, 주변은 불법주차로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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