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인생/오락가락종주하기

수도산-가야산종주

돗가비 2010. 10. 31. 22:09

101031. 맑음. 28인승산악클럽.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가게 되는 무박산행이다. 잠도 못자고 피곤하면서도 볼걸 못 보는 무박산행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하게 된다. 우리의 현실 여건상 교통문제나 산중대피소, 야영장 시설 등이 열악한 현실에서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에선 불을 피우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물론 몇 군데 국립공원에 대피소가 있어 숙박이 가능하나 다른 산에서는 금지라서 무박을 하지 않을수 없다.

새벽 3시에 가야산 백운동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선두에서 가야산자연학습탐방로 방향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뒤따라가다 다시 되돌아오는 30여분 동안의 우왕좌왕하는 알바를 하였다. 겨우 경험자가 안내하는 가야산관광호텔 옆으로 길을 잡아 들어갔다. 오늘 산행중에 상왕봉에서 두리봉 구간은 출입금지구간이라서 단속을 염두에 두고 산행을 하여야 한단다. 가야산 도착할 무렵 알려줘 알게 되었는데 난 가야산에 출입금지구간이 있는줄도 몰랐다. 암튼 백운동에서 서성재로 올라가는 길은 국립공원답게 잘 다듬어져 있어 힘은 들어도 어려움은 없다. 오늘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은 종주산행을 염두에 두고 온 사람들이라서 모두 산행경력이 대단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힘들이지도 않고 곧장 올라간다. 서성재를 거쳐 칠불봉을 올라가는 길은 철계단의 연속이다. 다리가 팍팍해질 정도로 올라야하는데 이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사위는 칠흙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냥 발걸음 소리만 들릴뿐이다. 2시간여를 걸으니 상왕봉에 도착하게 되고 시련은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울타리를 몰래 넘어 들어가서 두리봉 가는 길을 찾는데 이 길을 경험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다들 갈팡질팡이다. 선두가 후미가 되고를 반복하면서 길을 찾기에 시간도 허비하고 체력소모도 많이 든다. 찾는 길에 대한 위치는 금지구간이라서 상세히 설명해도 될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긴 말로는 설명해도 찾아가기엔 어려움이 있겟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어서 눈으로는 기억이 나지 않고 대충 감으로만 방향을 알듯하니 말이다. 정말 어렵게 길을 찾아서 상왕봉 급경사를 내려섰다. 잡목과 덩쿨을 헤치면서 완만해지는 능선까지 와서야 사방이 조금 눈에 들어오고 길도 편해진다. 그리고 숨을 조금 돌리면서 자리잡으니 두리봉이었다. 두리봉 헬기장에서 아침으로 가져간 주먹밥 두 덩어리를 억지로 밀어 넣었다. 다행이 일행중에 라면을 끓이는 사람이 있어 국물을 얻어 마시니 추위도 조금 사라지고 입이 트이는 기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어섰다. 두리봉부터는 고난의 연속이다. 가야산구간에서 체력도 많이 소모되고 아침되면서 잠도 밀려온다. 두리봉내려서는 분계령까지가 국립공원구역인가보다. 출입금지 푯말이 서 있다. 여기서 목통령으로 해서 삼각점지나 단지봉을 넘을때까지는 길이 있으나 잡목이 길을 막아서 더디 갈 수 밖에 없다. 싸리나무와 철쭉 그리고 개다래나무인지 하는 온갖 덩쿨들이 길을 막아서 걷는 내내 뺨을 때려댄다. 정말 수없이 회초리를 맞으며 걸어야 한다. 터널처럼 길이 되버려서 큰 키에 허리를 구부리면서 걸어야하니 시간도 더디게 된다. 정말 지긋지긋한 산행이다. 입에서는 쌍소리가 튀어나오고 다리도 팍팍해진다. 내리막이더라도 속도내기는 쉽지 않다. 덩쿨들이 배낭을 잡아당기고 얼굴을 때리는 통에 도통 산행하고 싶은 맘이 없어진다. 거기에 여러군데에 알바를 하게 만들어진 길들이 많아서 탈이다. 일행중에도 대부분은 알바로 하산해버리는 바람에 종주를 한 사람은 십여명일 뿐이다. 능선이라고 해도 주변 경관이 빼어난곳도 한군데가 없다. 정말 무심한 심정으로 걸을뿐이다. 그나마 오늘 산행에서 다행인것은 두리봉을 넘어 걸으면서 친구가 생긴것이다. 물론 이름도 모르지만 여회원이 나와 종주 마칠때까지 일행이 되어 주었다. 말동무도 해주고 간식도 먹으면서 산행내내 즐겁게 걸을수 있었다. 그 친구가 없었다면 나도 아마 탈출을 했으리라.

종주하는 내내 어찌나 힘이 드는지 탈출하고 싶은 맘은 굴뚝인데 일행이 생겨 참으면서 걸으니 겨우 종주를 마치게 되었다. 수도산 올라갈때까지 구경거리는 없다. 힘든 산행코스이다. 단지봉에는 한 무리의 일행들이 먹을거리를 만들어와서 벌려 놓았다. 먹고 가라는걸 뒤로 하고 수도산으로 향했다. 마지막 힘을 쏟아내면서 수도산 정상에 올랐다. 수도산 정상에선 사방이확트여 좋았다. 수도암으로 하산하는 길도 만만찮은 길이다. 그래도 얼굴 때리는 덩쿨이 없어 좋다. 아 정말 지긋지긋한 산행이었다. 누가 꿈의 종주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꿈에 나타날까 걱정되는 악의 종주였다. 수도암에 내려서서는 그나마 절에 온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수도리까지 내려오니 고마웠다.

 

 두리봉에서 바라본 가야산.

 단지봉.

 수도산 정상.

 수도산에서 단지봉방향으로. 단지봉너머에 울퉁불퉁한 능선이 가야산 능선이다.

 

 수도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