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환종주(완)

55산이어가기 열여덟번째

돗가비 2010. 4. 18. 11:43

100417. 흐리면서 바람이 불다가 오후부터 갬. 혼자서 줄기차게 걷다.

09:40 너레바우-10:35 금단이고개-11:20 철마산 북봉-12:00 길재-12:20 철마산 남봉-12:40 578봉-13:00 510봉 (점심 13:30분까지)-13:40 과라리고개-15:05 626봉-15:20 보구니바위-15:45 천마산 정상-17:20 마치고개 도착. 

 

이번 구간은 수도권55산이어가기구간이면서 한북천마지맥구간이다. 당일산행으로는 약간 힘이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구간이라서 일찍나서기로 하고 7시가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섰다. 2호선지하철을 타고 잠실역에서 내려 마석으로 가는 버스를 찾다가 시간을 조금 허비하고 만다. 잠실역에서 마석가는 버스는 8번출구 교통회관앞으로 가야 한다. 마석행 직행버스를 타니 그나마 시간이 많이 절약되는듯하다. 마석지구대앞에서 하차하여 330-1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사람들도 많고 시끄러워서 수동면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를 탄다. 수동면사무소앞에서 조금 기다리니 330-1번 버스가 오기에 그걸 타고 너레바우까지 간다. 너레바우는 무슨뜻일까? 너레바우에서 무료주차장으로 해서 산으로 접어든다. 이곳에서는 좀더 수월하게 하자면 금단이골로 들어가서 오르는 길이 있다. 난 아차하는 순간에 능선으로 접어들어서 훨씬 고생을 했다. 능선을 타고 오르고 또 오르면서 드디어 지난번에 지났던 길을 찾게 되고 헬기장을 지나니 금단이고개에 도착한다.  

 너레바우고개. 이곳은 과거에 주막으로 아마 유명했을듯하다. 지금도 여름이면 피서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나보다. 최근에는 문을 연 흔적이 보이지않는다.

금단이고개에 오르는데 거의 한 시간은 필요한거같다. 쉬지 않고 오르는데도 눈앞에 보이는 능선인데도 시간은 많이 걸린다. 금단이고개 오르면서 힘이 다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장딴지가 뭉치는 감이 오는데 걱정이다. 오늘 산행은 600미터가 넘는 산봉우리만 십여개를 넘어야하는 이어가기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닌가싶다. 금단이고개에서 철마산북봉을 오르는 시간은 정말 숨이 콱콱막히는 구간이다. 급경사에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 밀리는 기분이 든다. 괜히 금단이고개로 오르는 길을 잘못잡아서 이리 초장에 고생이 많다. 초반에 힘을 너무 빼버린 느낌이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도 세게 불고 손이 시럽다. 자켓을 꺼내 입고 장갑도 끼어야겠다. 무슨 겨울산행을 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그나마 오늘은 저번 주금산구간과 달리 지나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은 외롭지않다. 그래도 아직은 힘이 남아 돌아서 곧장 치고 오르니 철마산 북봉에 이른다. 철마산은 북봉과 남봉이 있는데 사람들이 철마산으로 부르는 남봉이 실제로는 북봉보다 수 십미터는 낮으니 북봉이 철마산 정상이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올라보면 북봉이 근처에 두어개 봉우리와 함쳐서 더 멋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산아래 철마부대에서 남봉에 기념으로 나무도 심고 국기봉도 세우고해서 그리되지 않았나싶기도 하다. 철마산을 오르면서부터 들리던 사격장의 총소리는 갈수록 요란을 떤다. 서해에서 천안함이 침몰되면서 부대에도 비상이 걸렸나보다 주말인데도 쉬지 않고 사격연습을 하는걸보니. 그러니 평소에 근무 좀 잘하고 경계를 잘하면 그런일이 없으련만. 항상 일터지고나서 야단법석이다. 사격장의 통제관 스피커소리까지 귓전에 들리기 시작하니 약간 으스스하게 몸이 오그라든다. 지나가는 여자분이 사격을 한다고 조심하란다. 군데군데에는 사격장이니 팔야리방면으로는 출입을 통제한다는 입간판도 서 있다. 쉼없이 북봉에 오르고 다시 남봉을 향한다.

 철마부대인지 무슨부대인지는 몰라도 사격장이 있는 팔야리로 내려가는 안내판. 주금산부터 천마산까지 표지목에는 아름다운 시가 적힌 목판이 있다.

 길을 걷다보면 멋진 소나무가 외롭게 서 있다. 철마산부근은 참나무 등 활엽수가 거의 산을 덮고 있다. 소나무는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한 그루씩 보일뿐이다. 아님 식재한 잣나무숲이 보이고...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정약용선생의 백운대에 올라가 적힌 표지목.

 드디어 공식적인 철마산이다. 남봉이다. 군부대 연대장 아무개랑 장교님들이 세운 태극기가 펄럭인다. 거기엔 대위 누구하며 이름들이 나열된 판이 있다 볼쌍사납다. 아래를 보면 상당히 크게 보이는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다. 요란스럽게 나던 총소리도 12시를 넘기면서 들리지 않는다. 하여간 국방부시계는 잘 맞는다. 점심시간은 어김없이 지켜진다. 국기봉 양옆에 두 그루 기념식수는 찬바람에 크지 못하고 난쟁이로 자라있다. 이리 숲이 우거진곳에 무슨 기념식수란말인가. 내가 뭐란다고 변할거 하나 없는거고 난 내 갈길을 가련다. 오늘은 봉우리를 오르고나면 다시 급경사를 내리달린다. 그리 봉우리 십 여개 이상을 하고 나니 다리가 퍽퍽해져 버린다. 남봉을 내려서서 나트막한 봉우리를 두어개 지나면서 방향은 확연하게 틀어진다. 그리고 과라리고개 조금 못미쳐 봉우리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다. 다리를 풀어주고 땀을 식히면서 앉아있자니 작은 산새 몇 마리가 주변에 맴돈다. 작고 앙증맞은 어여쁜새이다.

 남봉을 지나 방향을 확 틀어야 하는곳에 있는 표지목. 여기에서 천마산과 복두산이 갈라진다.

 과라리아리랑

산다는 게 살아 간다는 게 모두

굽이굽이 돌아 산마루턱에 다다르는

산길과도 같아서

 

천 번을 다녀도 갈 적마다 새로운 것이

우리 인생 여정과도 같아서

 

늘 한 자리에서

만고풍상 마다 않고 얼싸 안는 모습이

따스한 어머님 품속 같아서

 

그래, 많이 힘들 제?

여기 잠시 쉬었다 가거라

 

긴 숨 한 번 크게 들이켰다가

쭉 내 뱉어 보거라

세상사 뭐 그리 부러운 님 없을 게다

 

그래도 어디 한 구석 짠 한데가 있거든

여기 과라리 고개마루에

무심한 돌 하나 던지거라

 

아리랑 아리랑 과라리 아리랑

과라리 과라리 울엄니 아리랑

 

자, 다시 시작 하거라

가는 길에 행여 고비를 맞거든

 

스스럼없이 이제

나를 밟고 지나 가거라

무심하게 그냥 무심하게                                          1999.6. 작자미상.

 과라리고개. 과라리고개에는 과라리아리랑이라는 가슴 찡한 시가 한 편 적힌 작은 표지가 있다. 누군가 사연도 많은 사람인갑다. 살면서 짠한 구석이 있다면 돌 하나 던지고 가라했는데 난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내 가슴이 메말라서일게다.

 

 보구니바위. 무슨뜻일까?

 돌핀샘바위. 천마산정상 아래에 있는 돌핀샘에서 따온 이름이겠다. 돌고래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드디어 천마산정상.

힘들게 힘들게 걸어서 드디어 천마산에 도착한다. 천마산을 오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사방이 시원스레 다 보이면서 봄내음이 밀려오는게 사는 맛이 느껴진다. 정상에서 마치고개까지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이다. 깔크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찔할 정도로 막 내려서야 한다. 그래서 천마산은 보통 산행하는 사람이라면 호평동방면에서 오른다. 지맥을 따르는 내리막길은 오른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도 아찔하다. 그렇게 천마산스키장까지 마구 내려오다 스키장을 돌아서면서 마치고개에 도착하게 된다. 이 구간은 당일산행으로는 무리이다 싶을 정도로 체력도 많이 필요하고 지구력도 요구된다. 가다보면 나타나는 표지목의 시 한 구절을 읊조리면서 걷는 기분은 괜찮다를 넘어서 환희심을 맛보게 한다. 이런 일을 해낸 남양주시 관계자가 같이 멋있어 보인다. 남들은 귀찮아서라도 안할건데. 마치고개에 도착하여 마석으로 내려서다 성령교회 마당을 통해 아랫집으로 내려서 살짝 통과하면 곧장 버스정류장으로 갈 수가 있다. 물론 개인집이니 민폐이다. 오는 길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잠실행 1200번 버스가 오기에 올라탔으니 서울은 차도 막히지 않고 금새 도착했다.

 천마산에 정상에 붙어있다고 해야 할 멸도봉.

 정상에서 내려서면 마치고개 가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목이 있다. 여기서부터는 경사도가 무지막지하다.

 마치고개 내려서다보면 전망좋은 곳의 소나무가 멋지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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