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환종주(완)

55산이어가기 열다섯번째

돗가비 2010. 1. 24. 17:29

100123. 맑음. 축석고개에서 큰넋고개까지 이어가기 산행.

 오늘 산행 구간은 GPS상으로 15KM이상, 실제 거리로 20KM가량이 된다는 구간 산행으로 당일산행으로는 장거리산행이 될듯하여 일찍 서두르려고 하지만 타고난 게으름으로 항상 집에서 늦게 나오게 된다. 미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 집을 나서니 길거리에서 항상 서두르게 된다. 의정부역에서 축석고개를 가는 버스(축석고개행 버스는 많음)를 타고 축석고개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이 되어 간다.

11:20 축석고개에서 산행 시작. 축석고개에서 길을 물어 귀락고개로 가는 큰 길가의 산언덕을 따라 걸어가다 귀락터널을 넘어간다. 그런데 이곳은 축석고개 버스정류장에서 그냥 도로를 따라 걷다가 귀락터널 근처 모텔에서 산으로 접어들어도 종주산행의 의미를 잃어버리지는 않는다고 생각된다. 귀락터널을 지나면서 얕은 야산을 별다른 생각없이 터덜터덜 걷는다. 겨울이라지만 등산로에는 눈도 없고 양지바른 곳은 질퍽이면서 미끄럽고 응달은 다져진 얼음위에 낙엽이 덮혀서 아차하면 넘어지게 만들어진 길이라 조심스럽다. 앞서서 누가 갔는지 한 사람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볼거리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동네 근처에 있는 우면산보다도 더 볼품은 없다. 그래서 그냥 걷는다 아무런 생각없이...산을 왜 가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난 몽상에 사로잡히기 위해 간다고 하고 싶다. 산 아래에서 꾸지 못하는 꿈을 꾸고 싶기에...난 솔직히 어떤 산이 너무 멋있어서 가지는 않는다. 그냥 땀을 흘리기 위해서 또한 나 혼자서 맘껏 내멋대로 탑을 쌓고 탑을 허물기 위해서 간다. 산을 오르다보면 세상을 내맘대로 주무를수가 있어 좋다.  

 

 귀락터널. 터널이라기 보단 동물이동통로를 만들어 놓은듯하다.  

 귀락터널 지나서 축석고개를 바라보면서. 이곳으로 곧장와도 될듯하다. 구태여 우기자면 어쩔수없는 노릇이지만...

 귀락터널을 지나고 얼마 가지 않아서 산속의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기 아주 쉬운 곳이기도 하다. 걷는 방향에서 곧장 가면 수락지맥으로 가는 길이고 사거리를 내려서면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틀면 한북정맥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니까 한북정맥으로 가는 다름고개 방향으로 잡아야 옳다. 얼핏보면 농로를 따라 마을로 내려가는 기분이 드는 일부구간이기도 하다. 농로를 따라 백 여미터를 걸으면 한북정맥 안내 리본이 달린 산속으로 접어들게 된다. 마냥 농로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 마을로 내려설게 분명하다. 산속으로 접어들어 걸으면 수목원인지 육묘장인지 모를 멋있는 나무들이 있는 철조망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도 좌우 갈림길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우측으로 걸어야 한다. 철조망을 따라 걸어가니 다름고개에 도착하게 된다.

 사거리의 다름고개 방향으로 가는 농로.

 다름고개.

12:00 다름고개 도착. 다름고개에서는 길을 따라 걷다 삐노꼴리인지 하는 식당을 지나치면서 길을 건너 산속으로 들어 간다. 그곳부터는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수 키로미터는 걸어가는듯하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걸어가야 하니 어찌보면 내가 군 경계병인가 하는 생각도 들 지경이다. 안에서는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데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없고 땅속에 뭔가 숨겨져 있나 모르겠다. 아님 구름에 가려져 있나? 나라는 군인아저씨들이 지키라하고 난 걷는다. 빙빙 돌고 돌아가면서 걸어가면 이제부턴 한북정맥 거리 안내표지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보는 한북정맥 표지판. 이제부터는 거리를 알 수 있어 홀가분하게 걸을수 있다.

 군부대 울타리를 끼고 도는 공동묘지인데 잘 다듬어져 있다. 오늘 산행중에는 눈에서 묘지가 사라지질 않는다.

 죽엽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노고산 정상. 여름이면 숲터널이 만들어질게 분명하다.

13:20 노고산(고모리산)정상 도착. 다름고개에서 부터 경계병노릇을 하면서 걷다가 어느 소나무 숲속에서는 가지고 간 떡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걸어 걸어서 노고산 정상에 도착했다. 여름이면 숲이 우거졌을법한 산 정상은 산성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으며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산성 중앙부에는 누구네 묘지인지 모르겠지만 커다란 비석이 어울리지 않게 서 있는데 볼쌍사납다. 문인석 등이 언듯보기엔 무슨 조선시대 왕릉의 그것들보다도 더 커 보인다. 산성안내판을 구경하다가 노고산 정상표지석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노고산에서 비득재로 내려서는 길은 보통으로는 평범하리마는 응달에 얼음이 얼어붙어 조심조심하면서 내려선다. 그렇게 비득재에 도착한다.

 노고산 정상에 버티고 만들어진 묘소. 고모리산성(노고산)은 경기도 보호문화재라는데 저게 가능하다니 우습다.

 고모리산성(노고산)안내판과 통신탑.

 노고산을 내려서면서 서 있는 안내판.

 비득재. 비득재에 나무사다리는 비득재에 있는 나무와 가죽이라는 나무공방에서 등산객들을 위해 만들어 놓았다.

13:40 비득재 도착. 비득재에는 생선구이집이 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나무와 가죽이라는 공예품을 만드는 가게가 보이는데 그 가게에서 이용하기 편하게 나무 사다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보기에 아주 좋았다. 저런 작은 배려가 사람사는 맛을 나게 만든다. 누군가 그랬다. 호주머니에 항상 동전 몇 닢을 가지고 다니면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주라고. 그러면 덕을 쌓는거라고 하면서.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그냥 댓가를 바라지도 말고 주고 지나치라고. 그런게 쌓이고 쌓여서 행복을 가져다 주는거라고. 물론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고 믿고 적선하는 그게 바라고 하는거지만.

비득재 도로를 가로질러서 산으로 접어든다.

 비득재. 울긋불근 리본이 달린 곳으로 들어간다.

비득재에서 산속으로 들어가면 무슨 농원이라는 곳에서 출입금지와 농임산물을 채취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글들이 여럿 보인다. 그중에 농산물절도범은 간첩보다도 더 무섭다는 글도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농임산물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겨울이라서 그러겠지만 밭이 보이는것도 아니고 뭘 훔쳐간다고 그런 글을 달아 놓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송이버섯이나 아님 장뇌삼이라도 심어놨는지는 모르겠다. 오솔길을 그렇게 걷다 보면 전주이씨 묘소가 나타나면서 무섬증을 갖게 만드는 동물들이 나타난다. 묘소에는 보기 힘든 토지지신 비석도 있는 잘 다듬어진 합장한 묘가 있는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커다란 개가 십 여마리가 나를 보고 짖기 시작한다. 주변 근처의 민가에서 나왔을법한데 도통 개집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 왔는지 이놈의 개들은 내가 스틱으로 막고 흔들어도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나에게 덤벼들기 시작한다. 아차하면 큰일이다 싶어 겁이 덜컥나서 잔뜩 웅크리고 서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데 이놈들이 갈 생각을 안하고 내 주변을 돌면서 여차하면 물기라도 할 태세이다. 종자들도 티비에서 보는 싸움개처럼 생긴것도 있고 삽살개 모양도 보이고 여러 종류의 개가 수없이 짖어대는데 더 앞으로 갈 염두가 나지 않아 옆으로 약간 돌아서 진행한다. 그곳부터는 죽엽산을 본격적으로 올라가는지 가파르다. 숨이 차게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서 오늘의 산행중에 처음으로 사람구경을 했다. 아침 산행시작하면서 버스정류장에서 사람을 보고는 여태 사람을 보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산행하는 산악회 일행을 보게 되었다. 땀을 흘리면서 올라가다 보니 여기도 출입금지구역이라는 프랑카드가 여러군데 걸려 있다. 여긴 나라에서 숲을 관리하는 곳이다. 죽엽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광릉수목원인지 국립산림자원연구소인지 하는 데서 관리하면서 출입을 연중금지하는 구역이라서 혹시라도 단속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리본이나 등산로표지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소나무숲은 정말 멋졌다. 강원도의 일부산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소나무 숲이었다. 죽엽산 중턱의 임도에서 드디어 앞서가던 한 사람의 등산객을 만나게 되었다. 오늘 두번째로 보는 사람이다. 축석고개에서 내 앞에 출발했던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을 지나치면서 쉬지 않고 죽엽산 정상에 올라섰다. 그런데 여기서도 노고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죽엽산 정상표지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말았다. 정상표지판이 없는건지 내 눈이 잠시 멀었던건지 두 곳에서 모두 보지못하고 지나쳤다.

 전주이씨 묘지의 토지지신석.

 죽엽산의 울창한 소나무숲.

 

 죽엽산의 소나무.

14:35 죽엽산 도착. 아차하면서 정상표지를 놓치고 그냥 걷고 말았다. 죽엽산은 정상에서부터는 약간의 경사를 이루면서 마냥 내려서는 길이다. 지루할만큼 걷는다. 여기서부터 정맥표지판도 국도87번으로 바뀐다. 더욱더 볼건 없어지고 그냥 걸어가자니 지루함마져 느껴진다. 그래도 머리속은 텅비는듯해서 너무 좋다. 산을 오르면서 흘린 땀으로 뇌구조는 단순해지고 생각도 없어지고 이젠 허기만 느껴질뿐이다.

 

 작은 넋고개.

15:55 작은넋고개 도착. 이름이 작은넋고개인걸 봐서는 이 고개도 여느 고개처럼 사연이 있을것다. 넋이라도 넘나드는 고개인지 모르겠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서둘러서 고개를 가로지른다. 그러면서 조금 걸으니 내가 어려서 많이 봐왔던 동네 뒷산이 그대로 있는 지역을 가게 된다. 어려서 잔솔숲속에서 놀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작은넋고개.

 내가 어려서 놀던 숲처럼 이곳도 솔잎이 떨어져서 진달래나무가지에 걸려 있는게 낙엽송처럼 보인다.

 큰넋고개.

16:15 큰넋고개 도착. 작은넋고개를 가로 질러 산을 거쳐서 걸으면 큰넋고개에 도착하게 된다. 4차선대로인걸로 봐서 최근에 도로가 뚫린 길인갑다. 그 도로를 가로 질러서 다시 더 조금 걸으면 옛날의 큰넋고개길이 나온다.

 큰넋고개 대로를 지나 구도로. 오늘의 산행 마지막 길.

새로 난 도로를 건너서 산과 공장을 지나치면 옛 큰넋고개 도로가 나온다. 공장이 여럿있고 가게는 없다. 산행을 마무리 하고 의정부가는 33번 버스를 기다리다 의정부가 어느 방향인지 몰라서 한 대를 지나치고 한참을 기다려야 오는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왔다. 빨리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가려면 모여가라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