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인생/지리서락한라가기

한라산3 성판악사라악-백록담-삼각봉=관음사

돗가비 2010. 1. 31. 17:39

100130. 맑은 날씨로 올라갔다가 비 맞고 내려옴. 동료직원과 둘이서.

성판악관리사무소 06:25 → 사라악대피소 07:35  → 진달래대피소 08:55 (아침먹고 09:30 출발) → 백록담 1km 전 10:00 → 백록담 10:45 → 삼각봉대피소 12:20 → 구린굴 14:15 → 관음사관리사무소 15:00 하산

 전날 김포에서 19:10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렸다. 숙소를 정해 놓지 않고 갔기에 먼저 명도암유스호스텔이라는 곳의 직원과 통화 끝에 그곳으로 숙소를 정하였는데 그곳은 밥 먹을곳이 마땅잖으니 저녁을 해결하고 오라고 하여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 갔다. 아래 사진의 숯불갈비 집에 들어가서 돼지갈비를 먹는데 생갈비가 아주 맛있었다. 식당 주인장은 욕심으로 소한마리를 시키면 먹을게 많다고 권하는데 둘이서 소한마리를 잡아먹기엔 너무 크고 부담이 가기에 그냥 돼지를 잡아 먹기로 했다. 돼지 갈비는 고기가 싱싱하고 탱탱함 그대로였다. 타고간 택시기사분의 말로는 주변에 돼지갈비하는 식당들이 몇 개있는데 다들 맛있게 잘해서 어느 집으로 들어가도 후회는 안할거라고 하던데 정말이다. 역시 제주도는 관광의 섬답게 택시기사분들도 친절하고 주변 지리에 밝은가보다. 돼지갈비를 안주 삼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주를 둘이서 한 병씩이나 비웠다. 술이 들어가니 기분도 좋고 세상사는 맛도 나는듯하고 여러모로 이번 여행은 좋을거라는 예감이 싹 들어 온다. 빵집에 들러 내일 먹을 간식거리도 사고 수퍼에 들러 막걸리도 사고 하여 명도암유스호스텔이란곳으로 다시 택시를 몰았다. 예시당초 통화하던 직원과 나눈 얘기와는 약간 다르게 어디 한라산 중턱에나 있는 마을인가 보다. 한참을 택시가 경사를 올라가는데 주변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밤이다. 숙소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정리하고 곧바로 코를 골면서 잠에 빠져 들었다.

05:00 오늘 산행을 위한 준비를 한다. 6 시에 택시가 오기로 예약이 되있으니 느긋하게 준비를 하면서 나서니 택시가 도착한다. 택시를 타고 성판악을 향하는데 한참을 더 가야 하나보다. 택시비를 물어보니 1 만 7 천원을 달란다. 어라 어젯밤에 유스호스텔의 직원은 4 천원이면 성판악을 간다고 했는데 일이 어긋나는듯 싶다. 20분경에 성판악에 도착하여 보니 휴게소에서 해장국도 팔고 오뎅 이런것도 판다고 되있는게 어이없다. 입구에 먹을게 없을걸로 알고 우린 숙소에서 아침이랍시고 일어나 빵을 먹고 왔는데...정보화사회에서 나는 너무 뒤떨어져 살고 있나모르겠다.

06:25 성판악에서 산행 시작. 산행준비를 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등산로에는 눈이 쌓여 발에 다져진채 있어 걷기에 편하다. 미끄러울까 걱정했는데 전혀 미끄럽지도 않고 평탄한 길을 그냥 걸어 올라갔다. 자갈들은 쌓인 눈으로 평탄작업이 이루어져서 오히려 편안한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 기분이다. 힘도 들지 않고 그냥 그렇게 걸었다. 거리가 길어서 그렇지 정말 편한 길이었다.  

 

 

 

 눈구경하러 왔다가 그냥 간다. 소문난잔치에 먹잘것없다고 한라산 눈구경도 시기를 잘 맞추어서 와야 한다. 국립공원답게 길 안내는 잘 되어 있다. 걸어가는 내내 아래 표지판과 긴급구호 표지가 잘 만들어져서 세워졌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경치구경하기는 그만이겠지만 아직은 어두워서 볼 게 없다. 사라악대피소까지는 동이 터 오르는걸 등뒤로 느끼면서 천천히 올라가게 되었다. 사라악대피소에서 간단하게 휴식을 취하고 화장실에 가서 몸도 가볍게 하고 다시 부지런히 걸어가니 진달래대피소가 나온다.

 08:55 진달래대피소 도착. 한라산은 전역이 취사금지구역이라서 버너를 가져 가지 않았다. 진달래대피소에서는 등산객들을 위해 컵라면에 물을 부어 판매를 하고 있다. 가격도 1,300원으로 저렴하다. 울나라 산중의 대피소마다에는 털보아저씨들이 있는데 이곳 진달래대피소에도 눈이 부리부리하고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털보아저씨가 한 분 계시다. 등산객이 아이젠을 착용한채로 대피소 안으로 들어오면 마구 나무라신다. 버너를 켜는 사람한테 가서는 가스를 압수해 가져 가고 자기 집처럼 아껴달라고 당부하는등 대피소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는 분이시다. 다중시설에는 이런 분이 꼭 필요하긴하다. 우린 컵라면과 곶감으로 허기를 채우고 휴식을 한 후 30분에 다시 걷기 시작이다. 경사는 서서히 가파라지기 시작하고 땀도 슬슬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한라산 오르는 길의 막바지 경사가 시작되나보다. 이제 정상까지는 한 시간여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을것이다. 눈구경은 못하지만 힘을 내면서 걸어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제주도 한라산 바람이 오늘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막힘없이 불어대는 바람의 위력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천 미터 고지를 올라서면서 한라산에 주로 분포하는 구상나무군락지를 볼 수 있다.

 

 

 이런 높이 표지석도 백 미터마다 서 있다.

 바람으로 나무는 난장이가 되 있고 바다엔 구름이 떠 있다.

 멀리 한라산 정상이다.

 한라산의 기생화산들.

 

 백록담 분화구. 백록담에는 올 때마다 물이 별로 없다. 봄이나 여름이나 이런 겨울에 와도 물은 거의 없다. 고인 물이 바닥으로 빠져 나가나 보다.

 10:45 정상에 도착. 대피소에서 정상을 오르는 길은 서서히 주변 전망이 트이기 시작하고 구상나무군락지가 멋을 부리면서 대칭형 나무형태를 유지한채 서 있어 맛깔스럽기까지 하다. 작은 기생화산도 보이고 멀리 바다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떠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으며 걸을수 있다. 등산로에는 단체로 산악회에서 모여 오르는 집단도 있고 애인인듯싶은 남녀가 다정하게 위해주면서 힘겹게 오르는 쌍쌍도 볼 수 있다. 힘겹게 오르는 중에는 어디 운동부 소속인듯한 학생들이 전지훈련이라도 온것인지 벌써 한라산을 올랐다가 하산하면서 급경사 눈길을 달려서 내려간다. 츄리닝차림에 운동화를 신고도 잘도 내려 간다. 오르다가 힘이 들어 투정부리는 부인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남정네도 있고 반대로 빨리 올라오라고 남편에게 성화를 부리는 아낙네도 보인다. 이 좁은 등산로에도 각양각색의 인간군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한라산 정상부근 백록담을 둘러치고 있는 성벽은 늠름하게 앞에 서 있고 바람은 엄청 세게 불어온다. 백록담 주변은 세찬 바람으로 나무는 자라지도 못하고 잔디같은 풀뿌리식물만 널려 있다. 백록담 동릉정상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 관음사길로 향한다. 정상에 더 있으면서 구경하라고 해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아무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내려가고픈 마음뿐이다. 내려서는 길도 구상나무가 숲을 이룬다. 올라오던 성판악길과는 다르게 관음사로 하산하는 길은 급경사로 위험스럽다. 아이젠도 하고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왕관바위 위에 도착하여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마음에 왕관바위에 올라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데 낭떠러지가 수백미터는 되는듯하다.

 

 저기 서 있는 표지목은 수 천 수 만의 사람들과 포옹을 하면서 죽어서도 살아 있다. 누구나 여기 올라오면 안고 사진을 찍는다. 복받은 나무이다.

 

 

오늘도 열심히 사진찍기에 바쁘시다.

 

 

 

 

 

 관음사코스의 탐라계곡에서는 해외원정을 위한 산악인들의 훈련이 한창이다.

 

 관음사로 내려서면서 살짝 보이는 백록담이다.

 

 

 

 

 왕관바위.

 위에서 보면 너른 공터처럼 보이는데 삼각봉대피소를 가면서 보면 왕관바위는 정말 왕관처럼 빙둘러 처진 절벽이 높다.

 저 곳에서는 산악훈련이 한창이다. 잘 찾아보면 백 여명은 되는 사람이 있을것이다.

 한라산의 구릉지대. 한라산은 구상나무 군락지를 경계로 그 아래로는 나무들이 없는 초원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한라산에서 제주시를 본다.

 탐라계곡.

 왕관바위 위의 평화로움.

 바람이 하도 거세게 불어서 진달래나무도 구불구불하다.

 용진각대피소터 흔적과 안내판.

 폭우에 휩쓸려간 용진각대피소 터에는 산악인들의 텐트가 자리 잡고 있다.

 탐라계곡 줄기.

 

 내려와서 보는 왕관바위.

 왕관바위와 백록담.

 삼각봉대피소. 용진각대피소가 없어지고 새로 지었나보다. 아주 깔끔하다.

 삼각봉. 이름만큼이나 정말 날카롭다.

 삼각봉대피소의 까마귀. 제주도에는 까마귀가 어느 마을을 가나 많이 있다. 육지에 까치가 많이 있듯 제주도에는 까마귀가 많다.

 삼각봉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백록담에는 눈보라가 치기 시작하고 백록담과 왕관바위가 보이지 않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있는 대피소에도 눈이 많이 내린다. 더 기다리면서 눈구경을 하자고 하면서 더 대피소에 머물러 보는데 눈이 쌓이기를 기다리기엔 무리인거 같아서 하산을 시작한다. 지체할 겨를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고도가 낮아지면서 눈은 비로 변하고 만다. 겨울비를 맞으면서 걷는건 즐거울게 전혀 없는 일이다. 아무리 부지런히 서둘러도 아직 하산할 거리는 많이 남아 있고 속도는 나지 않는다.

 

 구린굴. 구린굴은 옛날에 석빙고로 사용하던 조상들의 지혜가 있는 천연동굴이라고 한다. 길이가 4 백여미터가 넘는데 굽어다보니 깊이가 장난이 아니다.

 구린굴을 내려다보면 무섬증이 난다. 떨어지면 어디로 휩쓸려가버릴지도 모르겠다.

구린굴을 지나면서 이제 여유가 생긴다. 하산이 얼마남지 않아서 여유를 부리면서 비를 맞는다. 길도 편안하다. 여름비라면 실컷 맞아보고 싶은데...

15:00 관음사등산로 입구 도착. 드디어 하산이다. 주차장에는 많은 버스가 있다. 모두 등산객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일게다. 가게에 들어가 교통편을 물어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둘째, 넷째 토요일은 버스가 이곳을 들어오지 않는 날이란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공항을 갈수 있단다. 택시타고 시내나가서 다시 공항가는 버스를 타는니보다 그냥 공항으로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과거에 제주에서 살던 시절과 지금의 제주는 많이 바뀌어 있다. 전에 없던 도로가 거미줄처럼 제주섬 전체를 누비고 다니고 많은 숙박시설들이 들어 섰다. 한라산은 봄에 철쭉과 겨울산 구경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 봄에 어리목 근처 철쭉은 구경해봤고 겨울에 설산을 구경하지 못해 이번에 한건데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해 아쉬운 여행이었다. 지금은 한라산 등반도 비행기로 오가는 당일산행부터 해서 이박삼일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참 편해졌다. 정말 오랫만의 한라산 등반이 좋은 추억으로 담을것이다. 개인산행을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숙박하고 성판악까지 택시를 이용하면서 산행하는거라면 일반 산악회에 묻혀서 단체로 가는게 비용은 절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