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환종주(완)

55산이어가기 열한번째

돗가비 2009. 10. 2. 18:25

091002. 금. 맑음. 혼자서

추석연휴이다. 내일 추석날이 당직이라서 마누라만 고향에 보내놓고 난 하루가 너무 지루할것같아 배낭을 매고 도봉산을 갔다. 저번에 도봉산에서 중간탈출한 구간을 하기 위해서다. 종주산행에서는 한번 탈출을 하면 한번 더 가야 한다는게 여간 귀찮으면서도 불편한게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고 물만 한 병 챙겨넣고 도봉산역까지 갔다. 역주변에서 김밥을 두 줄 사서 배낭에 구겨넣고 냅다 걷기 시작했다. 다락능선 방향으로 길을 잡고 올라가니 도봉산을 오랫동안 오지 않았어도 기억이 새롭다. 이 길은 내가 도봉산을 다닐적에 수없이 다녀서 생소한게 하나도 없다. 특히나 오늘은 추석연휴로 사람들이 그리 많지가 않아서 더욱 신난다. 다음주 설악산가는걸 생각해서 중등산화도 테스트할겸 신고 나왔는데 이게 조금 불편하다.  

 

 다락능선오르면서 전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망월사와 포대능선

 작은 봉우리를 당겨서 찍어놓고 보니 요상타  

 자운봉과 포대능선이 연결되는 Y계곡의 봉우리들. 이곳이 도봉산의 세 봉우리를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하단부에 소나무가 너무 멋진데 사진에 담지 못했네. 황금소나무라도 되나 잎 색깔도 좀 요상하고...

 도봉산의 늠름한 세 봉우리... 좌로부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다락능선을 오르고 포대능선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민초샘에 가서 물을 한 바가지 마시고 포대능선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어 걷는다. 예전에 다니던 포대능선과는 많이 변해 있었다. 포대능선 정상부에는 출입을 통제하면서 그 아랫단에 등산로를 다듬어서 만들어 놓았다. 들어가지 말라는데 구태여 들어가면서 객기부릴 나이도 지났고 해서 그냥 등산로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걷다보니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혼자 심심하기도 하고 달리 구경하기도 뭣하기에 그냥 쉬지 않고 걸어간다. 혼자 산에 다니면 항상 느끼는게 휴식시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걷다가 헬기장 한 구석에 앉아 사과를 한 개 입에 물고 오물거린다. 그리곤 다시 심심해서 걷는다. 걷는 시간만큼은 심심하지 않기에... 

 포대능선에서 보이는 도봉산 봉우리

 포대능선 걷다보면 이런 봉우리도 보이고...

 사패산을 쳐다보면 저런 봉우리도 보인다

 산부추도 구경할수 있어서 좋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산이 있어서 너무 좋다

 

그렇게 걷다가 드디어 사패산 정상에 올라섰다. 오늘도 걸으면서 사진은 한 장도 못 찍었다. 남한테 사진 한 장 박아달라기도 그렇고 해서 대부분은 구경하는 풍경을 담아 오는 것으로 항상 만족하는데 오늘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사패산 정상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혼자 가는 산행에서 오늘은 점심시간을 30분이나 써먹었다. 시간떼우기 산행이라서 어찌하던 시간을 조금 더 죽여야하기에 그냥 앉아서 산천구경삼아 점심을 먹었다.

 사패산에서 보이는 산. 좌로부터 자운봉을 비롯한 도봉산과 도봉주능선 그리고 보문능선과 오봉이 보인다. 그리고 멀리 희미하게 북한산 인수봉 등이 보이고 맨 우측으로 상장능선이 뱀처럼 늘어져 있다

 

사패산에서 내려서면서는 길찾기를 잘해야 한다. 사패산 정상을 내려서면서 바로 사패산 0.1KM라는 표지판에서 좌측으로 안골방향을 잡아서 90도 틀어 산속으로 접어 든다. 안골표지판은 떨어지고 없다. 외길을 따라 쭉 내려서다보면 다시 표지판이 나온다. 이곳 삼거리에서 안골을 버리고 좌측길로 접어 들어야 한다. 안골로 가는 등산로로 접어들면서는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그만큼 이길은 서울로 가는 교통편이 나쁜편이다. 좌측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다시 삼거리 비슷한게 나온다. 여기서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표지판도 없고 여기부터는 아마도 등산로가 출입금지구역인가보다. 지나는 사람이 없어 물어볼수도 없고 대충 짐작으로는 안골을 벗어난 능선이다 싶어 그냥 사람이 많이 다녔을듯한 흔적이 많은 길을 택해서 내려가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어야 했다. 울대고개로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기에 등산로로 그렇고 사람들도 없는것이다. 안골 골짜기로 빠지지않아서 제대로 능선을 잡았나보다 하고 걷는데도 참고삼아 가지고 간 지도의 고압선 전봇대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걸어야지 어쩌겠는가. 한참을 내려서는데 솔잎을 따는 남자가 있어 물어보니 안골로 내려서는 능선이란다. 이런 오늘도 알바를 한게다. 울대고개는 내가 생각한대로 좌측방향으로만 갔어야 했다. 이게 백두대간하는 능선길 종주도 아니고 해서 그냥 내려서기로 하고 걷는데 이 능선길은 가도 가도 끝이없다. 어찌된게 바로 아래 도로의 자동차소리는 요란한데도 길로 내려서지를 않는다. 사패산에서 아마도 4키로는 더 내려서는것 같다. 길은 아주 좋다 흙길에 사람도 없고 호젓하다. 다 내려서면서 안내판이 있어 보니 이 등산로는 비지정등산로였다. 이길도 단속요원에게 걸리면 벌금을 물겠지? 외곽순환도로인지 차들이 쌩쌩달리는 큰길을 보고 그 아래 마을로 내려서니 암반수를 길러가기 위해 아줌마 한 분이 있어 물어보니 안골이란다. 아줌마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 도착하여 이래저래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