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19. 토요일. 맑음. 외롭게 혼자서 국민대에서 우이동까지
서울에서 살면서 움직이는데는 지하철이 최고다. 버스는 정류장도 많아서 멈추는데가 많고 신호등마다 걸리면 시간을 약속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집에서 142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도 지하철이면 도착했을 시간인데도 마냥 빙빙 돌아서 가고 있다. 왜 이리도 서울 시내를 빙글빙글 도는지 모르겠다. 버스노선을 그리 만들어야 적자를 적게 본다고 하지만 지금은 환승에 따른 요금체제가 있어서 직선으로 돌리고 환승하게 하면될듯도 한데 말이다. 암튼 그거야 서울시청의 똘똘한 공무원나리들만 쳐다보는 수밖에는 없을듯하고 오늘도 산행계획에 따라 북한산 주능선을 걸어야 한다. 길음뉴타운에 도착하여 국민대행 버스로 갈아타고 국민대앞에서 하차하여 노점커피를 한 잔 마시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09:30 국민대앞에서 출발. 등산화끈을 단단히 매고 차가 다닐수 있는 길을 걸어 올라간다. 여기는 작은 암자들이 많아서 차가 다닐수 있게 길이 넓은가보다.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형제봉삼거리 방향표지가 나오길래 그쪽으로 걸었다. 북한산을 비롯한 서울근교 산은 사람이 수없이 걸어다니고 길이 번들거릴정도로 잘 나 있어 길 잃을 일은 없을듯해서 그냥 생각없이 걸었는데 약간 빗나가기 시작한듯하다. 영불사라는 절이 있는 곳으로 걸고 걸어 영불사에 도착하였다. 길가에 볼만한 것도 없고 그냥 내멋대로 마냥 걷다보니 속도가 붙은것 같기에 주위를 둘러보아도 오늘 코스로는 사람도 안 다니는지 등산객도 구경하기 힘들고 너무 외로운 산행이다. 영불사를 구경할까 하다가 자그마한 암자 구경할게 있나 싶어 등산로가 표시된 길로 걸어가다보니 북안천이라는 약수터가 나오길래 물을 배부르게 마셨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멀기에 이런 약수터에서 물을 마셔두어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다는건 오랜 산행에서 배운 지식이다. 샘터가 보이면 물을 마셔두는게 좋다. 가지고 간 물도 아끼고 물을 마시면서 휴식도 취할수 있어 그렇게 하는게 좋다. 물론 그 산의 약수맛을 품평할 수가 있기도 하다. 물 맛을 알 정도로는 아직 미숙하지만 그래도 맛이 있는지는 알지 않겠는가?
국민대에서 북한산을 가기 위한 입구인 북악탐방로. 입장료를 받지 않으면서부터는 관리가 허술하다. 역시 공돈이 생겨야 일하는게 공뭔들이다.
여기선 형제봉능선방향으로 쭈~~~~~~~~~~욱
서광사는 가로막고 오지말라니까 영불사로 가면 되고........
영불사 찾아 실컷오니 등산객은 등산로로 가라고 알려주네요
영불사 바로 옆에 있는 北岳泉......샘물 한 바가지를 배부르게 먹으니 맛이 시원하다
북악천을 지나고 좁은 등산로를 마냥 걸어가면서 가을바람도 쐬고 주변 경치도 구경하면서 걷지만 혼자 걷는 길이기에 속도는 빠르다. 그리고 길이 수월하다. 그 기분에 취해서 걸음을 재촉하면서 걷다보니 산봉우리는 오르지 않고 산등성이만 걷는다는걸 한참후에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등산로는 외길이다. 작은 샛길이 나오는 곳이 몇군데 있지만 지나치면서 사람이 많이 다녔다싶은 길을 따라 걸으니 앞이 확 트이면서 보현봉이 멀리 보인다. 그리고 능선에 올라서니 형제봉을 지나친것 같다. 아마 형제봉 옆구리를 돌아서 여기까지 왔다는걸 깨닫게 되었을때는 되돌아서 형제봉을 다시 갔다 오기에는 별의미가 없어 보인다. 약간 옆으로 형제봉이 있는게 느껴지지만 그냥 전진이다. 보현봉의 하얀 봉우리가 오늘 같은 가을하늘의 맑은 햇살에는 반사되어 더욱 빛이 난다. 보현봉 아래 일선사라는 절의 기와지붕도 한껏 멋을 내고 있다. 보현봉을 향해서 걷고 또 걷는다. 어느덧 보현봉이 사라지면서 여기서부턴 보현봉의 옆구리를 끼고 돌아가는 모양새이다. 산행지도에도 보현봉을 출입금지라고 되있는듯하다. 보현봉을 돌아서 숨차게 올라서니 대성문이 떡하니 앞을 가로막는다. 드디어 대성문에 도착했다.
북악산에서 보았던 보현봉을 가까이에서 보니 일선사라는 절이 보인다
보현봉을 당겨보니 하얀 바위가 위엄있어 보이고 일선사 지붕도 숲에 가려 보인다
대성문 성벽에 올라서서 보이는 전망좋은 봉우리
대성문. 담쟁이덩굴이 어울리고 단풍이 들어간다
10:50 대성문 도착. 대성문은 너무나도 맑고 파란 가을하늘에 높이 올려다보려니 그 기운에 압도되고 만다. 담쟁이덩굴이 한층 멋을 내며 휘감고 올라가는게 너무 멋스럽지 않은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멋지고 멋지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정말. 대성문을 통과하면서 오이 한쪽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등산하면서는 쉬는 시간에도 서서 휴식을 취하라고 한다는데 앉으나 서나 휴식은 자기 편할대로 하는게 맞지 않을까싶다. 힘든데 서서 쉬라는것도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ㅎㅎ. 난 주로 서서 쉬다 그냥 걸어버리지만서도...산에 다니면서 휴식시간에 먹을거리로는 오이가 최고이다. 공복도 채워주고 수분도 보충해주는데는 오이가 내 경험상으로는 최고인거 같다. 오이 한쪽을 먹고 지금부터는 북한산성벽을 따라 걸으면된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 대동문과 용암문을 거치면서 걷게 된다. 성벽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부분을 빼고는 그냥 성벽을 따라 걸었다.
북한산의 본래 이름인 삼각산을 만드는 맨 우측이 인수봉, 중간에 작은 세개봉우리가 만경봉, 그 좌측으로 백운봉 그래서 세개의 봉우리가 삼각형을 이룬다해서 삼각산이라 한다. 하얀 암벽이 노적봉이고 맨 좌측으로 보이는게 염초봉이다
11:05 보국문 도착
11:15 대동문 도착. 대성문부터 백운봉을 지날때까지는 북한산주능선을 걷는길이다. 성벽을 따라 마냥 걷다보니 시야가 트이면서 노적봉이 보이기 시작하고 노적봉과 용암봉사이의 가파른 등산로를 걷게 된다. 경사가 심한 바위에는 쇠기둥을 박아 등산객들이 걷는데 위험을 감소시켜놓았다. 아래를 쳐다보면 아슬아슬하지만 쇠기둥을 붙잡고 걸어가면 걱정할바는 없다. 노적봉을 지나면서 걷다보면 사람을 압도하는 커다란 바위봉우리가 나 같은 인간은 범접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위문밖에서 보는 백운봉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말고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하얗고 거대한 바위 하나가 그대로 산봉우리가 되었다는게 정말 놀랍고 신기할따름이다.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런 백운봉을 두손에 의지해서 오르는 사람들도 보인다. 노적봉에 릿지를 하는 사람도 희미하게 보이더니만 백운봉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옷차림까지도 선명하다. 저 사람들은 무섭지않을까? 아마 무서울게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 오르는것일게다 아마도...난 예전에 칼바위능선을 타는데도 무섭던데......
칼바위. 정릉에서 우측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게 칼바위능선이고 용암문근처로 올라오게 보인다
용암문
노적봉. 그늘에서 신선놀음하는 사람이 희미하게 보인다
노적봉. 릿지 수준이 있어야 재미있게 올라간다고 알고 있다
원효봉능선. 아래가 원효봉이고 위쪽이 염초봉이다. 염초봉은 수준높은 릿지 실력이 있어야 제대로 오른다고 알고 있다.
원효봉. 원효봉아래 보이는 윗절이 상운사, 아랫절이 대동사이다.
노적봉과 멀리 의상봉과 용출봉, 용혈봉, 중취봉 등이 있는 의상능선이 보인다.
노적봉을 오르는 릿지 산꾼들이 멋있어 보인다
원효봉능선
아래서 올려다보는 백운봉
백운봉을 오르는 암벽꾼들이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하다. 거의 직벽을 오르고 있다.
12:15 위문 도착. 위문에 도착하여 백운봉을 올라볼까 하다가 밀려있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고는 포기하고 백운산장으로 내려선다. 위문에서 백운산장으로 내려서는 길도 온통 바윗길인데 수많은 세월을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다녔으니 바위가 닳고 닳아 미끄럽지 않을수 있을까? 바위가 미끄러워 운동화를 신고 온 두 아가씨가 벌벌 떨면서 안절부절이다. 강북에 북한산이나 강남의 관악산은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말이면 수 만명씩 몰려드니 등산로는 다 파헤쳐지고 바위는 번질번질하다. 백운봉을 내려서다 한쪽으로 어긋나서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오늘도 점심때나 되어서야 겨우 배낭을 내려놓는다. 마누라가 정성들여 만들어준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산에 가는 날은 김밥을 가져가 본적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김밥을 싸주길래 가져왔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많아 장터같은 북새통에 달리 밥을 먹는것보다는 간편하게 이게 낫다 싶어진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다시 배낭을 들쳐 메고 길을 나선다. 물론 점심시간이라야 15분이 소요되었다. 백운산장을 지나고 북한산대피소까지 내달렸다. 북한산대피소는 새로 단장을 해서 멋들어지게 만들어놓았는데 북한산을 몇년만인지 하도 오랫만에 가서 인지 지금 자리에 자리잡은걸 처음보았는데 아주 제대로 자리차지하고 앉은것같다. 공터에서 인수봉을 오르는 암벽등반가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나도 서서 경이롭게 쳐다보다가 발길을 재촉한다.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운데 나도 하고싶은데 겁이 많아서 도저히 나서고 싶은 용기가 나지 않아 지금껏 암벽을 오르는일은 못해보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산에 다닌다는 사람이 암벽의 기초도 배우지 않았다면 어찌 산에 다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인수봉
인수봉도 당겨보면 암벽꾼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다.
12:55 하루재 도착. 인수봉을 지나고 하루재에 도착한다. 하루재에 도착하니 그늘에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산등성이 고갯마루라서 바람이 시원하다. 보통은 이곳에서 도선사쪽으로 빠져서 하산하면 우이동이지만 나는 영봉을 올라야 한다. 영감 몇 분이서 영봉에서 보는 인수봉이 제일 인수봉을 멋지게 보는것이라고 말하며 영봉을 오르고 있다. 난 앞질러서 영봉을 올랐다.
13:05 영봉 도착. 하루재에서 영봉은 숨고르기 한번이면 오를수 있는 거리이다. 그런데 영봉에서 보는 인수봉은 정말 우람하고 멋지다. 하루재에서 영봉을 거쳐 육모정고개까지는 얼마전 까지 출입금지구간으로 되어 있어서 나도 오늘 처음으로 영봉을 올라 처음보는 인수봉의 뒷면을 구경하게 되었지만 참 멋지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영봉에서는 상장능선도 제대로 잘 보인다. 영봉을 내려서서 그늘에 앉아 사과를 한 개 먹으면서 땀을 닦고 숨고르기 호흡을 한다.
영봉에서 보이는 인수봉. 앞면은 흰색의 바위투성이인데 뒷면은 나무가 제법 자리잡고 있다
상장능선. 하얀봉우리가 상장봉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인수봉과 만경봉
아래 골짜기가 효자리계곡으로 계곡끝에 효자동이 자리잡고 있다
영봉에서
노적봉과 북한산 주능선
영봉을 내려서면서는 꾸불꾸불한 산길을 마냥 걷는 기분이다. 서울북부가 한눈에 들어오고 도봉산자락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산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보이는 육모정고개에 도착하게 된다.
13:45 육모정 도착. 육모정고개에서 상장능선으로는 더 진행을 하지 못하고 방향을 우측으로 틀어 우이동으로 내려서기 시작한다. 군데군데 가을냄새가 나는 듯한 북한산의 가을정취를 한껏 맛보면서 골짜기를 내려서면 우이동계곡 끝자락에 있는 오크밸리라는 음식점에 도착한다. 우이동계곡은 사당시장보다도 더 난장판이다. 국립공원이라는곳에 어떻게 해서 이리도 무질서가 판을 치는지 통탄할뿐이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속도를 내서 달리는 자동차에 지저분한 음식냄새가 코를 찌른다. 생계가 우선인지 자연보존이 우선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를 지나친것만은 사실일듯하다. 내가 누굴붙잡고 뭐라하겠는가 세상이치가 그리 돌아가는것을...
14:05 오크밸리 도착. 그렇게 오늘의 산행은 끝났다. 수도권55산이어가기를 먼저 하여 내가 자료를 가져 오는 산악회에서는 오늘 코스를 7시간 걸렸다기에 나름대로 속도를 제법 냈기때문인지 나는 4시간 반만에 마친것 같다. 너무 빨리 달렸다싶기도 하다. 형제봉을 가면서 보았던 북한산과 가을하늘의 푸르름이 우이동계곡의 장사치들의 사욕으로 약간 마음이 상한 부분이 있지만 산행은 항상 그대로 즐겁다. 오늘도 물론 즐거운 하루였다.
14:20 우이동버스정류장. 우이동에서 버스를 타고 수유역에 도착하여 지하철로 갈아 타고 사당역으로 왔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집으로 가면서 다리가 풀려지는걸 느꼈다.
멀리 좌로 수락산이고 우로 불암산이 보인다
덕성여대와 주변
육모정고개에서 내려오다 보이는 용덕사 뒷마당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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