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27구간 05.04.03
봉현산악회 32명 날씨 맑음
피재→건의령→푯대봉→구부시령→덕항산→지암재→큰재→황장산→댓재
03:35 피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가 너무 좋다. 바람 한점 없고 하늘이 높아만 보인다. 춥지도 않으면서 더없이 산행하기 좋은 날씨이다. 평범한 산길을 얼마쯤 걷다보니 고개가 나타난다.
04:40 시골 농로처럼 생긴 이곳이 건의령이다. 건의령을 가로 질러 조금가면 푯대봉(1010m)이다.
05;15 푯대봉 오르는 길에 능선을 접어들다 선두가 되돌아선다. 길을 잘못 들은 것이다. 푯대봉 정상을 향해 올라선다. 하지만 대간은 정상을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돌아서야 한다. 정상에 까지 갔다가 난 되돌아 왔다. 오늘 벌써 두 번째 길을 잘못 들은 것이다. 푯대봉은 별다른 느낌도 없이 지나치게 된다. 푯대봉을 조금 지나고 부터는 서쪽은 완만한 경사이나 동쪽은 아주 급경사로 위험하다. 이런 길이 한참을 이어진다. 이때부터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 날씨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한참을 가다 7시에 잡목지대에서 아침을 먹기 시작한다. 눈밭에 앉아 눈을 맞으면서 먹는 아침은 언제나 별로다. 다시 산행을 시작하여 한시간을 족히 넘게 걷자니 구부시령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일행중 2명을 탈출을 시도한다. 구부시령은 옛날에 이곳에서 주막을 하던 여자가 남편을 얻으면 다 죽고말아 9명의 남편을 모시고 살았다해서 九夫侍岺이라고 한단다.
08;50 구부시령(1007m)에는 돌무더기가 한군데 쌓여있다. 아무래도 전설을 만들어 낸 여자의 넋이라도 달래려고 오가는 길손들이 하나하나 던져 쌓여진 것이리라. 날씨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게 돌아 간다. 눈보라도 거세지고 눈발이 제법이다. 산악회장 휴대폰이 울리고 뒤따라오던 일행중 한명이 발목에 부상을 당하였다는 것이다. 보호자 한명과 함께 탈출을 시키기로 결정이 난다. 힘에 부쳐 쳐지던 여자 두명도 함께 탈출하기로 한다. 벌써 탈출하는 사람이 6명이다.
09:15 구부시령에서 오르막을 올라치면 덕항산(1070m)이다. 정상을 지나 급경사를 내려서고 나니 온천 지가 눈으로 덮여있다. 눈발이 커지고 앞이 안 보인다. 이곳을 지나는 능선도 동쪽은 급경사로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지각봉이란 곳을 거쳐 대간 표식 리본을 따라 걷다보니 가파른 급경사이다. 눈이 허리까지 빠진다. 아무래도 대간길이 이상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거 같다. 오늘 세 번째 길을 잘못 잡은 거다. 일행 십여명이 우왕좌왕이다. 분명 대간 길은 아니다. 회장에게 전화를 하고 기다리기로 한다. 일행들 모두 갈피를 못잡고 있는 사이에 난 산허리를 따라 진행하자고 제안을 하고 일행이 그에 따른다. 내 예상대로 백여미터 겨우 지나자 평편한 공간이 생기고 그곳에서 낙엽송가지로 불을 피우고 우선은 추위를 피해본다. 오늘따라 쿨맥스 소재의 봄옷을 입고 간 나는 추위가 무서워진다. 이래서 죽는 수가 생기는구나 하는 느낌이 스쳐지나간다. 불에 몸을 녹이니 조금 살만하다.
12:00 한 시간여를 기다리자 회장이 나타나고 우린 제 길을 찾아 다시 진행한다. 조금 지나가니 관광지인 환선굴로 내려서는 지암재에 도달한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드넓은 벌판이 나타난다. 광동댐 이주단지가 있는 고랭지 채소밭이다. 밭에는 겨울이라 하얀 눈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길을 걸어가다 보니 시멘트 포장길이 보인다. 힘들고 지친 마음에 걷기 편하다고 이 길을 택해서 걷는다. 헌데 이게 웬일인가... 포장도로가 끝나고 힘들게 산봉우리를 올라서서 한참을 걸었을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 길이 아니란다. 네 번째 알바를 한 것이다. 되돌아가야 하는 거다. 너무나 힘들여서 올라온 길인데 너무 허망하다. 일행중에 6명은 벌써 알바 한 길로 내려서 버린 모양이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서 가니 큰재가 나오고 그곳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이곳부터는 고만 고만한 산을 몇 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편하게 걸어가면 된다. 그러나 길은 조심해서 찾아야 한다. 1059m봉에서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야 한다. 선두에 섰던 나는 오른쪽길로 잡아서 내려가다 길이 아닌걸 알아챈다. 그리고 힘들여서 다시 되돌아 올라서야 한다. 다섯 번째 알바이다. 편한 능선을 따라 가볍게 정말 아무 생각없이 걸음을 놓는다. 그리고 여섯 번째 알바를 하고 만다. 눈앞에 봉우리가 보인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황장산인가보다하고 죽어라 올라간다. 하지만 이봉우리는 1105m봉이다. 황장산은 이 봉우리를 올라서면 바로 앞에 보인다.
17;16 황장산(1059m)이다. 이름에 맞게 황장목이 있는 산인가 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이 있다.
17;27 댓재에 내려서는 길은 눈길을 미끄럼 타듯이 가볍고 빠르게 내려선다. 이곳에는 주차장도 있고 휴게소에서 민박도 한다. 건너편에는 다음 산행 구간인 두타산 산신각이 버티고 서있다. 오늘처럼 힘든 산행을 해보는 거도 처음인거 같다. 다른 구간에서야 힘이 들었다지만 오늘은 수많은 알바에다가 눈속에 묻혀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정말 무서운 하루였다. 강원도 산골의 날씨는 하루에도 수없이 변화를 주고 계절은 봄인데도 한겨울의 강추위를 언제라도 가져다주어 항상 준비를 단단히 하고 산행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처음으로 겪은 것이다. 만약 몸에 부상이라도 입은 상태가 된다면 어찌되겠는가 정말 산은 자연은 무서움을 준다.
피재에서 출발하기 전에 모여 화이팅을
함백산부터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에 앉아서 얼어 붙은 밥한그릇으로 배을 채우고 나서(판초우의 걸쳐 입고 열심히 산행채비를 한다)
백두대간을 하면서는 알바를 수없이 하게 되있다. 오늘은 요상하리만큼 알바를 많이 한 날이다. 알바해서 한 시간 이상을 걸어 갔다가 되돌아오는 회원들. 너무 많이 걸어가버려서 돌아오는것으로도 지쳐버렸다. 동광단지 고냉지채소밭에 바람막아줄곳도 없을 이곳에 찬바람이 불고 눈길에 고생들이 많다.
엉뚱한 곳으로 알바하고 되돌아와서 큰재에서 방향을 틀기 전에 ㅎㅎㅎ 저 푯말만 잘 봤어도 알바는 안하는건데 황장산으로 가야할것을 반대로 가버렸다.
댓재는 하산하는 지점이고 여기선 황장산으로 더 가서 빙돌아야 한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
눈보라치는 산속은 눈을 뜨고 앞으로 가기가 힘이 들 정도이다
옷을 껴입어도 춥기에 판초우의까지 걸쳐 입고 간다
구부시령에 돌무더기.
방향을 분간하기 어려울정도로 시야가 어둡다
엄청난 눈이 한순간에 내려버려 나무를 덮어버리는 강원도의 겨울 산은 무섭기만 하다
자연의 신비로움
아무리 춥고 배고파도 사진은 한 방 남기고 가고파서 ㅎㅎㅎ
지각봉에서 여차하면 저승길로 접어들었을 회원들이 살아나고 나서 즐거움에 웃음꽃 피우며 모닥불에 모여서
나무들도 꽁꽁 얼어붙어 있을듯
선두에 걷던 그룹들이 하마터면 황천길로 갔을 낭떠러지 비탈길...이곳 눈밭에 파묻혀 한 시간여를 서서 후발대가 오길 기다렸다가 동이트면서 시야가 조금 확보되어 후발대의 도움으로 비탈길에서 헤쳐나왔다
지각봉 동쪽 사면의 낭떠러지
동광댐 건설로 이주해서 정착한 동광단지 마을. 눈속에 빨강 지붕이 인상적이다
동광단지 주변에 한없이 펼쳐지는 고랭지채소밭
오후가 되고 바람이 휩쓸고 간 산속에서 고요하기만한 시간에 해가 짧아 금새 어둠이 내리면서 마음까지 차가워지게 만드는 경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래서 알바는 계속된다.
드디어 도착한 댓재
댓재 산신각
댓재휴게소
댓재휴게소앞의 자연석을 올려 놓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