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섬(각씨도(角氏島) : 낙월군의 한 섬)
각시섬은 무안(務安) 해제(海際) 대사리(大士里) 건너 6km지점에 있는 낙월군도(落月群島)중 한 섬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영광(靈光) 낙월면(落月面) 임내리(壬內
理)에 속하는데, 사실 임내도(壬內島)는 각시섬의 작은 도(島)이면서도 이곳 섬을 대표하고 있다. 지도상에서는 한문으로 각씨도(角氏島)라 표기되어 있고 섬
이 둘이기 때문에 큰 섬은 대각씨도(大角氏島), 작은 섬은 소각씨도(小角氏島)라고도 표기하고 있다.
大士里 白마山(126m)에서 바라보면 북방으로 낙월(落月)과 중간거리에 있는 임내도(壬內島)는 겨우 8정(町)가량으로 1가구가 살고 있지만 소각씨도(小角氏島)는
17町가량으로 7가구가 살고, 대각씨도(大角氏島)는 37町 가량으로 15가구가 살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靈光 낙월(落月)에 속하지만 사실상 이 섬은 여객선마져 다니지 않는 섬이라 지체도선으로 해제(海際)로 건너 다닌다.
동경(東經) 126度 14分, 북위 35度 28分사아에 있는 큰 각시섬과 작은 각시섬은 각각 거리가 1km가량이며, 큰 각시섬의 해발은 85m, 작은 각시섬의 해발은 39m이다.
이 두 섬은 해제(海際) 白마山 밑에서 날씨가 나쁠 때 바라보면 女子의 모습으로도 변하고 병풍으로도 변하는 등 변화가 무쌍하다.
이 두 섬이 각시섬이란 이름이 붙은데는 애틋한 비연(悲戀)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안(務安) 해제(海際) 백학산(白鶴山) 밑 갯마을에는 금슬이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고기잡이를 다녔고, 부인은 해초(海草)를 따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행복했던 이 가정에 비운이 닥쳐왔다.
남편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버린 것이다. 부인은 사랑하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백학산을 오르내리며, 갖가지 약초를 캐다 달여 먹이고 인근에서 영험하다는 의원은 고루 찾아다녔으나 효험이 없이 날로 악화되어 갔다.
시름에 잠겨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던 어느날 이곳 갯마을에 사는 이웃 노파는 이 댁을 위로한 뒤 "옛부터 저섬에 선약(仙藥)이 있긴 하지만…. "하고 중얼거
리지 않는가.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띤 새댁은 "할머니 정말인가요. 그 약(藥)이 어떻게 생겼다던가요." 라며 가르쳐 줄 것을 애원했다. 그러나 이 노파는 얼른 입을 떼지 않으며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그 애원이 너무 간절하므로 "이 사람아 저 섬에 갔다 살아온 사람이 없다네. 그래도 가르쳐 달라고 할 텐가"고 되물었다.
오직 사랑하는 남편을 구하고자 하는 일념 뿐이었던 이 각시는 "내 정성을 하늘이 안다면 내가 죽지 않을것이요. 정성이 부족하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죽은들 남편을 위해서라면 여한이 없습니다."며 졸랐다. 노파는 "할 수 없지. 그러나 나를 원망하지는 마소"하며 만병에 닿는다는 마을앞 섬의 선약초(仙藥草)를 설명해 주었다.
남편을 살릴 수도 있다는 희망에 들뜬 이 색시는 집에 돌아가 미음을 쑤어 남편 머리맡에 놓고 "아주 좋은 약이 있다는 곳을 알았으니 좀 늦더라도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는 불귀도(不歸島)라는 마을앞 섬을 향해 떠났다. 이 섬에 도착한 여인은 섬을 찾고 헤매던 끝에 벼랑에 있는 약초 한 뿌리를 발견했다. 하느님께 감사하며 이 약초에 손을 댄 순간 사방에서 스르르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웬일인가! 수십마리의 뱀떼(독사, 구렁이)들이 몰려오는가 싶더니 피할 겨를도 없이 재빠른 놈에게 그의 하체를 물리고 말았다. 무인고도에서 뱀에 물린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까무라치고 말았다. 얼마 뒤 그녀는 의식을 회복했으니 이미 그의 하체는 그 자신이 보기에도 징그러운 구렁이로 변해 있었다. 몸은 구렁이로 변했어도 남편을 살리고자 했던 그의 일념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가 마을 앞 섬으로 약초를 구하러 떠나고 몇일이 지났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머리맡에 남겨둔 미음도 다 마시지 못하고 섬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부인을 부르다 죽어갔다. 이 날은 먹구름이 끼고 바다에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변했다. 그녀가 약초를 구하러 떠난 섬이 섬 건너 마을에서 보니 마치 생전의 그녀 얼굴마냥 변해 보였다. 사람들이 나와 그 이상야릇한 전경을 보고 있자니 섬에서 무엇인가가 헤엄쳐 오고 있지 않는가. 가까이 오자 그것이 커다란 구렁이임을 발견하고 모두 마을로 돌아가 숨었다. 구렁이는 입에 이상한 풀잎을 물고 그의 남편이 죽어있는 백학산(白鶴山) 산마루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는게 아닌가. 이 날 밤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이튿날 날이 밝고 마을사람들은 어제 건너왔던 구렁이가 죽
은 남편의 집을 빠져나와 섬으로 건너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뒤늦게 앓아 누운 백학산 산마루 젊은이를 생각해 냈다.
마을 사람들이 뛰어나가보니 남자는 죽어있고 그의 곁에는 어제 구렁이가 물고온 풀잎이 놓여 있었다. 이를 본 노파는 그 구렁이는 필시 불귀도(不歸島)에 건너간 색시였을 거라며, 자신이 그 섬에 선약(仙藥)이 있음을 가르쳐 주었노라고 털어 놓았다. 사람들은 이 남자를 산마루에 장사지냈다. 장사를 지내자 멀리 불귀도(不歸島)가 너울너울 춤을 추듯 보였다. 그리고는 슬픈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후부터 각시섬이라 불렀다. 그 섬에 사람들이 들어가 지금은 농사짓고 고기잡으며 산다. 논은 없지만 밭이 7정(町), 해조류 생산도 괜찮고 고기도 잘 잡힌다. 이곳 섬사람들은 이 섬위에 각시堂을 모시고 매년 정월 큰 제를 지내 그 원혼을 달래고 풍년들기를 빈다. 각시섬의 남편이 살았다는 백학산(白鶴山) 밑 마을 이름은
지금도 한(恨)을 남긴 곳이라 해서 한아치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