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옥당골로 찾아들어

칠산바다와 朝天

돗가비 2009. 8. 21. 10:59

  칠산(七山)바다는 영광(榮光) 굴비를 잡는 주 어장이다. 임자도(荏子島)에서 전라북도 위도에 이르는 영광 서해바다를 이르는 말이다.
전설은 해안에서 안마도(鞍馬島)까지 육지로 조천땅
이었는데 바다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가 중심이다. 


  칠산바다에는 자그마치 일곱 고을이 있었다. 이 고을
에 서씨(徐氏) 성(姓)을 가진 사람이 살았다(인동장씨(仁同張氏)라는 설도 있다). 하루는 남루한 차림을 한

과객이 집에 들렀다. 원래 인심 좋은 사람이라 하룻밤 잘 대접하였더니 이 손님이 떠나며 "내가 드릴 것이 없어 신세만 지고 떠납니다만, 내 말을 허술히 들어 넘기지 않는다면 아주 중요한 말씀 한 마디를 들려 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서씨가 그 말이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이 칠산고을이 바다가 될 터인데 그 시기는 저 산위에 있는 돌부처의 귀(코라는 설도 있다)에서 피가 흐른 뒤가 될 것입니다."라고 일러 주었다. 


  서씨는 이 과객의 말이 너무나 엄청난 얘기였으므로
곧이 듣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범상해 뵈지 않은 과객이라는 생각을 했던 터라 명심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매일같이 산에 올라 그 돌부처에 무슨 변이나 일지 않았나 살피며, 이 얘기를 가까운 이웃들에게 얘기를 곧이 들으려 하지 않았으며, 사람들 중에는 매일 산에 올라가 돌부처를 살피는 서씨를 미쳤다고까지 말하였다.

이 고을에는 짐승을 잡아 파는 백정이 살고 있었다.
그는 평소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고 미신같은 것은 아예 외면하면서 짖궂은 짓을 잘 하였다. 그는 동네에  사는 서씨가 산위에 있는 돌부처의 귀에서 피가 흐르는 날 칠산고을이 바다가 된다는 소리를 하면서 매일처럼 산에 올라가 그 돌부처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살핀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백정은 서씨를 골려줄 양으로 서씨 몰래 산에 올라
가 그가 잡은 짐승의 피를 귀나 코에 발라 놓고 내려와 서씨의 거동을 살폈다. 산에 올라갔던 서씨가 혼비백산하여 마을로 뛰어 내려오며 "돌부처 귀에서 피가 났다. 바닷물이 밀려오기 전에 빨리 높은 산으로 올라가자"고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백정은 "저 영감 내가 어쩌나 보려고 고기피를 돌부처에 발라 놓았더니 저 소동치는 꼴을 보라"며 비웃는 태도로 동네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서씨는 그가 믿은 대로 짐을 꾸려 가족을 이끌고 높은 산으로 달려 올라갔다.


이 소동은 이 고을 원님에게까지 알려졌다. 이속(吏屬)들은 미친 서영감을 잡아다 민심을 현혹시킨 죄로 곤장을 때려 주자고 간했다. 그러나 이 고을 원님은 보는 것이 있었던지 주위에 와 있는 관속들의 상을 살펴 보더니 "그 영감 말이 옳으니 살고 싶은 자는 빨리 산으로 오르라" 이르고는 바삐 영감님이 오른 산으로 달려갔다. 이것을 본 이방관속들은 "우리 고을 원님도 미쳤다"고 비웃었다.

서영감이 가족을 이끌고 얼마쯤 산을 올랐는데 천지가 개벽하듯 천둥이 치며 비가 쏟아졌다. 뒤돌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원님이 내달아 따라 오르고 있었는데 이미 그가 살던 고을은 바닷물이 밀어닥쳐 물속에 잠기고 있지 않는가, 서영감은 가족을 재촉해 산으로 달려 올라갔다. 산중턱에 이르니 한 소금장수가 소금 지게를 괴어놓고 앉아 있으므로 빨리 산으로 오르자고 재촉했다. 그랬더니 이 소금장수가 가로되 "영감, 걱정마오! 바닷물은 이 지게발목 바로 밑까지 차고 그칠 것이니 더 오를 필요없소"라고 말했다.

서영감은 달려 올라가다 자신있게 말하는 이 소금장수의 말이 이상했으므로 되돌아서 발밑에 차오르던 바닷물을 바라 보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노도처럼 뒤미쳐 차오르던 바닷물이 칠산 일곱 고을을 삼키고 소금장수 지게밑에 닿아 잠잠히 평소의 바다와 같아지지 않는가. 사방을 둘러보니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가족과 고을 원님, 그리고 소금장수 뿐이었다.

사람들은 살아 남은 지점이 염산면 야월리 가음산(歌音山)(260m)이라고 말하고 있다.

'함께 사는 세상 > 옥당골로 찾아들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자용 명당  (0) 2009.08.21
구호동(九虎洞)  (0) 2009.08.21
방고개  (0) 2009.08.21
헐루게재  (0) 2009.08.21
각시섬  (0) 200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