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걷기(완)

서울둘레길 열나흗날

돗가비 2014. 10. 11. 20:17

141011. 맑음. 14일간에 걸쳐 서울둘레길을 마치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벚꽃로를 따라서 금천구청까지-금천구 은행나무사거리-금하로를 따라 벽산아파트단지까지-호압사-천주교삼성산성지-관악산둘레길따라 걷다-보덕사에 도착하고-이어서 서울대까지.

가을 단풍철을 앞두고 서둘러 둘레길을 마무리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금천구청까지는 대로변을 걷는 길을 택했다. 안양천변을 걸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볼거리가 단조롭기는 매한가지여서 한국공업단지의 대명사였고 경제발전의 큰 축이었던 구로공단을 구경할겸해서 공단거리를 걷기로 했다. 한국수출산업 국가산업단지 구역을 지나면서 보면 내가 어렸을 적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살았던 그런 구로공단이 아니었다. 수십년이 흐른 뒤인데 변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만. 공업단지는 빌딩형 공장으로 대부분이 변해있고 지금도 공장인지 빌딩인지 모를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예전에 공장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계소리가 요란한 곳도 많긴하지만 예전의 구로공단은 아니다. 토요일이어서인지 자동화때문인지 사람들이 붐비지도 않고 거리도 한산하기만 하다.

금천구청에서 시흥대로를 잠시 걷다 벽산아파트단지를 찾아서 호암산을 보면서 걷는다. 길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서민들의 삶을 볼 수 있는 마을분위기를 읽을 수가 있다. 길을 가다 붕어빵 2천원어치를 사서 먹으면서 걷는다. 은행나무사거리 근처에서 생밤을 5천원어치 사서 배낭에 집어 넣는다. 먹을거리가 길거리에 넘쳐난다. 그리고 조금 더 걷다 분식집에 들러 감자떡 2,500원처이와 만두 2천원어치를 사서 점심으로 먹을 요량으로 배낭에 넣는다. 그리고 벽산아파트가 보이는 곳에 이르러 다리가 팍팍해진다. 비탈길을 오르자니 다리가 무겁기만 하다. 길을 걷는 할머니가 길동무에게 싸목싸목가자고 하는 말이 정겹게 들려온다. 그래 전라도에서는 천천히 가자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싸목싸목가자고 한다.

벽산아파트에서 호압사로 가는 산에 접어들면서 서울둘레길 표지를 찾아내고 잦나무숲 평상에서 점심으로 만두와 감자떡, 그리고 집에서 가져 간 과일을 먹는다. 호압사에 들러 구경하고 길을 걷는데 이제부터는 관악산둘레길과 겹치는 길인갑다. 산길이 너무 좋다. 산책로로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길임에 틀림없겠다. 숲이 우거지고 경사도 완만하며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너무나도 좋은 곳이더라. 걷다보면 성모마리아상이 서 있는데 거기에 왜 서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내가 보기엔 그곳에 참 의아하더라. 그리고 더 걸으면 보덕사라는 절이 나온다. 절은 입구부터 빗자루질을 하여 쓸었는지 너무 정갈하다. 낙엽도 없을 정도로 깨끗한데 절집은 단촐하다. 대웅전과 요사채 그리고 범종각이 전부이다. 그리고 여느 절과는 다르게 스님도 안보이고 조용하기만 하다. 특히나 다른 것이라고 하면 불전함이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른 절들은 탑이나 대우전앞에도 불전함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어디에도 시주를 할만한 곳이 없다.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서 나와 마누라는 결론을 어설프게 내린다. 아마도 일본의 불교교파가 아닐까하고? 보통의 거창한 절과 집을 키우느라고 일년내내 공사만 하고 있는 절들이 많은 시절에 참 차분하고도 정갈한 절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좋다. 산길을 따라 3키로 가량을 그렇게 표지판을 따라 걷다보면 서울대입구에 도착하게 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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