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20. 맑음. 화랑대역→서울여자대학교→태릉·강릉→삼육대학교→불암산능선→불암산정상→천보사·경수암→당고개역
날씨는 덥고 짜증은 나지만 집에 앉아 있는다고 뾰쪽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해서 집을 나선다. 기왕에 가던 길이니 중간에 끝내지 않고 마무리 지을 요량으로 차를 탄다. 오늘은 불암산구간이다.
화랑대역에 내려 등산객차림의 몇 명을 보고 뒤따라가면 되겠다싶어 주저하다 영감님 두 명이 가는 길을 졸졸 따른다. 화랑대역뿐만이 아니라 이 지역은 처음오는 곳이라서 너무나 생소하여 사방 분간하기도 힘이 든다. 해도 이 구간은 불암산둘레길이 서울둘레길과 동일선상이란걸 알고 있어 편하게 걸어가는데 불암산둘레길 말뚝이 보여 그길로 우린 가기로 한다. 영감님들은 물론 다른 길로 가는거겠지.
우린 첫날부터 그랬지만 둘레길이라고 정해진 길은 없다는 전제하에 움직이니까 괜찮다. 어디로 간들...
그냥 서울 외곽을 한 바퀴 돌아보면 된다. 불암산둘레길은 여러 길이라고 생각해서 그 중에 하나 골라가면 되겠거니하고 무작정 걷다보니 이게 아니다. 주택가를 빙빙 돌고 있는 기분이랄까. 서울여대 근처 주택가를 한번 둘러본 것이다. 뭐 이것도 산교육이거니하고 걷자니 괜찮다. 다시 큰 길로 나와 태릉앞을 지나게 되고 이어 삼육대학교가 나온다. 삼육대학교 안으로 들어가서 호수가 있는 곳에 도착해서는 산속으로 들어간다. 길을 걷다 오늘은 오랫만에 그냥 불암산 정상으로 해서 가기로 정했기에 불암산을 오르는 입구를 찾는데 이게 어렵다. 길을 물어 삼육대학교 안으로 들어서기는 했는데 감이 잡히지 않아 오르다보니 제명호수라는 곳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실같은 산길이 있어 무작정하고 그 길로 들어선다. 길은 오르면서 더 희미해지고 사람도 다니지 않으니 아차 길을 잘못들었구나하는 감이 오게 되고. 다시 뒤돌아서기도 힘들고 하여 오르니 능선에 도착하는데 철제 담장이 길을 막는다. 그곳에서 서성이다가 누군가 철망을 뜯어 낸 곳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통과한다. 그리고 몇 십미터나 갔을까. 그곳도 철망이 길을 막는다. 이번엔 철망을 넘어간다. 내 키보다도 높으니 족히 2미터는 훨씬 넘을 담장을 넘어가야 했다. 집에 와서 보니 허벅지에 피멍이 크게 들었더라는 사실. 더구나 허망한 것은 처음에 뚫린 철망을 넘지 않고 그냥 따라 걸었더라면 두번째에 철망을 넘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었더라는 거다. 그리고 제명호에서 불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는데 제명호를 따라 더 걸어야 하는데 우린 조금 성급하게 산길로 접어들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능선에 도착하고부터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빨간 점선이 걸었던 길. 빨간 실선이 정상 등산로인데 반대방향으로 걸었나보다.
불암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는 힘든 구간이다. 그래도 길이가 짧으니 별 무리없이 불암산정상을 올랐다. 난 불암산을 와 봤지만 마누라는 처음이라 오늘 둘레길은 일부러 불암산정상길을 택한 것이다. 불암산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내려온다. 그리고 천보사, 경수암이 있는 계곡을 따라 걸어내려오다가 당고개역에 도착한다.
당고개역에서 사당역은 너무 편하다. 종점에서 종점까지 앉아서 갈 수 있으니까. 다음 구간인 수락산도 정상을 오를까 수락산둘레길을 걸을까 고민해야 한다. 마누라가 수락산을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가고 싶어하니까. 이게 둘레길이다. 백두대간 종주길은 벗어나서 걷는 것을 인정할 수 없지않은가? 하지만 둘레길은 정해진 길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간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 가는 데로 골라 갈 수 있다는 것.
태릉·강릉. 이곳은 조선왕릉전시관이 있는 곳으로 표를 끊고 들어가 능내를 구경하고 나오면 된다. 태릉에서 강릉쪽으로 나오거나 그 반대로 걸으면 큰 도로가를 걷지 않아도 되니 좋겠다. 왕릉을 구경하면서 공부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 더욱 좋았을것을.
우린 그걸 몰랐다.
삼육대학교 안에 제명호라는 호수. 삼육대학교를 설립한 이제명목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인공호수라죠. 가뭄이라 그런지 녹조현상이 심하다.
불암산 정상 근처에 오르다보면 서 있는 명품 소나무. 한마디로 대단하다.
불암산이 보여주는 한폭의 동양산수화.
불암산정상에서.
불암산정상에서 수락산으로. 불암산정상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돌덩어리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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