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03. 맑음. 28인승산악회.
몇 년전에 한번 다녀왔던 산이다. 산보다는 주산저수지이다. 마누라가 주산지를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차에 일정이 맞아 드디어 구경을 하게 되었다. 전에 수달래가 피던 봄에 왔는데 이번엔 단풍이 물드는 시절에 왔으니 시절은 잘 맞춘듯하다. 새벽에 주산지에 가니 물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게 생겼다. 단풍도 많이 시들어버리고 볼품이 없다. 그냥 동네마다 있던 농업용저수지와 별반 다른 모습이 아니라서 실망이 크다. 글로 남길만한것도 없을듯.
다시 주왕산입구인 대전사로 간다. 입구 식당에서 청국장으로 조팀장을 포함한 셋이서 아침을 먹는다. 청국장이 옛날식인데 묵은 냄새가 나는게 정말 시골청국장 맛이다. 그래서인지 내 입맛에는 짜다. 가격은 9천원이나 하니 비싸다. 관광지이니 그러려니 하고 말아야 맘이 편하다.
입구를 걸어가는 내내 각종 물건들을 파는 장사꾼들이다. 청송에서 생강이 많이 나는지는 처음 알았다. 대추와 사과 그리고 감이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생강이 그리 많이 생산되다니, 설마 다른 지역에서 가져다 파는건 아니겠지.
대전사를 들어가면서는 거금 2천8백원이던가하는 입장료를 지불해야한다. 너무 비싸다. 사찰이란게 유지보수비가 너무 많이 들어 어려움을 겪는다는건 알지만 그래도 상식수준에서 모금을 했으면 좋겠다. 천냥 정도로.
대전사를 지나고 삼거리에서 주왕산으로 길을 잡는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에는 내내 오르막길이라 힘이 든다. 한 시간 가량을 오르면 주왕산 정상이다. 쉬며가며 가는 길이라 그리 힘들이지는 않았다. 정상 근처에서 가볍게 간식을 먹고 이제 우리는 쉽없는 내리막길을 달려야한다. 가는 길옆으로는 단풍나무가 아직도 잎을 달고 있는데 가뭄이 아니었다면 정말 주왕산의 멋진 단풍을 실컷 구경할수 있었겠다. 다시 한 시간반가량을 달려 내려오니 삼거리에 도착하게 되고 3폭포를 구경하러 간다. 3폭포에서 우린 조팀장과 길을 달리해서 내원마을로 향한다. 내원마을엔 한 칸짜리 학교건물과 서너채의 민가가 있었는데 근래에 전부 철거하였다는 뉴스를 접한적이 있어서 확인차 가보는 것이다. 역시 그곳은 깨끗하게 쓸어 마당을 만들어버렸고 표시판만 세워 놓았다. 내 생각에는 그 당시의 민가와 학교분교를 잘 보존하여 남기고 관광상품화해도 좋으련만. 아쉽다.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만 세월을 잊은채 그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그거라도 남아있으니 다행스럽고 감사하며 반갑다.
근처에 앉아 간식을 먹고 다시 길을 걷는다. 되돌아오는 길은 볼거리도 없고 해서 그냥 내달린다. 길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서울의 명동을 방불케하니 슬슬 짜증도 나고 먼지가 심해 차분하지가 않다. 2폭포 구경은 생략하고 그냥 지나치기로 하고 1폭포가 있는 협곡에서 조팀장을 만나 그곳부터는 그야말로 백미터 달리기를 하는 요량으로 걸었다. 사람들과 먼지와 소음으로 머무르고 싶지 않은 길에 게으름을 피우는것도 죄스러울것 같아서다.
대전사에 도착하여 절구경을 하고 입구로 걸어나온다. 식당에 들어가서 산채비빔밥과 파전 그리고 막걸리 한 병으로 점심을 먹는다. 아침 먹은 집보다는 음식이 더 맛있다. 인심도 더 후하다. 막걸리 한 병을 서비스로 주는 맘씨의 일하는 아가씨. 예쁘다.
3시에 출발하기로 한 버스는 산행대장이 립서비스로 30분 연장해준다는 아침멘트로 정말 늦게 내려오는 눈치없는 회원탓에 늦어져 3시반에 출발하였다. 차안에서 골아 떨어졌다.
예쁜 사진을 찍어 준 조형근팀장님께 감사드린다.
주왕산 정상이 되겠다.
찾아보면 조팀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말라버린 단풍이 아쉽다.
3폭포.
3폭포상단부.
내원분교 옛터.
내원마을의 당산나무만이 마을의 흔적을 간직한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원마을 당산나무 옆의 요상스럽게 생긴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