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인생/팔도명산들어가기

원적산

돗가비 2012. 3. 4. 20:58

120304. 맑음. 혼자서.

 

산수유꽃 진 자리             - 나 태 주 -

사랑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삧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원적산은 산보다도 산수유로 더 유명한 산이다. 봄이면 산수유마을에 온통 노랗게 꽃이 피고 축제가 열린다. 산행 초입에도 산수유나무가 지천이었다.

설봉산을 잽싸게 둘러보고 내려와 집에 가자니 허전하다. 그래서 내친김에 원적산까지 섭렵이다. 내비로 원적산을 찍으니 안내를 하는데 요상타. 이게 인천으로 안내를 하고 있다. 인천에도 원적산이 있나보다. 아님 식당이름이라도 되나. 한참을 되돌아서 다시 도드람산 근처로 와서 원적산낙수재폭포라는 곳을 안내해주기에 그냥 그곳으로 간다.

13:10 어느 마을 뒷편으로 차는 농로 길로 접어들어 청송심씨 선산앞에 선다. 그곳에서 길을 물으니 아무데로나 올라도 원적산이란다. 임도를 걷다 옆으로 빠져 길을 찾는데 고만 잘못들어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곳으로 가고 만다. 정말 급경사를 오르는데 오늘 하루 중에 가장 빡시게 산을 타는 구간이다. 한참을 진땀흘리면서 오르니 사람들 소리가 나고 등산로가 나온다. 그곳에서 원적봉까지는 무사천리. 오르막길이지만 길만 뚜렷하면 어려울게 없다. 오르고 또 오르니 원적산이다.

그때가 13:50분이네. 한 모금에 물과 오렌지 하나를 먹는다. 원적산에서는 이천시 관할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설봉산에서의 느낌과는 전혀 딴판이다. 눈이 트이면서 시원하다. 능선을 따라 걸으니 천덕봉인데 14:15분이다. 여기에는 모형비행기를 날리는 동호회 사람들이 몇 명이서 비행기에 몰입하여 있고 비행기를 동족으로 착각이라도 한듯 독수리 한 마리가 같이 날고 있다. 천덕봉에서는 북쪽으로 앵자봉이나 양자산 등이 들어 온다는데 산을 구별할 수는 없다. 내가 무슨 산인지를 모르겠다. 알아야 면장도 하지. 천덕봉에서 넉고개라는 곳까지의 능선산행은 정말 재미나겠다는 생각이다. 큰 오르내림도 없으면서 양쪽으로 확 트인 전망이 일품이겠다. 그리고 천덕봉 아래로는 무슨 골프장이 두 개나 있고 멀리로는 스키장도 두어개 보이고 앵자봉있는 곳으로도 골프장이 보인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골프장 천국이로세. 시원스레 눈으로 구경을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서 걸음을 재촉한다. 그리고 주차해 놓은 곳에 도착하니 정확히 15:00이다.

하루에 세 개의 산을 오르내린 마무리 시간이다. 예전에 버스를 타고 경남 통영의 미륵산, 고성의 연화산과 마산의 무학산을 다녀 온 후로 기록이다. 그때는 버스와 택시로 시간을 단축하느라고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무학산은 정상석도 보지 못하고 내려왔다. 오늘 산들은 그나마 낮은 산이라서 다닐수 있는거지 이건 미친짓이다. 아침 밥을 먹고 집을 나서면서 물 한병과 오렌지 두 개를 가지고 나와 설봉산에서 오렌지 하나와 물을 조금 마시고 원적산에서 마찬가지로 오렌지 하나와 물을 조금 마신거 외에는 뱃속에 집어 넣은게 없다. 그리고 도움을 준 사탕 3알. 이게 전부다. 배를 쫄쫄 굶으면서 산행할 이유가 있을까? 집에 도착하여 오리고기볶음에 비벼 먹는 밥 맛이 꿀맛이다. 정말 행복했다. 나라는 인간 정말 피곤한 사람이다고.

 

 

원적봉에서 보는 들판. 이제는 들판이지 평야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겠다. 드넓은 평야지대엔 공장과 아파트가 모두 들어서 있어.

원적봉에서 바라보이는 천덕봉.

 

천덕봉에서 넉고개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타면 제대로 맛을 느끼겠다하는 생각. 능선에 솟은 봉우리가 정개산.

천덕봉에서는 골프장과 스키장만 보인다.

원적산의 북으로 양자산이나 앵자봉이 있다는데 저 멀리 산들이 아닐까싶다.

영원사계곡. 저 멀리로 남한강이 보인다.

원적봉은 천덕봉보다 백여미터는 낮은데 산이름은 원적산이다. 능선의 끝지점이 천덕봉에서 보는 원적봉이다.

천덕봉에서는 모형비행기동호회원들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고 하늘에서 같이 독수리 한 마리가 날고 있다.

천덕봉아래 예비군 훈련장. 파란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낙수재폭포 등산로 입구에 있는 청송심씨 선산. 묘비들이 당당하게 서 있다. 이 일대가 전부 청송심씨 세장산이라도 되나 보다.

'혼자 걷는 인생 > 팔도명산들어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운산  (0) 2012.03.18
구봉산(용인)  (0) 2012.03.18
설봉산  (0) 2012.03.04
도드람산  (0) 2012.03.04
수리산   (0) 201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