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03. 맑음. 28인승산악클럽
14:30 소석문 들머리 출발- 06:00 405봉- 07:20 무덤- 07:40 425첨봉(아침식사)- 08:20 475봉(덕룡산, 주작산 정상)- 08:40 작천소령- 08:50 주작산갈림길- 09:50 다시 주작산갈림길- 13:10 오소재 날머리 도착.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다 남녘 땅끝마을에 가게 된다. 전국에 주요 산들을 두루 섭렵하지만 그래도 명산축에 끼고 싶은 산이지만 가보지 못하고 기회만 노리는 산들이 꽤 많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주작-덕룡산이었다. 혼자서 가기에는 교통이 너무 멀고 해서 기다려보지만 산악회 일정과 엇갈리는 바람에 수시로 기회를 놓치다 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산행에도 처음엔 1호차까지 신청을 받을 정도로 회원들의 호응이 적극적이다가 무슨 사연들인지 하나 둘 취소가 이어지다가 1호차도 만차가 되지 못하고 20여명이 출발하게 되었다. 2일밤부터 전국적으로 비나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특히나 남해안 일대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산행 자체가 취소가 되나 싶었다. 서울에서 비를 맞으며 교대역으로 가서 차를 타고 출발하였다. 백양사휴게소에 도착하니 그때까지도 가랑비가 내린다. 오늘 산행은 상당히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과 등산로가 암릉지대라서 위험하니 차라리 두륜산이나 갔다와야 하나 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어둠속에서 소석문이란곳에 도착하니 그곳은 맑게 개어 있다. 지명이 소석문이라는데 문은 보이지 않는데 어느 곳인가에 작은 돌문이 있지 않나 싶다. 아무튼 날이 개어 무진장 반갑다. 이곳 길이 엄청 험해서 비가 내리면 산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게다. 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게 비가 내릴 기세는 아니다. 들머리로 들어서면서 나즈막한 경사를 오르기 시작하는데 하늘에 별이 마치 나뭇가지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것처럼 바로 눈앞에서 보인다. 데롱데롱 매달려 흔들리는 시계추같다. 무박산행을 그리 많이 하면서 별을 봐왔지만 이리도 별이 낮게 내 눈앞에 내려와 앉아 있는건 처음이다. 별이 어찌나 크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산행이 취소되었다면 정말 후회할뻔했다는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서서히 산을 오른다. 얼마쯤일까? 산은 갑자기 바위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험로가 펼쳐진다. 낮에는 잘 보일 등산로가 어둠속에서는 그냥 많은 사람들이 다닌 바위 위의 발자국으로만 보인다. 바위를 오르고 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한참을 걷다보면 왔던 길을 빙빙 도는 느낌을 갖는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기분을 갖고 수시로 바위를 잡고 네 발로 기어 오르고 그러다 밧줄을 잡고 올라타면 다시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길은 사라지고 대충 짐작으로 바위를 건너 뛰면 길이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그곳에서의 오르내림은 즐거움이다. 위험한 바윗길을 돌고 돌아서 미끄러운 길을 밧줄을 잡고 올라가니 덕룡산 동봉이란다. 동봉이란 표지석이 있는데 나는 대뜸 누가 이런 험한 산꼭대기까지 이리 무거운 비석을 메고 올라왔을까 싶어진다. 정말 아슬아슬한 바위산에 표지석을 세우느라고 힘든 작업을 했을 사람들이 대견스럽다. 나무 표지판이 있던데 그냥 그걸로 만족하면 안될까?
동봉에서 배낭을 내리고 가볍게 휴식을 취한 다음에 서봉으로 향한다. 대충 산행에서 첫 봉우리를 오를쯤이면 그날에 일행이 정해진다. 선두와 중간 그리고 후미가 그룹으로 나뉘어지기 시작한다. 서봉을 오르기 위해 가는데 턱하니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바위봉우리가 무섭게 다가온다. 누군가 한 사람이 암벽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나와 네 명이서는 우회길로 접어 든다. 서봉을 우회해서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험한 바위길을 걷다보면 억새밭이 펼쳐지면서 동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일출을 보게 되는 것이다. 붉게 물든 해가 가슴 벅차게 차오르는데 지리산천왕봉에서 보는 일출과는 다른 감회를 느낀다. 수양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그냥 앞길로 내달리면서 425봉에 도착한다. 이곳 425봉을 덕룡산의 끝 지점이 되면서 첨봉이라고도 나온 지도가 있다. 바람이 없는 한켠에서 아침을 먹는데 일행 4명이서 가지고 온 음식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면서 그제서야 얼굴을 익히게 되고 날머리까지 고생을 같이 하게 된다. 425봉 이곳은 땅끝기맥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덕룡산 방향이 아닌 아래 지도의 첨봉이라는 곳으로 나즈막하게 내려서는 길로 접어들어야 기맥을 가는 길이다. 아침용으로 가져 간 떡집의 약밥이 딱딱해서 먹기가 거북스럽다. 목이 메이고 별 맛이 없다. 여러가지 음식을 무박산행의 아침식사 대용으로 가져 가 보는데 매번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무래도 인절미 몇 개를 먹는게 제일인듯싶다. 일행과 함께 과일과 떡으로 아침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475봉을 오르면 표지가 두 개이다. 하나는 주작산의 정상표지석이고 하나는 덕룡산의 정상표지판이다. 같은 해남으로 지역이 다른것도 아니고 왜 그런지는 궁금증으로만 남는다. 높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은 산을 서로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욕심일뿐이다. 산은 그자리에서 내색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데. 최고봉인 475봉을 내려서면 작천소령이다. 오른쪽으로는 임도와 양란재배지가 있고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막을 오르면 본격적인 주작산의 등로가 시작된다. 지도의 주작산이라는 곳을 가기 위해서는 임도에서 오른편으로 가다 산속의 샛길로 접어들어야 편하겠다. 우리 선두 일행은 오르막을 오르고 능선 삼거리에서 배낭을 벗어 놓고 주작산으로 향한다. 다시 세 갈래로 갈라지는 임도에 내려서면 곧장 산속의 등산로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그만 임도를 따라 걸어가 버렸다. 임도를 마냥 따라 가자니 저 멀리에 팔각정이 보이고 그곳은 주작산 너머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그러고 보니 임도를 따라 주작산을 넘어서 버렸다. 하는 수없이 임도를 되돌아서 걸어와 주작산 정상은 밣아보지를 못했다.
배낭을 벗어놨던 곳으로 되돌아와서 숨고르기를 하고 다시 출발한다. 한 시간의 주작산행은 미완성으로 끝나고 길을 걷자니 힘이 빠진다. 그곳에서 약 5키로는 암릉지대로 무던히도 길이 더디고 암팡지게 힘이 든다. 아무리 걸어도 봉우리 하나를 넘기기 힘들다. 빙빙 도는 바위 틈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길은 이어지고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도 매번 밧줄을 잡고 오르고 내리고 해야 한다. 유격훈련이 따로 없다. 사람마다 설악산 공룡능선보다 훨씬 힘들다는 푸념들을 늘어 놓으면서 그래도 산길은 계속 걸어야 한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해남의 너른 들판이 보이고 완도와 강진 땅이 보이는 그런 기다란 산길을 그렇게 걸어야 한다. 걷다보니 철없이 피어난 진달래가 있고 동백꽃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겨울날씨답지 않게 따스한 바람과 기분좋은 햇살이 고마울 따름이다. 지루했던 암릉지대를 벗어나는 봉우리에 도착하면서 하루의 힘든 산행이 마무리 되어 진다. 그곳에서는 잡힐듯하게 두륜산이 보이고 발아래로 오소재 약수터 주차장에 차가 보이고, 편안하게 펼쳐지는 등산로를 따라 조금 발품을 팔면 오소재에 도착한다.
최근 등산이 유행하면서 각 지자체마다 등산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어떤 곳은 만들어놓고 관리가 되지 않아 더럽고 지저분해서 오히려 기분이 불쾌하기도 하고, 어떤 고장은 그나마 편의시설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어서 민망할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주작-덕룡산 산행에서는 초입의 소석문에도 화장실이 있는데 아주 깨끗해서 기분이 좋은 상태로 등산을 시작했는데 내려와서도 보니 아주 큰 화장실이 있고 너무 깨끗했다. 주변에 상가도 없는데도 화장실은 아주 잘 만들어 놓은 강진군청과 해남군청에 감사를 드린다. 약수터 물맛도 짱이었다.
덕룡산 동봉. 가파른 정상에 저런 표지석을 세운다는게 여간 정성이 아니겠다.
덕룡산 암릉지대를 다 지나고 억새밭에 도착하면서 일출을 보았다.
지나온 덕룡산 암봉들.
주작산.
덕룡산과 멀리 강진 그리고 월출산 방향.
475봉. 이곳은 주작산과 덕룡산의 정상이라는 표지가 따로 서 있다.
주작산 암릉과 멀리 두륜산 봉우리들.
땅끝기맥 능선에서 옆으로 빗겨나 있는 주작산.
아래 사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산행했던 만두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이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