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16. 흐리다가 비 내림. 부부산행.
저번 주말에 산행을 못하고 이번주에는 토욜엔 결혼식이 참석이 있어 어려워 일욜에는 오대산을 가기로 결정하고 약속해 놓은 터이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내린다는 소식도 있고하여 어찌할까하다가 결정된거 아침에 일어나 비가 안오면 가기로 하고 정해 놓고 5시에 일어 난다. 특별히 준비할 물건도 없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월정사 가는 동안엔 비가 오락가락 했고 그래도 날씨에 대한 희망을 접지 않고 가기로 한다.
월정사를 가기 위해 1인당 3천원의 입장료와 5천원의 주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건 너무 비싸다는 기분이 든다. 입장료도 그렇거니와 맨 땅에 차를 세우게 하고 서는 5천원의 주차료를 이런 산골짜기에서 받는다는건 횡포일게다. 상원사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서 산행을 하는 편리함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무튼 상원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냅다 사자암으로 오른다.
중대사자암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보다는 적멸보궁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가 압권이다. 해서 서둘러 사자암을 구경하고 적멸보궁으로 오른다. 적멸보궁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전에 왔을때는 연등도 몇 개 없었고 앞 뜰도 넓게 트여서 구경하기가 좋았는데 연등으로 가득찬 마당에는 사람들이 움직이기도 힘들게 하늘을 덮여 있다. 적멸보궁은 풍수를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명당이라는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좌로 상왕봉과 두로봉이 둘러쳐져 있고 우로는 호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좌우를 감싸주고 뒤로 주봉인 비로봉까지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앞에는 동대산이 가로 막고 있음이 조금 답답한 감을 빼고는 말이다. 적멸보궁을 보고 비로봉을 오르기로 결정하고 다시 힘을 낸다. 이곳에서 비로봉까지는 경사가 상당하다. 속도 조절을 하면서 한 시간여를 걸어 비로봉에 오른다. 비로봉 백여미터를 남기고 날씨가 더욱 거칠고 지고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정상에 오르자마자 앞을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어 버린다. 부리나케 사진을 서로 찍어주고 곧장 하산을 시작한다.
쉬지 않고 하산을 하는데도 날을 갈수록 나빠지고 얼마후에는 비까지 굵어지기 시작한다. 방수자켓을 걸쳐 입고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쉬지 않고 마냥 하산하는데 비바람이 그치질 않는다. 상원사길로 내려서고 주차장에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날을 좋아지고 사람들은 다시 활기를 찾는다. 벌써 12시가 넘어선다.
월정사를 구경하고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보내다가는 집에 밤중에 가게 생겼다. 점심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월정사는 입장료도 내고 했으니 구경이나 하고 가자고 합심하고 월정사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이번주에는 월정사에서 무슨 축제를 하는지 먹을거리도 풍성하고 여러가지 전통민예품도 만들고 하는 천막이 수두룩하다. 절은 절다워야 좋은 법인데 너무 요란스럽다. 하긴 야단법석이 이런데서 나온말이라니 이해는 한다. 이게 현대판 야단법석아니겠는가. 적광전앞에서는 사물놀이패가 풍악을 울리고 여기저기에서 즐겁고 재미나게 노는게 보기엔 좋다. 절도 이젠 이런 맛이 있어야할게다. 산중에 절간이라해서 사람 출입을 통제하고 수도승들만의 세상이 된다면 갈수록 민중과는 거리가 멀어질거닐까. 월정사 절간을 구경하고 전나무숲길을 걸어 본다. 유명하다는 전나무숲길은 상상속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넓디넓은 길에 전나무가 빼곡하지는 않았다. 6백년된 전나무가 몇 년전에 넘어져 있는데 정말 크기가 엄청났다. 전나무숲길을 걷고 되돌아와서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경험상으로 이곳에서 조금 더 머물다가는 집에 가는 시간이 몇 시간은 길에서 허비하게 된다. 그렇게 우린 하나의 산을 품어보고 왔다.
상원사 가는 길의 섶다리. 이때까지만해도 아주 맑은 표정이었다.
적멸보궁을 오르기 전의 중대사자암. 좁은 땅에 암자를 올리기 위해 단을 쌓듯 암자를 지어 특이한 모습을 하는게 오히려 더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변하는 마누라.
비바람에 사진 한 장 박기도 어렵다는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비로봉에 오르니 비바람에 눈을 뜨기도 불편하다. 겨우 사진 한 장 남기고 부리나케 하산한다.
오대산의 단풍.
하산해서 월정사 입구에서 다시 평상심을 찾은 얼굴.
이젠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월정사 전나무숲길.
오늘따라 월정사에서 주관하는 축제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호젓한 숲길을 걸을수는 없었다. 그래도 오랫만에 둘이서 산행을 하고 주말의 여유를 갖은게 기분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