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인생/지리서락한라가기

지리산12 거림-세석-천왕봉-중산리

돗가비 2011. 11. 13. 14:05

11.11.12. 맑음. 28인승산악회원들과.

04:15 거림- 05:37 05표지목- 06:27 10번 표지목- 06:37 청학동갈림길- 06:47 세석대피소(1시간 아침식사)- 11:10 천왕봉- 14:20 순두류- 14:55 중산리 주차장

 회원미달로 출발이 걱정된 산행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회원들이 성원을 해서 어렵사리 출발이다. 한밤중에 거림에 도착하니 앞뒤 분간도 안되고 한번도 와보지 않은 곳이라 갈팡질팡이다. 팀장의 리더로 따라나서려는데 양말도 갖춰 신지 않았음을 늦게 깨닫게 되고 부랴부랴 서둘러 산행채비를 한다. 거림에서 오르는 초입은 의외로 너덜길에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음력 열엿새의 보름달은 주변을 밝혀주는데 아주 嬌嬌한 멋들어짐이 있다. 바람은 아주 미미하게 스산한 느낌을 얼굴에 느끼게 해주고 달빛에 계곡물은 은빛으로 반사되어 거울처럼 주변을 비추어준다. 잘 닦아진 등산로와 너덜을 번갈아가면서 걷자면 신경이 곤두서지만 늦가을의 이런 기분을 뺏어가지는 못하나보다. 단풍은 떨어져 발아래 뒹굴고 꽃향기는 없지만 코끝을 간지럽히는 이런 바람과 달빛은 새벽산행을 하게 만드는 동기이기도 하다. 서둘러서 목적을 정해 달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여유를 부리지면 이보다 더한 행복도 없으리라.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외길이다. 다른 산악회의 사람들도 없고 오로지 우리 일행들만이 걷기에 부산하지도 않고 좋다. 그렇게 걷고 걸어서 얼마쯤을 갔을까. 발아래에 질퍽거림을 느끼게 된다. 이곳은 늪지대처럼 넓게 물길이 생겨서 계곡물이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어둠속에서 분간을 할 수는 없고 나뭇가지에 이곳이 무슨 표지를 해놨다. 한 시간을 넘게 걸은후로는 속도를 붙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시간 반을 걸어서 세석에 도착했다. 거림에서 세석은 급경사가 없는 완만한 길이더라. 다음엔 기회가 된다면 하산길로 잡아보리라.

세석대피소에서 일행과 함께 아침을 먹고 촛대봉을 오른다. 촛대봉 정상에 올라 보니 구례방면에 운해가 정말 가관이다. 하얀 뭉게구름이 운해를 이루면서 피어 있는데 한참을 구경하였다. 발아래 구름을 두고 있자니 이게 신선이 아니겠는가. 촛대봉에서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그렇게 지리산 능선은 끝없을것처럼 이어진다. 촛대봉에서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에 도착한다. 대피소에서 편하게 쉬기를 오랫동안 한다. 기념단체사진도 박아보고 간식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제석봉을 오르고 천왕봉에 도착한다. 오늘도 천왕봉에서 사람들로 북적인다. 조용할 날이 없다. 다시 회원들이 모두 오르기를 기다렸다 이제부턴 하산길이다. 대원사를 계획했던 일정은 세석대피소에서 버렸으니 차분하다. 중산리로 하산하는 길은 급경사에 돌길로 무릅이 아프다. 힘든 내리막을 걸어오며 천왕샘에서 달콤하고 맛있는 샘물을 실컷 들이킨다. 천왕봉아래 있는 천왕샘은 좀처럼 수량이 많아 넘치는 날이 별로 없던데 오늘은 물이 철철 넘쳐난다. 그곳에서 법계사까지는 쉼없는 내리막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오늘은 왠지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외국인들은 이상하게시리 흑인은 없고 백인들이다. 문화적 차이인가? 흑인들은 등산을 싫어하는건지? 나의 소견이 짧은건지는 모르겠다. 아까 촛대봉에서 만났던 외국인 두 명은 가벼운 옷차람이다. 반바지차림도 있다. 산을 다니다보면 외국사람들은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처럼 거창하게 등산복을 갖춰 입고 큰 배낭에 잔뜩 먹을거를 넣어다니고 그러지를 않는다. 그냥 가벼운 차림으로 올랐다 내려간다. 그러고보면 산에서 만난 외국인들중에 명품이라고 하는 등산복을 입은 사람을 본적이 거의 없지않나싶다. 많은 대학생들도 오르는데 어디 지리산이 호락호락한 산인가. 다들 힘들어서 죽으려한다. 오르기는 어찌하겠지만 내려서는게 만만치 않은걸데 그러니 평소에 운동들을 열심히 좀 하지. 법계사에 도착하여 남은 식은 밥 한덩어리로 나눠 먹었다. 산에 다니면서는 곡기를 채워야 걷는다. 간식을 아무리 먹어봐야 힘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냥 달콤할뿐이다. 밥을 먹어야 서서히 소화가 되면서 체력을 보충해준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몇 숟가락하고 순두류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칼바위로 내려서면 좋지만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지 않기로 하고 순두류에서 법계사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내려선다. 내려서는 길에 엄마같은 여자분과 두 학생이 앞서가는데 거의 쓰러질 모양새이다. 특히나 한 학생은 걷기가 힘든 상황인데 뒤따라가면서 보니 재미나다. 순두류에 도착하여 보니 엄마가 아니고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천왕봉을 오르고 하산하였던 것이었다. 그래 젊음은 언제봐도 귀엽다. 그리고 희망이 있다. 법계사버스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 대신 보시를 받는다. 영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리산 중턱의 절에서 무슨 돈으로 버스를 운행하기도 힘들고 하니 그런 식으로 신도들의 편의도 도모하고 등산객들에게도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많은 등산객들이 칼바위로 내려오지 않고 이곳 버스를 이용한다. 보시는 안하면 그만이니 종교가 달라서 돈이 없어서 기타 등등으로 그냥 버스를 이용해도 누가 말리는 사람은 없다.

순두류에서 법계사순환버스를 타고 중산리에 도착하고 마을까지 내려서니 곧장 출발하여 버리니 하산주 막걸리 한잔도 못하고 서울로 향한다.  

새벽에 올라왔던 골짜기에는 운해가 장관이다.

오늘도 걸어야 할 지리산의 천왕봉.

남부능선과 운해.

촛대봉에서 열심히 찍으시는 얼음왕자님.

멀리로는 덕유산이 있을것이다.

 

남부능선.

덕유산에서 갈라진 거창의 산群들이겠다.

지리산 남부능선.

연하봉과 너머로 제석봉 그리고 천왕봉.

저 멀리 불쑥 솓은 노고단과 엉덩이처럼 갈라진 반야봉.

지리산의 여느 골짝.

천왕봉은 언제나 사람에 둘러 쌓여 외롭지 않겠다.

천왕봉에서 왔던길을 되돌아 보는 여유로움. 제석봉과 연하봉 그리고 촛대봉은 눈앞에 서 있는데 반야봉과 노고단은 구름에 쌓여 있다.

 장터목에서 산악회 일행과 함께 기념촬영. 나로선 이런 단체 사진도 참 오랫만인듯하다.

촛대봉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왼쪽에 까마귀 한 마리가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