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9구간05.08.13
일행 한명과 산행. 날씨 안개후 맑음
이화령→조령샘→조령산(1026m)→신선암봉(937m)→조령3관문→마폐봉(927)→북암문→동암문→부봉(916)→주흘산갈림길(958)→평천재→탄항산(856)→하늘재 산행시간 11시간.
03:40 이화령에서 출발. 어젯밤에 일찍 집을 나와 이화령에 여유를 가지고 도착하여 차안에서 잠시 잠을 청한 후 주변의 소란스러운 소음에 눈을 뜬다. 이화령휴게소에는 다른 산악회의 등산객들이 분주하다. 버스에서 내린 산악회원들이 산행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도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조령산으로 접어들었다. 능선을 고집하면서 급경사를 올라가는 길이 있고 산허리를 접어들어서 올라가는 곳이 있다. 버스로 대간을 하는 덕유산악회 일행들은 능선으로 올라선다. 난 산허리를 끼고 올라가기로 한다. 잠시 올라가면 서로 만나게 되어 있는 길이니 마찬가지이다. 주변은 안개가 끼어 사방을 분간할 수가 없다. 바로 눈앞의 사물도 가름하기가 쉽지 않다. 조심스런 마음으로 얼마를 올라 가다 보니 길이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는 바위만 보인다. 아차 안개 속에서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진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서 백 여 미터를 내려서다 보니 도저히 이 길이 아니고는 길이란 없다는 느낌이 온다. 망설이고 서 있는 사이에 덕유산악회 회원들 중에 앞장을 서 오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들과 다시 길을 올라서니 아까 그 바위를 건너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산행은 계속되고 덕유산악회의 다른 일행들도 계속하여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안개에 내렸던 비로 인해 길은 상당히 미끄럽고 조심스럽다. 좁은 등산로를 걸으면서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순간들이다. 잠시 후 뒤에서 돌이 굴러가는 소리가 나고 소란스러워 진다. 산악회의 한 사람이 비탈길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사방에서 사람 부르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 십 여 미터 아래에서 사람소리가 난다. 천만다행으로 다친 데는 없다는 것이다. 조심에 조심을 하면서 걸어가니 조령샘이 나타난다. 계절에 상관없이 물이 풍부한 샘이다. 샘물로 식수를 충분히 보충하고 잠시 땀을 식히면서 여유를 갖는다. 그리고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조령산 정상이다.
05:10 조령산 정상 도착. 조령산 정상은 안개에 쌓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사람들조차도 분간하기 어렵다. 휴식을 취하고 날이 좋으면 주변 경치가 일품일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찌감치 내려선다. 조령산에서 신선암까지 가는 길은 위험한 구간이 상당히 많다. 바위를 올라서야 하면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곳도 많다. 날이 맑다면 천하의 경치이련만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주변을 둘러 볼 이유도 없어 속도를 내 걸음을 옮긴다. 몇 군데의 어려운 구간을 지나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서면 그곳이 신선암봉이다.
06:10 신선암봉 정상 도착. 신선암봉에서 내려다보니 어렴풋하게나마 천길 낭떠러지 아닐까 싶은 절벽이 보인다. 이제 해가 떠서 날이 밝았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안개에 사방이 어둡다. 신선암봉에서 왼쪽은 절골로 내려서는 길이다. 오른쪽을 택해서 걸어야 대간이다. 경치 좋은 구간을 보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바윗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을 하면서 전진한다. 밧줄이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다. 미끄러운 바위를 지나가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지체하면서 걷다보면 깃대봉 갈림길이 표지판이 나타난다. 깃대봉은 올라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급선회해서 내리막길을 걸어야 조령이다. 내려서는 길목에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산신각이 자리잡고 있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아직도 우리나라 크고 중요한 산에는 산신각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간 줄기에는... 산신각 옆에는 조령샘이 있는데 식수로 부적합하므로 마시지 말라는 표지가 있다. 조령약수 안내판에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으며 이곳을 넘나들던 나그네들의 목을 축여주던 오래 마시면 효과가 좋다는 설명이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를 못하고 이곳의 샘까지도 오염이 되었나보다.
08:40 조령3관문 도착. 길을 건너면 커다란 고목이 서있고 그 아래엔 조선시대에 서거정이 어머니가 그리워 지나가면서 지었다는 시비가 서있다. 그리고 조령3관문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주변은 관광지로 개발이 되어 잘 정돈이 되 있으며 일반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조령에는 간이 매점이 두 군데가 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데는 없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화장실도 가고 주점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에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예전의 군막터를 지나면서 마폐봉을 올라가는 길은 시작이 된다. 옛 성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을 옆으로 하고 올라간다. 마폐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시간은 짧지만 상당히 가파르다. 몇 차례 숨고르기를 하면서 올라가야 정상을 오를 수 있다.
09:45 마폐봉 정상 도착. 마폐봉 정상에서 왼쪽으로 난 길은 신선봉으로 가는 등산로이므로 오른쪽 길을 택해야 한다. 그리고 내리막길을 잠시 내려서면 북문 표지판이 서 있다.
10:05 북암문 도착. 이곳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간신도 먹으면서 여유를 부린후 다시 걷다보면 다 깎여 나간 묘를 지나게 되고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동문 표지판이 나타난다. 과거에 성문이었을 흔적이 뚜렷하다.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산성의 흔적을 따라 조금 오르면 부봉의 산허리에 닿는다. 눈을 올려다보면 부봉의 가파른 정상이 앞을 막고 서있다. 이곳에서 대간은 산허리를 끼고 빗겨 나간다. 방향을 왼쪽으로 돌려서 능선을 걷다보면 빨래줄에 널려있는 빨래처럼 대간 표지 리본이 달려있는 줄을 보게되고 이곳이 주흘산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대간을 하면서 여차하면 주흘산으로 빠져버리기에 수많은 리본으로 표지를 해놓았다.
12:25 주흘산 갈림길 도착.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여 급경사인 내리막길을 내달려야 한다. 급하게 내려서면 약간의 평지처럼 생긴 안부가 나타나고 이곳이 평천재인 듯 싶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르막이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몇 개 오르내리고 탄항산 일명 월항삼봉에 도착하게 된다. 봉우리가 세 개라서 월항삼봉인지 모르겠다. 표지석에는 탄항산이라고 비석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편한길을 조금 걸어가면 커다랗게 세워져 있는 돌이 보이고 아마도 굴바위가 아닌 듯 싶다. 그곳을 지나 하늘재까지 내려가는 길은 평탄한 길로 어려움은 없다.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눈앞에 포암산의 웅장한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온통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다. 길을 내려서다 보니 왼쪽에서 물 흘러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요즘 비가 많이 와서 인지 평상시에도 물이 많이 흐르는 계곡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도에 보이는 계곡인 듯 싶다. 더위와 산행으로 온몸이 땀으로 절인 상태에 물소리를 들으니 목욕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늘재에 다 온 듯한 기분이다. 내려서다 보니 산 속에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통에 물을 받아서 흘러내리게 만들어진 곳이 있다.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서 인 듯하지만 둘러보아도 논밭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홀라당 옷을 벗고 시원하게 목욕을 한다. 물이 너무 차갑다.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 백여미터나 걸었을까 비포장도로가 보이고 할머니 세분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계신다. 하늘재이다. 건너편에는 다음구간의 표지 리본이 달려있다.
14:40 하늘재 도착. 하늘재에는 무허가 건물인 듯한 가건물이 서있고 하늘재 산장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음식과 술을 팔면서 최근에는 대간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민박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을 아까 오던 길에 조령에서 다른 일행으로부터 들었다. 차를 이화령에 주차해놨기에 나는 문경 관음리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간 길을 중심으로 충주시 상모면 방향은 비포장 농로그대로 이고 경북 문경방향은 아스팔트 포장도로이다. 행정구역에 의해 도로도 운명을 달리하는 것이다. 포장도로를 걷다보면 작은 마을이 보이고 다시 더 내려오면 관음1리로 문경의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경로회관 앞 잔디밭에 누워 낮잠을 잔 후 16:20에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시내에 들어와서 택시를 타고 이화령에 도착하여 차를 가지고 서울로 향한다.
조령샘
조령샘에서 조령산정상으로 가는 표지판. 안개로 분간하기도 어렵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다
조령산
조령산 산신당
탄항산 정상
다음번에 가게 되는 포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