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인생/제주올레구경가기

올레 초하루3

돗가비 2009. 7. 5. 15:03

올레길에서 정해진 1코스를 마치고 주변에 숙박을 정해야 하는데 해변에는 집도 절도 없다. 그래 2코스를 걸으면서 보이는 민박집에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광치기해안에서 나와 도로를 가로 질러 내수면으로 접어든다. 아마 성산갑문이 만들어지면서 바다인데도 호수처럼 만들어진 모양이다. 커다란 호수와 함께 내수면에는 자연스럽게 용암석으로 만들어진 작은 호수들이 수없이 많은거 같은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작은 호수들에는 하얀색의 커다란 새들이 수없이 많은데 새이름이 뭘까 궁금하다. 두루미나 왜가리처럼 다리가 긴 새인데 여행을 다니다보면 논이나 하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새인데 개체수는 상당히 많은편이다. 한가롭게 무리지어 날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말 한 마리가 어찌 여기에서 풀을 뜯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롭기만 하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내수면에는 무슨 해초인지 엄청난 양의 해초가 죽어 바닷가에 떠밀려와 있고 내수면에서 가득차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현상인것만은 틀림없지 않을까? 

 내수면에 떠밀려다니는 가시파래

내수면의 한가로움 

 

 

내수면에서 보이는 일출봉 

 내수면 산책길가 야생화

내수면의 여러 호수들

내수면 호수들을 끼고 돌아가는 길도 멋지다. 한참을 걷는데 바닷물에 무언가를 담그고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 입도 근질거리고 해서 무얼 하시냐고 한마디 물어봤다. 그런데 뜻밖에도 처음듣는 내용이다. 넙치와 꽃게를 양식하는데 바닷물의 염도와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 중이란다. 넙치(광어)는 당연히 양식하는걸 알겠는데 꽃게를 양식한다는 말은 처음듣는다. 그래 바다에서 꽃게를 많이 잡는데 무슨 양식이냐고 물어보니 여기서 키우는 꽃게는 약간다른거라고 하는데 보지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꽃게가 양식이 되고있다는게 충격적이었다. 꽃게양식장이 있던 내수면 바로옆에 식산봉이 있다. 식산봉은 올라갔던 길로 되돌아 내려오기에 비도오고 안개가 자욱해서 올라가는것을 생략한다.

16:30 식산봉 도착.

식산봉

오조리 바다는 고려시대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당시 일대를 지키던 조방장은 마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오름을 군량미가 높이 쌓여있는것처럼 꾸몄다. 이를 먼 바다에서 본 왜구들은 군사가 많은 것으로 여겨 다시는 함부로 일대를 넘보지 않았다. 그 뒤 군량미로 위장한 오름을 식산봉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봉우리 정상에 장군을 닮은 바위가 있다하여 바위오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식산봉을 거쳐 마을을 거치고 돌고돌아 가면 2차선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16:55 성산천주교성당 도착.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걷다가 홍마트를 지나고 마을들을 지나면서 밀감밭이 이어지는 길로 접어들면서 중산간마을 길을 걷게 된다. 마을길은 여타 마을 고샅길을 걷는거와 다를바없다.

17:20 올래길국수집 도착. 한참 마을길을 통과하면서 보니 올래길국수집이 보이기에 들어갔다. 올레길을 올래길로 잘못 만들어 놓은 간판인 듯하다. 국수와 치킨을 파는 아주 조그마한 집인데 주인부부가 함께 장사를 하고 있었다. 올레국수라는 메뉴가 눈에 보여 시켜놓고 피로를 풀고 있는 동안에도 남편은 배달을 갔다 온다. 자기도 산을 매주 가는 사람이란다. 일년에 두번은 육지에 나간단다. 월출산이나 천관산 등 주로 배를 타고 완도로 가서 쉽게 갈 수 있는 산에 다녀온다고 한다. 그렇게하면 당일로도 산행이 가능한가 보다. 올레국수는 잔치국수에 돼지고기를 넣은 국수이다. 껍질까지 있는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서 듬뿍 넣어주어 걷기에 지치고 힘든 사람에겐 딱이다. 배고픔이 금새 사라진다. 배고픔이 반찬이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올레국수는 맛있고 양도 많이 주고 값도 저렴하다(4천원). 거기에다가 올레길국수집에서 내려다보이는 성산일출봉부터의 주변 경치는 오늘 본 어느 경치보다도 더 멋지고 최고였다. 더 이상 진행하기엔 날씨도 비가 내리고 시간도 많이 지체가 될듯하여 민박을 물어보니 성산읍에 가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래 혼인지까지는 얼마나 되냐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4키로 가량된단다. 그래 혼인지주변에 있다는 민박집을 이용할 생각으로 한 시간가량만 더 걷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약간의 착오가 생겨나고 만다.

17:50 올레길국수집 출발. 여기서부터는 더 깊은 산길로 접어들어가기 시작한다. 비오는 날에 어두운 산길을 혼자 걷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길이다. 민가도 인적도 전혀 없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거기에 비는 갈수록 더 굵어지고 흙길은 진흙탕에 물웅덩이에 발이 빠지고 미끄러워서 속도도 더디게 난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가다보면 순간순간에 멈칫해지고 섬뜩해지는 곳을 지나치게 된다. 물론 비가 오고 혼자이다 보니 그럴것이다. 평상시 날이 좋은 시간에는 한적하고도 고즈넉하게 멋있을 길인데 말이다. 숲길을 지나치면서 대수산봉에 도착한다.  

 올레길국수집

 여기서부터 공동묘지가 시작된다

신양공동묘지 

 공동묘지 끝나가는 곳

대수산봉

고성리일대 두 개의 오름 사이에는 물이 양쪽으로 갈라져 흐르는데, 물을 기점으로 큰 오름을 '큰물뫼', 작은 오름을 '작은물뫼'라고 부른다. 대수산봉은 큰 오름인 큰물뫼의 한자표기이나,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제주올레 1코스 시점인 시흥리부터 종점인 광치기 해변까지 아름다운 제주 동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수산봉 오르는 길은 잘 다듬어져 있고 안내표지판까지 만들어져 있다. 대수산봉을 오르다 다시 내려오는 삼거리에서 정상을 가지 않고 그냥 올레길로 접어들었다. 여기도 식산봉처럼 올라가봐야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 그냥 두었다.

18:15 신양공동묘지 도착. 대수산봉에 내려서면 공동묘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조금 더 가면 아주 넓은 신양공동묘지가 나타나는데 비가 쏟아지는 날에 혼자 공동묘지를 그것도 날이 어두워지면서 걸어가자니 섬뜩하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등산화도 비에 젖고 길은 꾸불꾸불한데 발걸음은 느리기만 한게 더 무섭다. 아마도 과거에는 이 근처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듯한데 마을은 없다. 돌담을 쌓은 밭이 보이는게 꽤 넓은 농지가 있었을듯하지만 지금은 칡넝쿨만 무성하고 숲이 우거져 무서움만 느껴진다. 국수집에서 오던 속도로 봐서는 이제 혼인지가 얼마 남지 않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러다 이 빗속에서 길이라도 잃고 헤매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들고 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걸어간다. 발이 아픈지 숨이 가뿐지 그런건 지금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그냥 올레표지만을 보고 앞만 보고 걸어가다 보면 뭔가가 나오겠지 하면서 걷는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중산간도로가 나온다. 시간상으로는 얼마되지 않았을것인데 환경이 엄청 긴 시간과 터널을 지난 기분을 들게 만들어놓은듯하다. 도로에 올라서자 혼인지가는 길을 알리는 안내도로표지판이 보인다. 그곳에서 혼인지 근처에 있는 황토마을 팬션에 전화를 하여 민박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하여 혼인지로 간다.

19:10 혼인지 도착. 혼인지로 가는 길은 아스팔트길로 금방이다.

혼인지

제주의 옛 신화 중 하나인 삼성신화에 나오는 고, 양, 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찾아온 세 공주를 맞아 혼인한 곳이다. 이곳에는 삼신인이 세 공주와 결혼을 한 뒤 잠시 살았다는 바위동굴집이 있다. 최근 이 바위동굴집에서 신석기 유물이 출토되었다.

 혼인지 연못

 

 삼공주추모비

혼인지 정안수

 혼인지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는 관광지이다. 부속건물도 새로 지어 단장이 잘 되어 있고 주변 산책로도 잘 만들어진듯하다. 올레길은 혼인지를 통과하면서 다른 문으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어 혼인지를 전부 둘러볼수가 있다. 혼인지에서 황토마을팬션을 찾아 간다. 그리 멀지 않은곳에 황토로 도배를 하고 버섯모양 비슷한 지붕을 한 팬션들이 보인다.

19:30 황토마을팬션 도착. 관리인에게 가격을 물으니 팬션은 6만원이고 게스트하우스는 1만원이란다. 내가 의아해하니까 옆에 있던 여자가 내가 게스트하우스가 무언지도 모르나보다 생각이드는지 웃는다. 물론 나도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처음 잠을 자보지만 모르기야 하겠는가. 게스트하우스(1만원)에 짐을 풀고 앉아보니 아무도 없다. 한 사람만 현재 들어와 침대를 정해놓은 상태이다. 다시 가게에 나가 라면과 밥,초코렛(4,300원)을 사가지고 들어와서 라면을 끓여 밥을 말아먹고 샤워를 시원하게 하고 침대에 누웠다. 혼자 있는 방에서 머 달리할게 없다. 그리고 조금후에 사람들이 시끄럽게 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젊은 애들이 몇 명인가 들어온다. 그리고 침대를 정하고 난 후에 앉아서 노는데 잠을 깨어 놓는다. 그래도 피곤하니 금새 잠이 들어버리면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올레길 첫날에 흥분은 그렇게 가라앉았다. 하루 온종일 비가 내려 걷기에 불편했지만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준 날씨였고 올레국수를 먹고 민박집을 찾아들어갔어야 하는데 거리를 쉽게 생각하고 걸었던게 뒷날부터의 후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올레길 안내에 나와 있는 거리는 정확한건지 궁금하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는 종점을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