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02. 장성 백암산에서 정읍 내장산까지. 28인승산악회.
단풍철에 내장사를 구경하는건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 우선은 내장산은 주차장에서 내장사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거리이다. 한 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무박으로하여 백양사에서 시작하여 내장사에서 마무리하는 산행을 하는 산악회들이 많아졌다.
백양사주차장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산행을 준비하여 걷는다. 백양사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몰려 사진찍을 준비에 한창이다. 어둠속에서 길을 따라 오르는 데 이길은 처음이라서 감이 잡히질 않는다. 약사암을 향한다. 이제부턴 완벽한 급경사의 계단과 돌길을 걸어오르는데 정말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뭐 이리 깔크막길이 다 있나. 도대체 몇 개인지도 모를 계단을 오르는데 오랫만의 산행에서 허벅지에 쥐가 다 난다. 산에 다녀도 쥐나고 다리에 경련 일어나는건 없었는데 말이다. 정말 힘든 계단길이다. 어둠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걸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환한 대낮에는 죽을 맛이겠다. 뭐 그래도 걷다보면 오른다. 사람의 발길이 참 무섭다는걸 항상 느끼는 그대로이다. 오르다보면 닿는다 정상에. 백학봉정상이다. 정상이라고 특별난 표지판이 있는지 아님 내가 그냥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한달가량을 산에 들어가지 않은 내 체력이 저질체력이 되었나보다. 그래도 시작하고 걸으면 백두산까지라도 갈 기세로 걸어야한다. 그래야 포기가 없다. 백학봉에 오른후부터는 탄탄대로. 좁은 오솔길을 아침공기 마시며 편하게 걷는다. 그 기분은 묻지마라. 상상속의 기분 이상이다.
상왕봉에 도착하니 사방이 내려다보이는데 그 또한 가관이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불편해진다는 것말고는. 바람도 불기 시작하고 금방이라도 비라도 내릴 기세이다. 상왕봉에 도착하여 가지고 간 주먹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산에 다니면서 터득한 것중에 하나가 불피우지 않고 편하게 먹는 걸로는 주먹밥이 최고다. 무겁지 않고 쉽게 상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넣고 만드는냐에 따라서 맛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메뉴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내장산을 향해 걷는다.
상왕봉에서 순창새재까지 걷는 길은 멋진 단풍길. 조용하고 혼자 걷기에 참 좋다. 맨앞에서 걷는 나에게 축복을 주는 길이다. 순창새재에서 소둥근재까지 걷는 길도 걷기 좋은 길이다. 보이는 단풍나무도 좋아보이고 숲속이 참 괜찮은 곳이구나 하는 길이다.
소둥근재에서 내장산 까치봉까지는 약간은 지루함을 곁들이면서 걷는 오르막길이다.
까치봉에서부터는 사람들과의 만남의 연속이다. 연지봉과 망해봉을 지나면서는 좁은 길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서래봉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라서 나와는 반대방향이라 내가 마냥 서 있어야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망해봉을 지나면서부터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간간이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한다. 불출봉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예사롭지않게 내리는데 갈등이 생긴다. 불출봉을 지나 서래봉으로 향하는냐 아니면 이곳에서 하산을 결정하느냐. 시작하는 빗줄기가 굵어지는 걸 느끼면서 하산하기로 하고 불출암지로 내려선다. 불출암지는 자연동굴에 지어진 암자인데 지금은 흔적만이 남아 있다.
급경사 내리막을 걸어 다시 원적암으로 내려서고 이곳에서 벽련암으로 향한다. 벽련암에서 스님의 벽련암 자랑을 듣는데 말솜씨가 대단하시다. 내장산이 불출산으로 불리워진다는 것부터해서 주변 경치가 너무 좋다는 것, 벽련암터가 좋은 명당터라는 것 등 끝없는 자랑이 이어지신다. 벽련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확실하게 느낀게 있다면 벽련암의 역사보다 더 아름답게 느낀 벽련암오르는 길의 단풍나무길이다. 원적암에서 벽련암까지의 단풍나무 길도 대단했지만 벽련암에서 내장사로 이어지는 길의 단풍이 내장산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내장사 입구의 심어진 단풍과는 비교하지 마라. 그냥 아름답다.
내장사로 내려서서 절구경을 하고 절구경을 하였으니 시주를 해야 한다. 절구경은 공짜가 없다.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터를 구경하고 기와불사에 시주를 하고 되돌아 섰다. 내장사에 오르고 하산하는 길은 너무 지루하고 힘들다. 사람공해에 먼지에 길고 긴 입구까지의 걸음걸이는 산행으로 힘를 뺀 등산객에게는 고된 길이다. 주차장근처에 내려와서 산채비빔밥에 막걸리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고 버스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하루일정을 마무리한다.
상왕봉에서.
순창새재 가는 길에서.
까치봉에서 백암산으로해서 방장산까지.
까치봉에서 서래봉으로.
불출암터 부근에서.
원적암 불상. 개금불사를 하다말아서 흉칙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벽련암에서 내려서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