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25. 맑음.
10코스까지 잘 걸어왔는데 갑자기 17코스로 건너 뜁니다. 이튿날 아침에도 비가 내리는군요. 민박집 방에서 밖으로 나서질 못하고 망설입니다. 날은 흐려도 비는 그치자 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11코스를 걷는게 아니고 17코스로 가기 위해 모슬포버스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20년전에 살았던 마을을 찾아가기 위해섭니다. 그곳이 17코스길에 있어 다음을 기약하면 되지만 마눌이 다음에도 제주에 온다는 보장이 없어 가보고 그곳에서 공항으로 가면되기 때문이죠. 제주공항을 끼고 있는 마을이거든요. 모슬포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 노형동에서 하차합니다. 다시 택시로 17코스 시작점인 광령리로 갑니다. 그곳에 도착해서는 날씨가 너무 좋아 잘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주날씨는 제주와 서귀포가 확연히 다른때가 많거든요. 오늘도 길을 걷습니다. 도로를 따르다 무수천변으로 접어듭니다. 물이 없어 무수천? 근심을 없게해줘서 무수천? 여러가지 이름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주에 3대하천이라는데도 물이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이 없어 무수천에 무게가 가는군요. 깊은 계곡에 양옆으로 숲이 우거진데 경치도 멋지군요.
대정해수민박에서 모슬포항을 내려다보며...
올레길 17코스 시작점인 광령1리사무소앞에 있는 설촌유래안내판.
무수천.
이러저러 물길이 굽이도는데 고인 물만 보이는군요. 물길만 생기면 금상첨화이겠는데요. 많은 비가 내리길 기다릴수도 없고요.
여기도 물이 없네요.
걷다보면 이런 보리밭도 보이고요. 보리밭이 소나무숲과 어울려 멋지네요.
하류로 더 내려가도 물은 없네요.
물은 없어도 좋습니다.
처음보는 꽃인데 꽃이 아름다워요. 꽃이름이 알고 싶네요.
무수천을 지나고 외도해변으로 가기 전에 있는 올레식당.게스트하우스. 차돌박이불고기정식이 맛있다. 고기는 전부 제주도한우로만 만든다고 자부를 하는 곳이다.
모슬포에서부터 아침식사를 못해 걸었으니 배가 고프죠. 지나다 떡집에서 떡을 사서 요기를 하고 걸었습니다. 이름도 그럴듯한 소대장식당이 눈에 들어와 만사재치고 들어가 앉는다. 반찬도 깔끔하고 불고기에 고기가 많이 들어 있어 맛도 좋고 양이 많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도 남는다. 주인장이 걸을려면 배가 불러야한다면서 많이 준다. 밥을 먹고 나니 배가 부르고 다시 룰루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걷는다. 이제부턴 해변길이다.
도근천가의 보호수.
밝은 달이 뜰 때 물위에 비치는 달빛이 아름다워 달그림자를 구경하였다는 월대가 있고 은어가 많아 은어낚시로도 유명한 곳이라네요. 강물을 바라보며 더위를 식히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네요. 더운 여름에는 사람들로 붐비겠는데 지금은 그늘은 찬기운이 느껴집니다. 이고에 사는 주민들은 행복하겠더라고요. 이곳을 지나면 내도마을로 들어섭니다. 바닷가를 걷게 되는거죠.
내도바닷가에는 조약돌이 많은데 주워가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글도 보입니다. 돌멩이 가져가서 뭐할까요? 참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나봅니다. 자연은 자연속에서 아름다운겁니다. 작은 돌멩이 집에 가져가 책상에 놓아보세요. 거추장스럽기만하고 정말 볼품없습니다. 세상 모든건 놓인 그 자리에 있을때 아름답죠.
이호테우해변과 테우. 테우가 좀 생뚱맞다.
여름이면 제법 사람들이 몰리는 해수욕장입니다. 우리 가족은 이 근처 도두동에 2년 살면서 한번도 온적이 없네요. 해변에 정자를 많이 만들어 놓아 쉬었다가기 딱 좋습니다. 백사장주변에 팔각정을 여러개 만들어놓아 쉬어가기 아주 좋더군요. 그리고 소나무 숲이 그만입니다. 여름 해수욕장으로는 갖출건 다 갖춘셈이죠.
이호테우해변의 등대. 주변이 매립지로 많이 변해버렸네요.
돌담에 핀 꽃. 돌담에 딱 어울리는 꽃이더라고요. 선인장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도두동의 용천수 오래물.
이 물은 수량과 수온이 항상 일정하다. 예전에 이 마을에 살때 듣기로는 항상 16도를 유지한다고 기억하고 있고 한여름에도 물속에 들어가서 오래 버티는 사람이 없다. 제주생활하면서 이곳에서 십미터 떨어진 곳에 집이 있어 여름이면 매일 이곳에서 목욕을 하곤 했다.
드디어 학수고대하며 보고 싶어했던 도두동에 도착합니다. 92년도에 제주도를 떠났는데 20년만에 도두동 땅을 밣아보네요. 도두동도 많이 변했습니다. 변하지 않은게 남아있지 않더라구요. 도두항 방파제도 어마어마하고 관광지로 변모한게 눈에 익은 모습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반갑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도두봉 봉수대터.
도두봉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며. 공항 울타리에서 2년 세월을 살았던적이 있다.
도두마을 제단.
도두동에 살면서 처음 방을 얻어 살던 집이 맞을게다. 할머니 혼자 살던 집에서 살다 아래로 이사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뒤에 공장이 들어서고 주변에 도로가 뚫려 20년전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90년 7월에 제주에 들어가서 살다 92년 7월에 서울로 왔으니 딱 2년이다. 제주공항에 근무하는 관계로 공항 근처에 집을 얻었다. 이곳에서 살면서 인연을 맺은 집을 찾아나섰다. 용천수가 솟아 나오던 곳 근처라서 위치는 기억한다. 위치를 보니 분명한데 집은 새로 지어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당시에 살던 분들이 지금도 살고 있을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집앞에 도두횟집에 물어보니 대충 기억이 난다. 횟집 주인 내외도 내가 살던 당시에 마을에서 미장원을 하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살던 집에 들어가서 알아보니 지금도 살고 있었다. 너무 반가움에 우린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노부부는 돌아가셨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와 연배가 비슷한 젊은 새댁이라고 불리우던 주인 내외와 다음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그리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앞만 보고 살던 시절에서 이젠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옛시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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