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29. 맑음.
◆ 천기명당, 구례의 오산(鰲山)에 얽힌 이야기!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에 그리 높지 않은 산인 오산(鰲山:542m)이 있다. 오산의 오는 자라의 오(鰲)자다. 예컨대 지리산을 마주보는 자라모양의 형상을 한 산이라고 해서 오산이라고 붙여졌다. 풍수학의 물형(物形)에 비유해보면 이 산이 ‘자라가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의 형상’이어서 자라 오(鰲)자를 붙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 오(鰲)자는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도 쓰이는 오(鰲)자와 동일하다.
한편 중국전설 속에 ‘자라가 등에 지고 다닌다는 바다 속의 큰 산’을 가리킨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가 있다. 예부터 볏이 황금색의 누른빛을 한 꿩을 일컬어서 금계(錦鷄)라고 했는데 이 금계를 별(鱉)이라고 칭했다. 볏(冠)은 닭(鷄)이나 꿩(雉)과 같은 새(鳥)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톱니모양의 살(肉)조각이다. 산의 정상이 벼랑이어서 ‘벼랑 뫼’로 불리던 것이 ‘별 뫼’가 되고 이것을 한자로 금계라는 별(鱉)자를 썼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 뜻과 모양이 비슷한 모양의 오(鰲)자로 바뀌어졌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 천기명당, 오산의 사성암(四聖庵)과 마애약사여래불의 영험함!
순천~구례(間)의 국도변에서 올려다 보이는 오산과 사성암은 나지막한 산의 높이와는 견줄 수 없이 진귀하고도 아름다우며 신비스러운 광경이다. 섬진강 쪽으로 기다란 사면을 끼고 봉우리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의지해 작은 암자가 높이 솟아 의젓하게 서있다. 특이한 모양의 암봉(巖峰)에 단박에 유혹을 당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오산의 사성암이다. 사성암(四聖庵:531m)은 거대한 지리산에 가려서 잘 알려지지 않은 오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의 기암절벽에 매달리듯 올라앉듯 세워져있는 작은 암자다. 강원도 금강산 내금강에 세워진 관음도량인 보덕암과 그 건축양식이 매우 흡사하게 지어져있다.
사성암은 백제의 성왕22년(544년)에 연기조사가 처음으로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한 기록은 없는 실정이다. 본래 이 암자는 오산에 있는 암자라고 하여 오산암(鰲山庵)이라 불리었었다. 그런데 연기조사 이후, 이 암자에서 원효(元曉), 의상(義湘), 도선(道詵), 진각(眞覺)의 4명의 고승(聖人)이 수도를 했다고 하여 사성(四聖)암이라고 불리어진 천년고찰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통일신라의 말기에 도선국사 이래로 고려시대까지 고승들의 참선을 위한 수도처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2010년 1월~3월에 KBS2의 수목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산 주변에는 기이하고 괴상하게 생긴 돌과 바위들이 많아서 소금강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사성암의 주변에는 신선들이 베를 짠 흔적이 씨줄과 날줄로 바위에 그어져 있는 신선대와 아름다운 낙조풍경을 지켜볼 수 있는 낙조대 등 ‘오산12대’가 있다. 작은 산과 작은 봉우리에 이처럼 절묘한 풍경들이 몰려 있어 이곳을 소금강이라고도 일컫는다. 동전들이 척척 달라붙는 소원바위도 곳곳에 널려있다. 약25m의 기암절벽의 암벽에는 서서 계시는 약사여래불의 모습이 음각으로 새겨져있다. 이는 원효 스님께서 선정에 들어 계시면서 손톱으로 그리셨다는 마애약사여래불로 사성암의 불가사의한 전설이자 자랑거리다.
구례의 대표적인 명승지로는 화엄사, 연곡사, 천은사, 온천랜드, 매천사당, 석주관, 금환락지, 운조루 등이 있다. 특히 사성암은 구례10경(景) 중의 9경으로 경관이 뛰어난 곳 중의 하나다. 그러나 암자로 가는 길이 워낙 급경사로 휘어지며 돌과 자갈길이 심하기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만은 아니다. 사성암 휴게소에서 암자까지는 약5.4km의 거리다. 사성암은 일반차량은 통행이 제한되어 있으나 암자에서 운영하는 차량을 이용하면 편안히 사성암의 입구까지 접근할 수가 있다.
◆ 천기명당, 불보살(佛菩薩)들과 천지신명(神明)들이 모여드는 영험한 오산!
사성암에 이르러 도착해보면 아찔한 벼랑으로 둘러싸여 있는 바위벼랑에 기대어 불당을 세우고 성곽과 같은 암벽을 두름이 매우 신기롭게 보인다. 이렇게 오산의 사성암에 오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구례시내와 곡성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섬진강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성암에서 동남쪽의 손(巽)방향으로 200m지점에 오산의 정상이 자리하고 있다. 바라보이는 겹겹의 산줄기물결인 능파(陵波)들이 그려내는 형상들이 환상적인 한 폭의 산수화다. 이렇게 오산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지리산 반대쪽으로 흘러내린 능파들이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특별한 곳이다. 그래서 불보살들과 천지신명(神明)들도 모여들어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에 신명과 접신을 한다거나 소원성취 기도하기에 영험한 천기명당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사성암이 자리한 곳도 그렇거니와 오산의 정상은 바위벼랑으로 되어 있다. 섬진강을 끼고 들녘 한가운데 어찌 이런 암산이 솟아있는지 신비롭기만 할뿐이다. 과연 오산의 산꼭대기에는 거대한 암벽으로 이뤄진 벼랑들이 범상한 모습들이 아니다. 사실 사성암의 주변은 ‘벼랑 뫼’로 불리고도 남을 기기묘묘한 바위 벼랑의 천국이다. 이러한 ‘벼랑 뫼’들이 좌선대와 우선대로 불리는 뜀틀(뛰엄)바위를 비롯해 여러 명당들을 만들어 놓았다. 예부터 영험(靈驗)한 기도처로 알려졌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렇게 사성암은 섬진강변에 느닷없이 뾰족하게 솟아오른 기암기봉에 자리하여 영험한 기도처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산꼭대기 벼랑들 사이에 터를 잡은 범상치 않은 품새로 하여 많은 기도 객들이 찾아들고 있다. 사람들이 지극지심으로 기도하는 곳은 깎아지른 벼랑에 선으로 새겨진 마애여래입상이다. 1천년 세월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처다. 원래는 ㄷ자형의 바위가 자연적인 감실을 이루었으나 지금은 그 자리에 법당이 세워져 법당 안에 모셔져 있음이니 끈질긴 불사의 결과이다.
오산의 정상은 사성암에서 좌측으로 돌아 오르는 오솔길을 따라서 약15~20분 남짓이면 닿는다. 4명의 성인이 이곳에서 수도를 했다고 해서 사성암이라 한다지만, 오산의 정상에서 섬진강의 건너편으로 지리산을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지리산의 4개의 영봉(靈峰)인 종석대, 노고단, 왕시루봉, 반야봉이 오산을 병풍처럼 멀리서 둘러치고 서있는 듯이 연결되어 보이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오산에서 섬진강의 건너편에 정면으로 지리산의 종석대와 노고단이 마주보이고, 약간 우측으로는 왕시루봉이 보이며, 그 뒤쪽으로 반야봉이 올려다 보이는 것이다.
사성암 지장전.
사성암 약사전.
약사전 오르는 길에서.
약사전내에 있는 마애약사여래불.
마애약사여래불.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그렸다는 사성암의 불가사의한 전설이자 자랑이다. 약 25m의 기암절벽에 음각으로 새겨졌으며 왼손에는 애민중생을 위해 약사발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라남도문화재 22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건축양식은 금강산 보덕암과 매우 흡사하다.
수령이 팔백년이라는 귀목나무.
사성암 전각의 처마끝 하늘이 푸르기만 하다.
산왕전. 그 옆으로 도선굴이 있고 그곳에 기도처가 있다.
소원바위.
오산에서 둥주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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