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인생/팔도명산들어가기

민둥산(정선)

돗가비 2010. 10. 17. 21:43

101017. 맑음. 28인승산악클럽.

 10:10증산초교 출발-10:45임도-11:15민둥산정상-11:55삼내약수삼거리-13:50화암약수 

 이번 주에도 설악산 무박을 신청해 놓았다. 설악산은 이번 주말이 단풍이 절정에 이를것이다. 하지만 듣기 좋은 노래도 석자리반이라고 지난 주에 갔다왔기에 시들하던 차에 군에 간 아들놈이 주말에 면회를 오란다. 그래서 잘됐다싶어 산행지를 바꿔서 정말 이름처럼 민둥한 산을 다녀왔다. 민둥산은 이름에 나와 있듯 볼 게 아무것도 없다. 멀쩡한 산에 나물을 심고 화전을 하느라고 나무를 불태워 버린 땅에 억새만이 자랄뿐이다. 그래도 날씨는 좋았다. 우선 정선을 가는 길이 너무 편하고 좋아졌다. 예전에 정선에 산행을 한번 하려면 구비구비 돌아서 가곤 했는데 직선으로 둟린 도로 덕분에 서울에서 출발한지 세 시간만에 증산초교가 있는 민둥산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억새축제탓인지 도로는 차로 막히고 사람들로 넘쳐 난다. 여기도 어김없이 떼거리문화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등산로 입구에서 잠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준비운동도 없이 오르는데 상당히 가파르다. 땅은 흙이로되 길은 된비알이다. 몇 십미터나 오르면 두 갈래 길로 갈라진다. 둘 다 민둥산을 가는 길인데 좌측은 완경사길로 편한 길이고 우측은 급경사로 힘이 드는 길인가보다. 사람들이 줄서서 왼쪽으로 가기에 난 힘이 드는 급경사코스를 택한다. 길은 흙길로 부드럽지만 경사도는 만만치가 않다. 상당한 급경사로 땅이 젖어 있거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피하는게 좋겠다. 미끄러운 날에는 완경사길로 가야할듯. 오르던 내리던 여러차례 자빠져야 할 길이다. 장딴지가 땅길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길이 가파라서 그런지 이길로는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는다.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오르는 내내 볼거리는 참 없다. 산의 유명세치고는 너무나도 볼거리가 없다. 조금 오르니 증산읍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시작하면 죽어라 오르는 산행스타일대로 마구 치고 올라가니 임도가 나온다. 이곳이 발구덕이라는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발구덕까지는 차가 다니기에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몰려 온다. 민둥산으로는 직진. 다시 치고 오르니 사방이 환해 지면서 민둥산 억새가 보인다. 정상 능선부에 오르니 인생이 허무한것만이 아니고 산행도 허무한것이 있구나함을 느낀다. 억새는 초라하게 말라비뚤어져 버렸고 하늘은 맑으나 시야는 가스로 가득해서 흐릿하기만 하다. 정상표지석을 부여 안고 인증샷을  찍기 전에는 내려가지 않을 요량의 장삼이사들이 줄줄이 가락이다. 정상까지 막걸리파는 억척스런 우리네 이웃들은 진출해 있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막걸리아저씨와 산에 올라와 먹는 막걸리가 맛있다고 서로 먹겠다고 발버둥치는 우리네 아저씨들의 치열함이 천 미터가 넘는 산 정상에도 우리가 도심에서 보는 삶의 고달픔은 이어진다. 겨우 잽싸게 사람이 바뀌는 틈을 이용하여 표지석만 사진에 담고 난 앞으로 직진이다. 여기서부터는 편한 길이다. 바닥은 풀과 흙으로 부드럽고 오솔길이 제법 걷는 기분을 흥분되게 만들어 준다. 삼내약수삼거리까지는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축제를 위해 잘 다듬은 등산로가 있어 길잃을 걱정없이 편하게 걷는다. 그렇게 걷다가 작은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앞에는 봉우리가 보이면서 좌측으로 끼고 올라가는 길은 삼내약수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듯한 기분의 길은 지억산을 거쳐 화암약수로 가는 길이다. 이 갈림길에서부터 이름도 아름다운 구슬동까지 가는 길이 가을에 걷기에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갈림길에서 지억산을 가는 길 초입의 임도까지는 혼자 걷기에 좋은 좁은 등산로인데 정말 싯귀절이 입속에서 중얼거린다. 낙엽송과 잣나무숲이 가을바람에 솔솔소리를 내며 길동무가 되어 주고 구절초인지 들국화인지가 길가에 쑥스럽게 한그루씩 피어 있다. 온통 땅을 차지하고 피어 있는 야생화도 멋지지만 수줍어하면서 한 송이 피어 난 야생화도 눈에 들어와 멋지다. 그리고 이길은 사람들이 적어 더 가을을 만끽하게 만든다. 대부분이 증산초교에서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거나, 산행시간이 짧은 삼내약수로 내려서는게 일반적이고 화암약수까지 가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걷다보면 임도가 나오고 깔끔하게 단장한 화장실도 만들어져 있다. 이것도 축제를 위해서 일것이다. 임도에서 다시 오솔길로 들어 선다. 혼자 걷는 오솔길. 너무 행복하다. 오늘 산행의 묘미는 이 길을 걷는 것이다. 민둥산에서의 초라하고 번잡한 마음도 오솔길을 걸으면서 소나무숲향과 바람에 모두 날려 버린다. 발걸음도 가볍다. 혼자 걷는 이길이 외롭지가 않게 느껴진다. 그냥 아무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렇게 길을 걷다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만나게 된다. 십 여명의 남녀가 올라오는데 한눈에 봐도 여느 산악회에서 오는 것이리라 짐작이 간다. 이제 막 한 시를 넘어서는 시각. 민둥산이 얼마나 걸리냐고 묻길래 해넘어갈 무렵되야 도착할거라고 말하니 여자 둘이서 나를 따라 내려와 버린다. 수원의 00산악회에서 왔다고 하는데 산행을 그리 진행하는지 한심하다. 그곳에서 민둥산은 여자들 걸음으로는 족히 3시간 이상 걸리리라. 가을의 일몰을 생각한다면 증산초교에서 올라 다시 산을 내려오게 했어야 옳다. 여자들은 길을 잃을까봐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걷는다. 구슬동을 내려서서 화암약수까지 가는 길의 계곡에 단풍이 물드는데 아주 멋지다. 임도를 따라 구슬동에 내려와 물으니 그곳뿐만 아니라 화암약수에도 정기여객버스는 없다 한다. 걸어서 큰 도로를 나가 택시를 타야 한단다. 이곳이 길은 뚫려 있으나 사람들은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이다. 농사철에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거나 약초재배를 하고 겨울에는 도회지로 내려가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화암약수에 도착하니 다행이도 콜택시가 지나가 그걸 잡아서 타고 가게 하고 난 화암약수에 가서 물병에 약수를 담고 짐을 풀었다. 주차장 근처 식당에 가서 산채비빔밥을 시켜 점심을 먹었다. 이 식당은 혼자서는 먹을게 비빔밥밖에 없다. 다른 메뉴는 모두 2인 이상 주문이란다. 관광지이니 그러려니 하고 먹는데 정선이라서 그런지 산채비빔밥이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음식맛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게 하루 산행을 마무리 한다. 오늘 산행은 식당에 간걸로치면 주문한 주메뉴보다 딸려 나온 부식이 더 맛있었던거와 같다. 민둥산보단 오솔길이 더 맛있었으니까.

 민둥산 억새.

 민둥산 억새. 홍성의 오서산이나 포천의 명성산, 장흥 천관산의 억새에 비해 멋은 없는듯하다. 우선 억새 키가 작아서 볼품이 없다. 그리고 명성호수나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한다. 그곳들은 억새가 아니라도 볼거리를 제공하는데...서울에서 가기 편하고 산행이 쉬운곳은 오서산이다. 내려와서는 근처 바닷가에 가서 전어회라도 한 접시한다면 금상첨화. 천관산은 기암괴석과 바다가 황홀하다. 명성산은 호수와 단풍을 구경해서 좋은데 사람구경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게 별로이다.

 민둥산 정상표지석. 바로 옆에 산악회에서 만든 표지석이 있는데 이렇게 관공서에서 커다란 표지석을 따로 만들었다. 공무원아저씨들 참 고생이 많다. 개발에 편자라고 해야 하나.

 민둥산에서 지억산으로 가는 길.

 내가 왜 왔던고?

 하산길에서 민둥산 정상을...

 지억산 가는 길에 억새가 조금 나은듯하다.

 지억산으로 가는 길과 구슬동으로 내려서는 길에 있는 낙엽송숲. 이곳에 오니 가을냄새가 난다. 이곳엔 화장실도 있고 막걸리도 판다. 막걸리는 축제기간에만 팔겠지?

 구슬동을 다 가기전까지 이런 오솔길이 나그네를 행복하게 만든다.

 구슬동가는 길에.

 

 

 가던 길을 돌아서는 두 여인. 화암약수에서 증산초교까지는 택시비도 비쌀건데. 남이 장에 간다고 뒤엄지고 장에 따라 갈 일은 아닌가싶다. 구슬동으로 내려서는 길은 당단풍나무들이 참 많다. 더 깊어지는 가을에는 단풍이 더 멋질건데...

 구슬동계곡의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화암약수의 유래. 약수를 마셔보니 탄산음료를 마시는 기분이다. 톡 쏘는 물맛이 약효가 있을것같은 감이 팍 온다. 글에 나온것처럼 문명무라는 분이 황룡과 청룡이 싸우는 꿈을 꾸고 산신령이 알려 주는 곳을 파니 약수가 나왔다는 전설이 적힌 표지판도 있다. 전설이야 만들어졌겠지만 약수만큼은 맛이 별다르다. 냉장고에서 꺼낸 사이다를 마시는 맛이랄까. 그보다는 맛이 진하면서 조금은 마시기에 역한 기분이 드는 약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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