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신변잡기 주워담아

세대와 정치경제 및 사회 변화 간의 관계(김광수경제연구소)

돗가비 2010. 9. 14. 14:44

안녕하십니까? 김광수 소장입니다.


9월 4일 대구경북지역 9월 공부방에 이어 9월 5일에는 인천지역 포럼사무국 개설과 시평 보고서 작성, 9월 6일에는 제주지역 도의원 연구회 강연 등 일정이 연이은 바람에 9월 대구경북 공부방 후기가 늦어졌습니다. 이점 널리 사과말씀 올립니다.


무더운 날씨와 추석 벌초를 가신 분들이 많아 교통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9월 공부방에 20여분 넘는 분께서 참석하여 진지하게 강연을 경청하시고 토론도 해주셨습니다. 특히 오늘님 가족과 후공님 부부, 광개토님 부자 등을 비롯하여 대구경북지역은 집행부부터 가족단위로 참석하신 분들이 많은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또 수수꽃님께서 장소를 제공해주셔서 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공부방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9월 대구경북지역 공부방을 준비해주신 집행부 여러분과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또한 대구경북지역 공동대표이신 오늘님 부인께서 지난 제1회 워크숍에서 처음 만난 제 집사람에게 따듯한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제 집사람이 너무너무 좋아했으며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번 공부방에서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일자리 문제와 경제위기를 중심으로 강연과 토론을 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구문제와 정치경제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지역간 균형발전 문제라든지 인구구조 변화와 정치권력 변화의 관계 등에 관해서는 이미 2004년에 출간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II에서 상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연금 및 의료 등 복지 문제, 주택수요 전망, 일자리 문제 등과 관련하여 인구 문제를 오래 전부터 많은 연구와 보고서를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시기별 세대와 정치경제 및 사회 변화 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정치경제 및 사회 현상이나 세대간의 변화가 칼로 자르듯이 모두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서로 중첩되기도 할 것이며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세대구분과 세대별 특징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는 보시는 분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각 세대 내에서도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정치경제 및 사회 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각 세대마다의 특징이나 속성을 어느 정도 포괄적인 형태로 추론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세대마다의 특징이나 속성을 추론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해당되는 세대내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인구를 10년 단위의 연령대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국전쟁 이전에 태어난 세대는 현재 60세 이상의 세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 50년대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50대를 이루고 있으며 60년대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는 40대, 그리고 80년대에 태어난 1차 저출산 세대는 30대, 90년대에 태어난 2차 저출산 세대는 20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1950년 한국전쟁 이전에 태어난 세대는 현재 60세 이상으로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60세 이상 세대는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 그리고 군사독재정권이라는 정치적 격변의 시대를 살면서 이들에게 있어서 권력이란 곧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절대적인 것을 의미했습니다. 즉 생사여탈권을 지닌 절대권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 받고 살아온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대에게 있어서 권력이란 곧 국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권력이 곧 국가라는 것은 왕정시대를 의미합니다. 즉 60세 이상 세대는 왕정시대의 사고와 행동양식에 익숙한 세대라는 말도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망했지만 한보 정태수 전 회장의 주인-머슴론 발언도 바로 이 세대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60세 이상 세대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생사여탈권을 지닌 절대권력 앞에서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기회주의적 속성을 알게 모르게 체득해온 세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60세 이상 세대의 생존을 위한 기회주의적 행태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이 세대는 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성장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사익 추구 행태를 보여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일 능력이 안 되는 이 세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권력과 금력에 대해 절대적인 복종의 자세를 보이면서 살아왔습니다.


이 세대는 자신들의 생명과 삶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절대권력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맹종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조그마한 위협이나 협박에도 금방 바짝 엎드려 버립니다. 절대권력의 위협이나 협박이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따지는 것은 곧바로 자신과 가족의 삶과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세대에게는 절대권력이 곧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까닭에 이 세대는 역설적으로 애국심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이 곧 국가와 동일시되는 절대권력에 대해 자신의 충성심과 복종심을 보이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애국심은 절대권력이 곧 국가라는 왕조적 이념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세뇌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 세대는 절대권력에 대해서는 무조건 복종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한 세대인 것입니다.


이 세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것은 가족입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이 세대는 절대권력이든 국가든 무어든 상관없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우리가 이 세대에 대해 경외심과 존경심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대만큼 자기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온 세대도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60세이상 세대 모두가 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이 세대가 보여준 사고방식이나 인식 성향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또는 이 세대를 대변하거나 대표하는 주류 사람들의 성향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 세대에도 올바른 역사인식과 올바른 애국심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올바른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지는 못한 세대라는 것입니다. 사실 60세이상 세대에서도 주류가 되지 못한 대다수의 비주류 사람들은 힘든 삶을 살아 왔으며 지금도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60세 이상 세대의 자살이 폭증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자수 추이를 보면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전후로 급증하기 시작하여 시간이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에는 자살자수가 전년대비 2,600여명 가량이나 급증한 1,5413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60세이상 세대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살자수를 나타내는 자살률이 80년대 15명 수준에서 최근에는 80명에 이르고 있으며, 50대의 자살률 40명 이하에 비해서도 2배 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고령이나 질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매우 높습니다. 2009년에는 자살자수가 급증하여 5,000명을 넘었습니다.


두 번째로, 5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선발 세대는 현재 50-59세까지의 50대를 이루고 있으며 막 60대에 진입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 50대는 본격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한국 최초의 고학력 세대라는 점에서 60세 이상 세대와 차이가 있습니다. 이 50대는 70-80년대 양적 경제성장을 주도한 세대라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양적 경제성장의 수혜도 누린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70-8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최초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노동을 통해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 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후발 세대는 이른바 386세대로 불리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86세대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30대인 세대를 지칭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시간이 지나 30대가 아닌 40-49세까지의 40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40대는 80년대 민주화를 주도한 세대로 베이비붐 선발 세대인 5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강한 세대라고 보여집니다. 즉 40대는 정의와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차원의 서구적 사고를 근거로 절대권력을 부정하고 그에 맞서 싸운 최초의 세대인 셈입니다. 설령 40대 모두가 직접 싸우고 주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역사적 경험을 체험한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 40대는 80년대 양적 경제성장과 90년대 전반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집중적으로 발생한 임금상승의 수혜를 누렸다는 점에서 양적 경제성장의 막차와 민주화 수혜의 첫차를 탄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60년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70-80년대 양적 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이면서도 동시에 그 수혜를 누린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50대는 정서적으로 60세 이상 세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대 역시 이승만 및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젊은 청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는 양적 경제성장을 주도하면서 동시에 그 수혜를 입었기 때문에 절대권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성장의 수혜가 보장되는 한에 있어서는 독재정권이든 뭐든 미화될 수 있으며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50대가 60세 이상 세대의 왕정시대 사고나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경제적 수혜를 얻기만 한다면 왕조적 절대권력에 굴종하든 뭐든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편의주의적 자기합리화 경향, 바로 이런 점이 50대가 60세 이상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40대는 80년대 민주화를 이끈 세대라는 점에서 절대권력이 곧 국가라는 등식을 처음으로 부정하고 깨트린 세대입니다. 이것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40대가 50대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바로 이 점에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5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면서 한국 사회 및 정치경제사에 있어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즉 세대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저희 연구소나 본 포럼이 한국사회를 20-40대 중심의 자식세대와 50대 이상의 부모세대로 구분하고 있는 근거이며 또한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대와 60세이상 세대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70-80년대 양적 경제성장 시절의 수혜를 누린 세대로 많건 적건 어느 정도 재산을 축적해온 세대입니다. 이처럼 양적 경제성장의 초창기부터 재산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70년대 이후 양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동산투기를 주도해온 것도 바로 이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40대 역시 양적 경제성장 시절의 막차를 탄 세대로 늦게나마 자기방어적 차원에서 부동산투기 대열에 합류한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50대 이상과는 달리 40대는 재산 축적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에서 상당수가 은행 대출을 떠안고 주택마련에 나선 것으로 추론됩니다.


이상으로부터 적어도 50대와 60세이상 세대는 본인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결과적으로 정의와 도덕성이 결여된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대와 60세이상 세대의 부도덕한 행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회주의적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조시대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70-80년대 양적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렸고 그로부터 축적한 재산을 바탕으로 90년대 이후 부동산투기를 주도하면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결과적으로 세대간 착취를 해오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40대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40대는 부동산투기의 막차를 탔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가 시작되면서 가장 타격을 크게 받고 있을 것으로 추론됩니다. 그런가 하면 40대는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명퇴 등 실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가정이 붕괴되고 자살자수와 이혼수가 급증하는 등 5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크게 받았습니다. 2009년에는 자살자수가 전년에 비해 400명 이상 늘어난 3,000명 선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혼수 역시 2006년부터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세대간 착취 행위의 최대 피해자는 30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7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현재 30-39세까지의 30대를 이루고 있으며 40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 30대는 베이비붐 세대에서 저출산 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대는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인해 사회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커다란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투기 광풍과 경제적 부침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세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0년간 한국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가장 주력세대인 30대가 연이은 치명타를 맞아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30대가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도 말할 수 없이 안타깝지만 앞으로 겪게 될 고통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입니다.


30대는 심하게 표현하면 버려진 세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말의 외환위기로 인해 아예 첫출발부터 온전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사회에 첫발조차 제대로 내딛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일자리를 얻었더라도 상당수가 비정규직이거나 설령 정규직이라도 언제 실직할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투기 광풍으로 인해 집값이 폭등하여 결혼조차 못한 사람들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미 상당수는 아예 결혼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설령 결혼을 했더라도 집값과 사교육비 폭등에다 치솟는 물가급등 등으로 애를 낳지 않거나 아예 애 낳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출산율이 높아야 할 이 세대가 온갖 경제적 고통으로 인해 애를 낳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 전체로 보면 대가 끊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대가 편히 살기 위해서 아니면 애가 귀찮아서 애를 낳지 않고 있겠습니까? 결혼하고 애 낳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 세대는 이미 더 이상 도망갈 데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습니다. 이미 90년대부터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이혼이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자살률과 자살자수도 40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 세대가 겪어야 할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될 것입니다. 한국의 위정자들이 이 세대에 가한 경제적, 인간적 폭행과 세대폭행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다섯 번째로, 8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현재 20-29세까지의 20대를 이루고 있으며, 저출산의 첫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 강력히 추진된 산아제한 정책으로 80년대부터 저출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합니다. 당시에는 이 산아제한 정책이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었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근시안적인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구정책은 평균수명이 70-8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70-80년을 주기로 내다보고 장기적이며 총체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70년대의 산아제한 인구억제책은 시행한 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저출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인구와 교육 문제는 바로 이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모든 변수들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정책과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 없이 제멋대로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80년대의 저출산은 인구억제 효과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 경제적 상황 악화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미 70년대 양적 경제성장이 시작되는 한편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수출위주의 경제성장이 타격을 입었고 서민물가도 폭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경제도 혼란에 빠지는 등 타격을 받았습니다. 70년대 후반부터 부마사태와 10.26사태, 전두환 군사쿠데타 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정치적 격변이 이어지면서 경제적으로도 혼란에 빠졌던 것입니다.


이처럼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정치적 혼란 속에서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손실을 메워준 것은 다름아닌 원화 환율 폭등과 수출보조금 지원정책이었습니다. 당시 원화 환율은 1970년에 달러당 300원 정도에서 80년에는 500원대로 1985년에는 880원대까지 3배 가까이 치솟았던 것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환율이 폭등한 것과 똑 같은 현상이 이미 70년대 양적 경제성장의 초창기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율산그룹 사건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진실의 내막이야 어찌됐건 돌맹이 수출이 거론될 정도로 정부의 수출보조금 지원이 대단했습니다.


사실 70-80년대 양적 경제성장의 수혜를 누린 50대 이상 세대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정희 독재정권이 그래도 경제는 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원화 환율 폭등과 수출보조금 효과를 빼면 실제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 이룬 경제성장은 거의 미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원화 환율 폭등과 수출보조금 혜택은 철저하게 일반서민들의 희생을 대가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그나마 이룬 경제성장은 사실상 대다수 국민들의 피땀 흘려 몸으로 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당시 정부가 나서서 굳이 산아제한을 하지 않았더라도 경제적 삶이 팍팍해진 일반서민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키우지도 못할 아이를 많이 낳을 생각이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지금의 20대는 90년대 세계적으로 IT혁명의 광풍이 불어 닥쳤을 때 10대 청소년기를 거친 컴퓨터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출산의 효과로 각 가정에서 비교적 많은 보호를 받고 어려움 없이 자라난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도 서구형 체형에 근접하고 있으며, 과잉보호를 의미하는 마마보이라는 말도 이 세대에서 처음 나온 신조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민주화 이후 최초로 민주화 교육을 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로 인해 90년대의 청소년 시절에 해외여행 경험을 해본 글로벌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30대 이상 세대가 저축문화 세대라고 한다면 이들 20대는 소비문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유신독재나 군사독재 교육을 받아온 30대 이상 세대의 폐쇄적이며 획일적인 사고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20대는 컴퓨터 세대이며 마마보이 성향이 있고 민주화 교육을 받은 글로벌 세대라는 점에서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에서 쉽게 벗어나는 등 30대 이상 세대와는 근본적으로 삶의 방식이나 사고 방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문화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민주화 교육과 글로벌 체험의 영향으로 다양한 사고와 가치관 그리고 자기만의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초의 소비문화 세대이기 때문에 유행에도 민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마마보이라는 말에서 유추해낼 수 있듯이 30대 이상 세대가 보면 다소 버릇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며, 독립심이나 자립심이 부족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20대의 부모세대는 50대와 60세 이상 세대입니다. 그런 점에서 가정 내에서 부모와 자식간에 소통이 어려운 세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50대와 60세이상 세대는 왕조적 사고와 아날로그문화에 익숙한 반면, 20대는 민주화 교육을 바탕으로 서구적 사고와 자기개성이 강하며 디지털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식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통분모가 거의 없습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보호해주고 일방적으로 보호받는 관계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세대간의 괴리 이상으로 더 심각한 것은 이들 20대는 90년대 민주화 이후 시도 때도 없이 바뀌어온 입시교육정책과 사교육의 피해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를 넘는 과잉 입시경쟁 속에서 온갖 편법과 반칙을 해서라도 무조건 일류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대학 졸업 못하면 취업 못한다는 황당한 기만극이 만연한 것입니다. 그 결과 이 세대의 거의 모두가 사교육에 매달리고 대학을 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즉 대학진학률이 거의 100%에 이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교육자율화와 시장논리를 내세워 국민들에게 각자 재주껏 돈 있으면 가르치고 돈 없으면 가르치지 말라는 식으로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 포기를 선언해버렸습니다. 그러자 대학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등록금장사로 내달렸으며 사교육시장은 갈수록 비대해졌습니다.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니 당연히 부모들의 등골이 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엄청난 교육비를 투입하고서도 20대의 대학진학률 100%는 결과적으로 20대와 부모 그리고 국가 전체를 가두는 새장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 또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자수성가하려고 하거나 창업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무조건 기업 그것도 대기업에 취직하려고만 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20대에게 위험에 과감히 도전하는 기백과 패기와 자립심을 키우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마치 인생의 성공인양 착각하게 만듦으로써 기득권 질서에 복종하도록 세뇌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경제사회 전체로 창의성과 도전성의 퇴보라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 취업에 매달린다고 해서 모두가 원하는 대로 취업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뻔한 사실을 알면서도 모두를 대기업 취업으로만 몰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는 대기업들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선동이나 음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선동을 한다 한들 취업은커녕 오히려 20대는 갈수록 심각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20대는 시작부터 88만원 세대로 불릴 정도로 사회로 나가는 출구 자체가 거의 막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탈출을 위해 대학 졸업을 꺼려 휴학을 한다든지 대학 졸업도 모자라 대학원과 유학까지 가는 등 온갖 스펙을 쌓고 있지만 출구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기약 없는 취업을 위해 의미 없는 공부를 끊임없이 합니다. 영어공부, 공무원시험, 로스쿨, 자격시험 등 끊임없이 공부를 합니다. 20대와 30대의 젊은 시절을 소모적이며 무의미한 공부 아닌 공부에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필수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20대는 30대보다 더 장래가 암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대는 마치 멀지 않은 곳에 끊어진 철로 위를 질주하고 있는 기관차와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들 20대는 스스로 독립할 엄두가 나지 않아 오히려 부모 품으로 되돌아가거나 부모 품에서 떠나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20대는 스스로 독립해야 하는 성인이 아니라 여전히 부모의 보살핌에 의존해야 하는 미성년자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20대가 되도 여전히 어린애인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경제 전체로 볼 때 커다란 손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인 한 사람을 키워내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듭니다. 또 앞으로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패기나 도전정신이 쇠락하게 됩니다.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당연히 시작부터 경쟁력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자기 스스로 독립해야 하는 성인이 되기를 기피하는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20대는 시간이 갈수록 존재감이 약해져 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성인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엄청난 경제적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위정자들은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있습니다. 아예 문제의식 자체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공부방에서는 지난 50년대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경제 및 사회 변화 과정 속에서 각 세대별 특성과 성향에 대한 분석과 추론을 바탕으로 한국의 정치경제 및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드렸습니다. 다만 이미 앞서 강조해드린 바와 같이 위에서 분석한 각 세대별 특성이나 성향 등은 세대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다시 한번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세대별 분석은 20대에서 60세이상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횡단적 분석입니다. 하지만 세대 그 자체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각 세대가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동태적 분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대가 맞이하게 될 향후 10년 동안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지금의 30대가 처한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20대만이 지니는 고유한 특성이나 성향 그리고 20대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도 추가로 더해질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30대의 향후 10년은 지금의 40대가 처한 상황을 보면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윗글을 통해 세대별 특성 및 성향 분석을 통해 우리는 한국의 20-40대 자식세대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처한 힘들고 고통스러운 모습들을 잘 느끼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식세대들의 아픈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들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계기로 자식세대와 부모세대 모두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윗글은 9월 7일자<경제시평>의 시사경제에서 세대별로 본 한국 경제사회 문제로 발표된 보고서의 원문입니다. 시사경제에서는 분량상 일부 내용이 편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