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사귐
거문고 줄 꽂아 놓고/ 이승수 지음/ 돌베개/ 2006-9-5/ 반양장본 | 246쪽 | 205*145mm /
책 소개
"옛 사람의 아름다운 사귐을 이야기하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 홀연히 잠에 든 제
시문견폐성(柴門犬吠聲)에 반가운 벗 오는고야
아희야 점심도 하려니와 탁주 먼저 내어라
"조선 후기 김창업의 작품이다. 거문고 줄을 잘 골라놓고, 스르릉 스르렁 줄을 튕겨보고, 솔바람 소리에 맞춰 새로 얻은 곡조를 타보기도 하다가, 들어줄 사람이 없어 결국은 마른 걸레로 거문고 곳곳을 잘 닦아 벽 한구석에 세워놓는다.
그때 사립문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거문고 연주를 들어줄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너무 반가워 "점심상 올릴까요?" 하고 묻기도 전에, "술상 내오너라. 점심은 조금 있다가 먹자"하고 부엌을 향해 소리친다. 그 흥분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본문 중에서)
조용하던 집에 사람이 찾아드니 아연 활기를 띤다. 느릿느릿 흘러가던 일상에 생동감이 넘치고, 사람들의 얼굴마다 웃음이 묻어난다. 세상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지기(知己)의 존재란 그런 것이다.
책은 조선시대를 주요 배경으로, 이익과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의 사유와 삶을 존중했던 옛사람들의 아름다운 사귐을 소개한다. 이들은 이념, 나이, 계층, 성, 지역 등 삶의 조건들이 달랐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신뢰했다.
문헌에 남은 감동적인 일화들, 주고받은 편지와 시, 그림 등을 재료로 정몽주와 정도전, 이황과 이이, 이항복과 이덕형 등 스물네 사람의 사귐을 흥미롭게 풀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교감하며 소통하는 관계, 서로의 사유와 삶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주려는 정신 등 지기(知己)와의 진정한 관계에 대한 생각을 녹여냈다.
목차
책머리에
그대 기다려 거문고를 타리라
신륵사 뒤뜰 석종의 침묵 - 나옹화상과 이색
두 호걸 한 지점에 서다 - 정몽주와 정도전
떠도는 이들의 애틋한 마음 - 김시습과 남효온
속리산과 지리산의 대화 - 성운과 조식
도산서원에서의 이틀 밤 - 이황과 이이
도의로 따르는데 행적을 따질 건가 - 양사언과 휴정
국난시의 어진 두 재상 - 이항복과 이덕형
우리 사이가 맑은 까닭은 - 허균과 매창
심양 객관의 자욱한 담배 연기 - 김상헌과 최명길
호한과 녹림객의 산중 결교 - 임경업?이완과 녹림객
사제가 벗이 되는 이유 - 이익과 안정복
북경에서의 한 점 인연과 긴 여운 - 나빙과 박제가
책 내용중에서
나를 지키되 너를 인정한다
정몽주와 정도전, 두 사람은 흔히 역사의 라이벌로 이야기되곤 한다. 정몽주는 절의(節義)를 내세워 고려의 존속을 도모했고, 정도전은 새 왕조의 창업을 기획했다. 바로 여기가 두 사람의 방향이 달라진 지점이다. 하지만 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서로의 기상과 인품을 흠모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면서도 편이 갈려 치열하게 대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정도전이 잇달아 부모를 여의고 경상도 영주 소백산 산골에서 거상(居喪)하고 있을 때, 개성의 정몽주는 무엇으로 벗의 마음을 위로할까 고민했다. 그리고 생각 끝에 <맹자> 한 질을 마련해 보내주었다. 정도전은 이 책을 받고 하루에 한 장 또는 반 장씩 읽었다고 했다. 뜻을 알기 어려워서라고 말했지만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끼는 마음, 책갈피마다 배어 있는 벗의 마음을 두고두고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알라딘
저자 소개
소개 : 경기도 광주 사람으로 한양대 국문과에서 수학했다. 문학을 중심으로 역사와 지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옛이야기를 듣고,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일을 한다. 10년쯤 뒤에 재미와 울림이 있는 한국문학사를 짓는 꿈을 종종 꾼다. 최근 <조선의 지식인들과 함께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 등의 책을 냈으며, 「박문수 전승의 역사적 기반 탐색」, 「불가(佛家) 한시(漢詩)에 내재된 그리움과 번민」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의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한양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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