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얼미디어. 심경호지음.2006-5-9
간찰(簡札)은 요즘 우리말로 편지를 이르는 옛말로, 이 책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선비들이 주고받았던 간찰들을 소개한다. 다양한 내용의 간찰들 중에서 정몽주, 이황, 이이, 허균, 김정희, 정약용, 박지원 등 당대를 대표하는 선비들이 나이와 사상의 차이를 떠나 서로 교류하며 벗에게 보낸 편지들을 가려 뽑은 것이다.
간찰은 당대에 선비들이 서예나 그림 등에 빠지는 것을 기피하면서도 자신의 글씨와 문장력을 펼칠 수 있다 하여 예외로 두었던 영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들의 간찰은 이들의 사적인 면모 뿐만이 아니라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배려하며 관계를 맺고자 모색하는 교제의 예술(ART), 그리고 이들이 교우를 통해 스스로의 인격과 책무의식, 학문과 예술을 향상시켜나간 흔적이 종합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각 간찰의 한문 원문과 그 번역을 소개하고, 간찰을 주고받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그 가운데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고, 부채나 종이, 옷 등을 딸려보내는 간찰을 통한 교제의 예(禮)를 알려주어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자리잡은 지금 시대에 옛 간찰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덧붙이는 글
"저는 외곬이라도 아무리 궁해도 구걸을 못합니다. 남이 주는 것도 받지 않고, 받더라도 어깨를 움츠리고 무릎으로 설설 기지를 않습니다. 사례하더라도 감격해서 달려가는 법이 없고, 빙씨(氷氏 순결한 마음씨)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제 자신 이것이 나쁜 습관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습관이 본성으로 굳어져서 바꿀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제 마음을 알아주는 이를 만나, 한 번 머리를 끄덕이고 한 번 말을 주고받은 뒤로 한 번 적은 돈이라도 주시면, 많은 선물을 받는 것보다 더 기뻐합니다."
- 김시습이 양양 부사 유자한에게 벼슬살이의 권유를 거절한 간찰 중에서 - 알라딘
"지금은 억만 백성이 물 새는 배에 타고 있으므로 그것을 구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마 벼슬을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일은 만약 풍천(豊川)을 만나시거든 마땅히 곡진에게 부탁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 본문 중 이이가 송익필에게 현실참여의 의지를 밝힌 간찰 중에서 - 알라딘
2006년 5월
멋지고 풍류가 넘치면서도 대장부들의 기개가 높음을 일깨워주는 신선한 충격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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