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27. 맑음. 백두대간 보충등반겸해서 히트산악회 버스 이용하여 홀로 산행.
높고 깊은 산을 보려면 두타산(頭陀山·1352.7m)~청옥산(靑玉山·1403.7m)으로 가라.
신비로운 산세에 멋진 조망까지 더해지니 명산의 덕목을 이보다 더 갖춘 산이 또 어디 있겠는가. 동해 해수면보다 조금 높은 180m 저지대에서 1400m 안팎 높이 산정까지 올라야 하는 산행이 쉬울 리 없지만, 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산정에 오른 뒤에 오는 쾌감은 웬만한 산에서 맛볼 수 없는 것이다.
강원 내륙의 명봉 명산은 물론, 동해의 푸른 바다를 발 아래 두고 일망무제의 그 산정에 서 보시라. 겉에서는 두루뭉실한 평범한 산이건만 안으로 들어서자 곧 달라졌다. 속옷은 화려했다.
무릉계 너래 반석에는 옥빛 물줄기가 흐르고, 숲 짙은 산사면 곳곳에 기암절벽과 암봉 암릉이 솟구쳐 반짝였다. 옛 사람들도 흥을 이겨낼 수 없었나 보다. 이런 무릉도원에서 영원히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반석을 쪼아 자기 이름 새겨 넣은 것을 보면.
파고들수록 점입가경. 커다란 바윗덩이는 골짜기를 메우고, 물줄기는 바위 사이사이를 빠져나가 흐른다. 커다란 바위 사이에 와폭도 숨어 있고, 이무기라도 숨어 있음직한 짙은 소도 나타난다. 그러다 골이 갈라지면서 신비감은 더해간다. 좌측 박달골과 우측 바른골 초입은 ‘더 이상 올라오지 말라’는 뜻인양 위협적인 폭포를 일으켜 세우고, 그에 주눅들지 않고 한 걸음 더 들어서자 이번에는 거대한 협곡 아래 폭포가 또 다시 길을 끊어 버렸다. 여기서도 옛 사람들은 풍류를 버리지 않았다. 용추폭이라 이름짓고, 그 폭포 암벽에 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놓았던 것이다.
폭포의 위세에 눌려, 아니 산 위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픈 마음에 무릉계곡을 되내려서다 산성길로 접어들었다. 역시 ‘골때리는 산’이란 별명답게 끊임없는 된비알이다. 그러다가 숲이 터지면서 옛 모습 잘 간직한 두타산성과 더불어 무릉계 건너 관음암 일원의 기암절벽들이 고행에 보답하는 절경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골짜기 안에 벌어진 산성12폭의 장엄함에 몇번이고 눈이 동그래진 다음 물줄기를 가로지르면 이젠 끝없는 오르막이다. 그렇지만 순간순간 숲이 터지면서 눈에 들어오는 두타산과 청옥산의 웅장함에 감탄하고, 바위턱 조망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한 발 한 발 옮기다 보면 어느샌가 두타산 정상에 올라 선다. 두타산정은 조망의 놀라움을 깨닫게 하는 뷰포인트(view point)였다.
남한 땅 어느 산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부드럽게 휜 두타~청옥 능선, 그 동쪽으로 깊이 파인 무릉계, 무릉계 양옆으로 능선을 향해 뻗고 치솟은 암릉과 기암괴봉, 게다가 동으로 동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가 하면, 반대쪽으로는 태백산을 향해 뻗은 기운찬 백두대간과, 가리왕산에서 오대산에 이르기까지 강원 내륙의 고봉준령이 일렁이고 있었다. 강원내륙의 고봉준령들이 ‘왕’의 행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산천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