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8년 어느 여름날에 고향 친구들과 피서겸 객기부릴겸해서 갔던 산행. 맑은후 오후부터 흐려 밤새 비.
한 여름에 피서도 할겸 무턱대고 친구들과 배낭에 살림살이 도구를 들쳐메고 백암산으로 들어 갔다. 백양사 입구에서 경찰에게 장발단속에 걸려 범칙금통지서를 선물로 받았다. 당시에는 장발단속이 심했던 시절이었는지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봐주지 않았다. 그렇게 백양사를 지나서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예초의 시간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길에서 허비해버려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텐트를 쳐야 했다. 날도 흐려지기 시작하고 정상정복이 목적이 아니니까 다들 힘들여 산을 오르기보단 그 자리에서 누울자리를 찾는데 관심이 많았다. 저녁을 해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둥번개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이건 종잡을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것이다. 다들 무서워서 어둠속에 떨면서 부둥켜 안고 그렇게 밤을 지새워야 했다. 염라대왕 면전에 갔다 온 기분이었다. 계곡물이 삽시간에 불어나는데 어찌나 무섭게 불어나고 흘러내리는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할 정도이다. 계곡물속에서 바위 굴러가는 소리가 그리 크게 들리는건 처음이고 지금까지도 듣지 못했다. 새벽이 오고 날이 밝아오면서 우린 부리나케 텐트를 걷고 짐을 꾸려 하산해버렸다.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는데 정신없어 어찌 그 험한 계곡을 내려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말 무섭고 끔찍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