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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神이란 무엇인가?

돗가비 2009. 10. 1. 08:23

ㆍ종교문화연구원 ‘귀신론’ 토론회 내용에서 

귀신은 존재하는가. 귀신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면 인적이 드문 곳의 폐가를 배경으로 성우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귀신 목격담을 전한다. 종교에 기대어 귀신을 쫓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화면이 이어진다. 육신을 떠난 넋이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산자의 몸에 달라붙어 그를 해친다는 게 ‘대중적 귀신론’의 핵심이다.

지난 25일 종교문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귀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스님, 목사, 신학자들이 모여 각 종교적 맥락에서 ‘귀신’은 어떻게 이해되는가를 학술적 차원에서 논의했다. 태고종열린선원 원장 법현 스님은 “근본적으로 ‘귀(鬼)’와 ‘신(神)’은 다른 존재로, 귀는 공포스럽고 기괴한 모습을 한 ‘아귀’의 줄임말인데, 초기 불교 교학에서 아귀는 다음 생으로 태어날 힘을 가지지 못한 배고픈 귀신”이라고 말했다.

또 “사후 다른 존재로 태어나기 전에 머무는 단계를 ‘중유(中有)’라고 하는데, 중유 즉 ‘중음신(中陰身)’을 귀신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고 했다. 선한 귀신인 사천왕, 악한 귀신인 나찰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불교의 귀신은 사람에게 직접 해코지를 하는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스님은 “불교 이론에 의하면 귀신이 있지만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니라 좋은 것으로 바꾸어야 할 교화 대상”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에서 보는 귀신은 ‘악령’이다. 최대광 목사(감신대 강사)는 “귀신은 인간의 영이 아니고 루시퍼와 그의 추종자인 천사를 총칭하는 사탄”이라며 “이들은 병을 퍼뜨리는 등 신의 뜻과는 정반대로 행동을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데몬(demon·악령)’은 성서 번역 과정에서 ‘귀신’이 됐지만, 하늘에 있던 천사가 타락해 인간에게 해코지를 하는 악한 존재가 되었다고 본다.

기독교와 불교 텍스트에 나오는 ‘귀신’은 한국 전래 과정에서 무속의 귀신과 결합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로부터 이단으로 분류된 김기동 목사는 귀신을 타락한 천사를 포함한 ‘불신자들의 사후 영’으로 해석했다. 최 목사는 “육체와 영을 인정하는 기독교에서는 무속적 세계관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면서 “한국 기독교인에게 귀신과 악령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교회 명패를 대문에 걸어두면 귀신이 들지 않는다는 믿음 등이 무속적 세계관과 결합한 사례다.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 원장은 ‘담론형성’ 차원에서 귀신을 설명한다. “일본 사상가 고야스 노부쿠니는 ‘귀신이 사는 곳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하는 말 속’이라고 했는데, 유가의 귀신론은 귀신을 담론 안에 살게 하면서 귀신과 제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나 각종 위령제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