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05.
올 여름 휴가는 보길도여행이다. 마누라가 오래 전부터 보길도를 노래불렀다. 여고시절 시인선생님이 보길도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오라고 했던 것을 못가보고 많은 세월이 흘러 버렸다. 선생님은 퇴직을 하셨고 여고친구들도 많이 변해버렸지만 남은 미련을 달래주기 위해 기여코 보길도를 가기로 했다. 예초 계획은 고향을 들러 하룻밤 자고 보길도를 들어가기로 했는데 애들이 싫어해서 할 수 없이 나만 먼저 시골집에 가서 이틀을 보내고 월요일에 목포로 향한다. 목포를 가는 길에 낙뢰와 폭우로 고생을 하면서 목포역에 도착했다. 마누라와 애들은 KTX특급열차를 타고 온다. 여행인데 기분좋게 특급열차를 이용하게 하여 기분을 달래 주었다. 차로 영산강하구언 제방을 거쳐 대불공단을 지나는 길가의 기사식당에 들렀다. 서울에서 보통으로는 아줌마들과 택시기사들이 많이 가는 식당이 맛있다는 말을 하면서 어떤 식당에 들어가니 손님은 하나도 없다. 종업원들만 음식준비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하면서 우리가 들어가도 시큰둥하다. 전라도 인심이 이러진 않았는데. 역시나 밥도 별로이고 반찬도 깊은 맛이 전혀 없다. 셀프로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 기분을 달랬다. 땅끝마을에 도착하여 선착장에 들어가자 배는 출발 준비로 바쁘다. 서둘러서 표를 구입하고 차를 배에 실었다. 배는 아침 7시부터 출항이고 30분마다 출발해서 급히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겠다. 그리고 노화도로 가는 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거리로 지루하지 않고 배멀미 등을 걱정하지 않아 좋다. 배 위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을 하면서 가는 데 항구를 벗어나면서 보이는 에펠탑 모양의 등개가 이색적이다.
땅끝마을 전망대.
보길도 가는 선상에서.
노화도 앞의 마삭도.
노화도 가는 길에는 흑일도라는 꽤 큰 섬을 지나 마삭도를 지나면 노화도 산양항에 도착하게 된다. 차를 달려 보길도 오우해펜션으로 갔다. 펜션은 바다를 내려다 보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꽤 좋았다. 다만 전신주와 전깃줄이 전망을 방해하여 일몰을 완벽하게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펜션에 짐을 풀어 놓고 보죽산과 공룡알해변을 보러 갔다. 큰 애는 잠이 들어버리고 작은 애와 셋이서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데 경치가 그만저만 아니다. 탁 트인 바다와 작고 앙증맞은 섬들이 놓여 있는 곳에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공룡알해변을 가선 약간 실망이 큰 편이겠다. 몽돌로 된 해수욕장이겠거니 했는데 앙상하게 생긴 해변과 큰 돌들이 널브러져 있고 쓰레기가 마구 굴러다니는 관광지로선 불합격점이다. 해변을 걷다 우연히 작은 바위 밑에 말벌이 우글거리는 걸 보고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그곳에는 꽤나 큰 말벌집이 있고 수백 마리의 말벌들이 윙윙거리며 날고 있어 후다닥 자리를 뜨고 말았다. 모르고 그 돌을 발로 차기라도 한다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겠다. 보죽산은 오르는 길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어디론가는 오를수 있나본데 날도 기울고 일부러 산을 올라야 할 이유도 없다싶어 보옥리 마을을 구경하면서 되돌아 나왔다.
보옥리 가는 길에서 보죽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보옥리 가는 길에서. 보죽산(뽀족산)을 뒤로 하고.
공룡알해변.
공룡알해변에서...
공룡알해변에 말벌집.
보죽산과 공룡알해변.
망끝전망대에서 보는 보길도 일몰.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몰을 보게 되었다. 망끝전망대는 망망대해를 볼 수 있는 최고의 명당이다. 하루 해는 길게 느껴지지만 해가 넘어가는 것은 순간이다. 그만큼 시간은 빨리 덧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펜션에 돌아와서 저녁으로는 준비해간 등심과 삼겹살로 숯불바베큐를 해먹으면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곁들인다. 저녁을 마치고는 펜션 여사장님과 두어시간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수다를 떨었다. 아들들만 둔 집안의 고단함과 따분함, 삭막하고 거친 아들들만 키우느라 고생하는 두 엄마의 대화는 너무 많은 공감대를 이루면서 밤을 샐 기세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부부가 보길도를 여행하면서 봤던 이곳이 너무 좋아서 퇴직후 서울에서 내려와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말 안듣는 아들 다루는 것하며 늙어서일수록 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늙어가면서 지혜롭게 사는 법에 빠짐없이 나오는 늙어서 돈 없으면 자식들한테 홀대받는다는 것과 자식들도 모르게 어느 정도의 목돈을 쥐고 있어야 건강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조언도 듣는다. 나도 그것에는 공감하고 동조한다. 그렇게 여행의 하룻밤은 깊어 간다.
길가에 방목한 염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보길도 망끝전망대일몰.
보길도 오우해펜션에서 바라다 본 일몰.
'혼자 걷는 인생 > 만고강산유람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남 두륜산케이블카 (0) | 2013.08.09 |
---|---|
보길도 여행 (0) | 2013.08.09 |
원불교 영산성지 연꽃 (0) | 2013.08.08 |
줄타기 (0) | 2013.07.11 |
예술의 전당 연희마당 놀이 (0) | 2013.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