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암산06.08.26 산정산악회 날씨 비 오다 맑음
07:20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에서 산정산악회 버스에 승차
국도를 달려 강원도 양구까지 간다.
산행 들머리인 후곡약수터에 도착하니 11:00
1 1:05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후곡약수터에서 약수를 한 바가지 마시니 물맛이 새콤하면서 탄산수 맛을 느끼게 한다.
약수란 게 실감나는 맛이다. 보통 약수라고 해도 보통의 물맛과 별 차이를 못 느끼는데 여기 약수는 혀에 닿는 순간 톡 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약수터를 지나 도랑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왼쪽으로 들어서는 길이 있다. 급경사를 올라가다 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을 알고 왔기에 모든 사람들이 비옷으로 갈아입고 산행을 계속한다.
길은 미끄럽고 경사가 급해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봉우리가 나타난다. 738봉이다. 여기부터 정상까지
는 능선을 따라 조금 여유 있는 편한 산행이 이루어진다. 가면서 앞에 가던 사람들을 하나씩 제치면서 부지런히 걷다보니
제일 앞에 가게 되었다. 비도 게이고 산행하기엔 좋은 날씨가 된다. 그리고 정상에 선다.
1 3:20 대암산 정상이라는 푯말이 보이는 1122봉이다. 하지만 여기는 대암산 정상이 아니다. 대암산 정상엔 별다른 특색이
없다. 정상적인 등산로는 여기까지 이다. 그래서 모두 여기를 대암산 정상으로 인정하고 산행을 한다.
대암산과 한 줄기이기 때문에. 여기부터는 군부대에서 출입통제지역으로 정하여 산행을 막고 있다. 물론 군인들도 쉬는
날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날은 대암산까지 산행이 가능하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정상을 지나쳐 앞으로 나가면 약간의 오르막이 있고 헬기장이 보인다. 이곳이 정상이라는 1122봉보다 더 높아 보인다.
봉우리에서 가파른 급경사를 나뭇가지를 붙잡으면서 급하게 내려서면 임도인지 작전도로인지 구분안가는 도로에 내려
서게 된다. 임도에 내려서는 순간에 방향을 좌향좌 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일정은 여기서 그르기 시작한다.
난 그만 다른 일행 한 명과 우향우를 하고 말았다. 임도를 따라 한없이 걸었다. 한 시간여를 걸었을까? 자연보호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나는 이곳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용늪으로 착각하고 만다. 임도를 따라 한없이 가는데도 용늪이 보이지
않는다. 대암산은 정상을 올라야하는데 가는 길은 내리막이 시작된다. 그때서야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나와 그 남자는
뒤돌아선다. 산행하면서 알바를 하면 정말 힘 빠지는 일이다. 그것도 내리막을 한찬 내려간 후에 다시 올라오는 길은
멀기만 하다. 다시 자연보호구역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휴게소에서 사가지고 간 감자떡으로 점심을
때우고 풀이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본다. 얼마를 가도 보이는 게 없다. 여기도 용늪은 아닌가 보다. 다시 내려와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용늪이 아닌가 싶다. 우리 둘이는 이곳이 용늪이라고 확신하면서 좋아한다. 바보같이.
이제 하산하는 일이 멀기만 하다. 용늪 아닌 용늪을 봤으니까. 다시 처음에 내려섰던 임도의 지점에 도착하니 산악회에서
같이 온 일행이 보인다. 산 정상에선 목소리도 들리니 무척이나 반갑다. 나와 그 사람 둘이는 임도에 내려선 이후 여태
사람을 보지 못했었으니까. 왜냐면 우리 둘이는 하도 빨리 걸었다. 거의 달리기 수준으로 바보같이.
둘이는 꾀를 부리기로 하고 봉우리 올라가느니 임도를 따라 무작정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걸어간다. 정말 대암산이 있는
곳으로. 조금 걸어가니 일행 한 명이 되돌아온다. 왜냐고 물어보니 대암산이 너무 멀어서 가는 걸 포기하고 하산할거란다.
나는 무슨 소리냐고 대암산은 저 반대편 길에 있다고 우긴다. 정말 바보가 되어버렸다. 그때까지도 대암산을 나는 보고 온
걸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아니란다. 대암산은 지금 이곳에서도 한 시간은 더 가야 할 거란다. 산악회 일행들이 지금
대암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란다. 나는 아니라고 우기면서 계속가면 내려가는 길이 있을 거라고 말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그 사람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되돌아가기 위해서.
일행이었던 그 사람은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가버리고 나 혼자 부지런히 따라가 본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아니
달렸다고 해야 맞는 말 일거다. 저쪽에서 젊은 사람이 혼자 걸어온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물어보니 용늪에서 오는
길이란다. 이게 무슨소리...... 내가 용늪에서 오는데. 재차 물어보니 아니란다. 용늪은 지금도 30분은 걸어야한단다.
아니 이런 낭패가 어디 있단 말인가. 용늪에서도 대암산 정상은 더 가야 한다. 그럼 오늘 산행에 목표인 용늪은 근처에도
가지 못한단 말인가. 혼자 잘난체하고 돌아다니다 이런 낭패를 보게 되었다.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 용늪을 갈 것인가 아님
되돌아서 하산을 해야 하는지.
1 5:40 하산하기로 하고 그 젊은이와 함께 처음 임도에 내려섰던 지점까지 동행한다. 그 사람은 산 아래 동네에 차를 세워
놓고 혼자 걸어왔단다. 주차장에서 대암산 정상까지는 자그만치 15km라는 안내 이정표가 서 있었단다. 우린 작별을 고하고
다시 난 산을 타기 위해 숲으로 몸을 숨긴다. 5시까지 하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난 단숨에 산 정상에 올라선다.
1 6:20 부지런히 걸어야한다. 여기서부터 길은 올라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이다. 대암산 정상이라는데 까지 단숨에 달려
내려가고 숨고르기를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양쪽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등산을 하면서 이렇게 쥐가 나기는 처음
인지 오랫만인지 기억이 희미하다. 하산지점인 생태식물원과 후곡약수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이제 생태식물원까지는 1.8km거리. 서두르면 5시는 아니어도 크게 늦지는 않을 거 같다. 등산로는 가파르다. 간간이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돌 뿌리가 걸음을 더디게 하고 급경사로 인해 급한 마음을 더욱 조이게 만든다. 위험한 구간은 아니
지만 상당히 조심을 해야 할 구간이다. 방심하다간 넘어지기 좋은 길이다. 어두운 숲을 달리다시피하면서 얼마를 내려오니
앞이 훤하다. 생태식물원에 도착하였다.
1 7:30 포장도로를 따라 주차장에 도착. 계곡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점심을 해결한다. 오늘 산악회는
뒷풀이 음식이 형편없다. 그래도 배가 고파 꿀맛이다. 오늘 산행은 오랫만에 속도를 내고 달리기한 날이다. 최근 직원들과
다니면서 편한 산행을 하다가 혼이 났다. 예초에 방향을 잘 잡아 대암산을 찾아간 그룹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서울로 오지
못하고 기다린다. 십여 명이 대암산을 갔다는데 오지를 않는다. 산악회에서 산행 계획을 잘못세운 것이다. 가짜 대암산까지
다섯 시간 산행인데 용늪까지 사람들을 보내버린 것이다. 무박으로나 가능한 거리인데도. 한 시간을 기다리고 두 시간을
기다려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밤이 되자 비가 억수로 내리기 시작한다. 아직도 하산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다 산행
대장이 찾으러 갔는데 연락오기를 회원 1 명이 발목이 삐었단다. 이제 밤 9시가 되어간다.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두 사람이 드디어 도착한다. 한 사람이 발목을 삐어 시간이 지체되었단다. 급히 서둘러 서울로 향한다. 오는 길에 휴게소
에서 우동을 한 그릇 먹고 잠을 청한다. 집에 도착하니 한시가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