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완)

지리산 둘레길 12(어천마을에서 덕산까지)

돗가비 2012. 11. 24. 22:44

121124. 맑음.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구간을 돌고 오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시인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李元圭) 약력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옛 애인의 집><돌아보면 그가 있다><빨치산 편지> 등과 산문집 <지리산 편지><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등을 펴냈다. 신동엽창작상·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순천대 문창과·지리산학교·실상사 작은학교 강사.

 

지리산길을 떠나게 해 주었던 이원규시인에게 감사드립니다.

 

길고도 지루했던 지리산둘레길을 마치는 날이다. 지리산둘레길이 사단법인 숲길에 의해서 22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난 그 전에 시인 이원규님의 지리산둘레길을 미리 걷다가 대중화된 길이 생기면서 따라 걷다보니 구간이 뒤죽박죽이다. 그래서 12번에 걸쳐 마무리하게 된다. 따르던 길도 숲길의 길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넘나들던 곳을 따라 걷기도 해서 코스도 일정치 않고 내 마음 내키는대로 발길가는 대로 걸었다. 이번 구간은 운리에서 어천마을까지 웅석봉 임도를 따르는 구간이지만 난 이원규님의 미리가보는 둘레길을 따라 1001번 지방도를 따랐다. 대신 지난 번 웅석봉을 오르는 걸로 대신했으니 만족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 중에 하나.

지리산둘레길을 서둘러 마쳐야 한다. 이번에도 버스로 산청 원지로 가서 어천마을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경호강을 건너고 어천마을로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웅석봉으로 가는 길과의 갈림길에서 1001번 지방도로를 고집한다. 저번에 웅석봉을 올랐으니까. 포장도로 언덕길을 걷는 일은 힘든 노동이다. 지루하고 발바닥아프고 힘이 많이 든다. 탑동마을에 들러 정당매와 단속사지 석탑을 구경하고 나온다. 다물민족학교 앞을 지나는데 출입을 삼가라는 글이 있어 그냥 지나친다. 오늘 걷기중에 만나는 세 명의 둘레꾼을 운리마을에서 만난다. 그리고 종일 봉사활동하는 대학생빼고는 사람구경하기가 힘들다. 계절이 겨울로 대충 들어선 기분을 알겠다. 참나무숲길로 접어들면서는 그야말로 나만의 시간들이다. 상당히 긴 산길을 호젓하게 걸을수 있어 너무 좋다.

백운계곡을 다가가면서 환각에 빠진다. 계곡물소리조차 시원하고 청량하게 들리는 곳에 이르자 눈에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날이 추워 계곡물이 얼음물로 변한줄 착각하고 가보니 바위색이 하얀 색이었다. 정말 이리도 착각에 빠질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실웃음을 날린다. 맑고 깨끗한 계곡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마무리하는 세 명이 있어 눈쌀을 찌뿌리니 눈치는 있는지 주변을 정리한다. 그리고는 마근담에 도착하고 다시 포장길을 쭈욱 걸어야 한다. 집집마다 곶감이 걸려 있는 것을 보니 덕산에 다가와간다. 산천재에 들러 남명 조식선생의 기념관과 산천재 앞 마당에 남명재를 보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동안 눈에 담은 풍광을 글로 다 옮기고 싶지만 그냥 마음에 남겨두고 싶은 것은 왜일까?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기 때문일것이다.

이것도 다 지나면 그만인것을.

그리고 다음에 할 일을 찾아나서면서 잊혀지고 말것임을 알기에.

알고도 그냥 지나친곳도 있을것이고 꼭 들러야할곳을 모르고 지나친곳도 많을것이다.

그런들 어떠리요.

그게 세상사인것을.

한평생이 길을 걷는 나그네인것 처럼

산청 원지 군내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공덕비. 과연 저 비석들에 주인공은 누구일까?

과거 고을이 있던 곳에는 많은 공덕비가 있는데 떠나는 고을 원님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함일진데, 칭송을 받을만해서 고을사람들이 세울수도 있지만 원님들의 완력에 의해 세워지기도 했기에 뭐라 말할수 없다.

경호강.

경호강.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도회지에서나 봄직한 깔끔한 건물과 많은 조각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런 곳에 왜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들어가 보고 싶은데 괜히 주인장의 불쾌함이 있을까 싶어 그냥 길을 지나치고 말았다.

이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점촌마을. 붉은색이 보이는 집은 별장인가본데 정말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더라.

청계저수지와 웅석봉.

청계저수지를 내려와서 청계약수터.

정당매. 산청3대매화중의 하나.

단속사지 동서삼층석탑.

다물평생교육원.

운리마을과 웅석봉자락.

운리에서 오르는 임도. 운리와 청계마을 그리고 어천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보인다. 이곳에서 보면 풍수지형으로 봐서 참 살기 좋은 고을이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산이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적당리 너른 들판과 계곡이 있어 물자가 풍부하고 인심이 넉넉하겠다. 그래서 인지 이곳에는 청계마을에서부터 운리까지 수많은 팬션들이 들어서 있다.

정겨운 참나무군락지 숲길.

운리에서 포장된 임도를 따르다 백운계곡을 가는 길은 참나무숲으로 빼곡하다. 숲길이 길이도 길고 정겨운게 둘레길의 몇 안되는 명코스임에 틀림없다. 다만 어느 쪽으로든(마근담방향이든 운리방향이든) 이 숲길을 걷기 위해서는 포장길을 십여리길 걸어와야 한다는게 어려움이겠다. 길만큼은 어느 계절에 와도 실망시키지 않겠다.

참나무군락지.

백운계곡. 백운계곡을 못미쳐서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하얗게 빛에 반사되여 보여서 난 계곡의 바위들이 얼음인줄 알았다. 하얗게 늘어서서 눈부시는게 정말 환상이었다. 가까이 가서야 바위들인걸 알고 정말 놀랬다.

백운계곡.

안마근담과 백운계곡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있는 별장.

마근담 길가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 운리에서 올라오던 길에는 장승을 만들어 세우고 있었고 길가에서는 꽃을 싶고 있었는데 같은 대학교 학생들일거라 싶다. 이곳이 경상대학교에서 결연을 맺어 도와 준다고 하니 아마 저 학생들은 경상대학교 학생들이지 싶다. 예쁘고 대견스럽다. 저 작업이 다 완성되면 삭막하기만 한 산골의 길가에 한가지의 즐거움을 더 선사하는 좋은 선물이 되겠다.

지금 산청엔 곶감만들기에 한창 바쁘다. 미쳐 따지 못한 감나무와 파란 하늘이 너무 잘 어울리는듯.

마근담 들어가는 길에 있는 별장인데 별스런 바위와 멋진 소나무로 잔뜩 치장을 해놓았다. 관리하는데만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할듯 싶더라. 저런 돌과 소나무는 어디서 다 주워 왔을까? 자연훼손을 하지 않았을까? 법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

남명선생기념관.

남명선생의 동상과 멀리로 지리산이 올려다 보인다.

남명선생의 가묘가 있는 재실.

남명기념관의 화장실. 아주 정갈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남명 조식선생의 여재실.

산청의 3대매화중에 하나인 남명재.

산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