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20. 맑음. 혼자서.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지리산둘레길인데도 더디기만 하다. 주말이면 고향집에 다니랴 산에 다니랴 괜히 바쁘고 시간이 나지 않는다. 오랫만에 둘레길로 나서본다. 둘레길을 한방향으로만 고집할 수 없는 이유가 교통편이다. 서울에서 지리산을 가자면 남부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해야 하고 시간도 각자 달라서 초입을 가는 계획을 잘 세워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언제 한번은 차가 끊겨 화개에서 전주로 거쳐 서울로 상경하는 고생도 했었다.
남부터미널에서 원지가는 버스를 탄다. 원지에서는 중산리나 대원사 거림 등 지리산을 오르는 들머리의 교통편이 가장 원할한 곳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둘레길 구간은 덕산에서 수철리까지 구간. 두 번이면 걸을만할게다. 중간지점인 어천마을을 가야 한다. 그곳에서 방향을 결정하기로 하고 원지터미널 건너 군내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린다. 산청가는 버스를 타면 어천마을 입구의 심거정류장에서 하차해준다. 심거정류장에서 강을 건너면 둘레길 표지가 서 있다. 운리방향으로 가는 길과 수철리로 가는 갈림길이 된다. 어천마을쪽으로 계속 걸어가다 웅석봉 등산로입구라는 표지가 서 있어 웅석봉을 거쳐 수철리를 가기로 하고 걷는다. 둘레길이란게 교과서에 나온 길도 아니거니와 수많은 길중에 내가 택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시인 이원규님의 지리산둘레길을 따르다가 그후에 지리산둘레길이 공식으로 만들어지면서 뒤섞인 길을 걸었으니 아무 상관이 없다. 오늘 가는 길은 두 가지 길중에 어느 길도 아니고 그냥 내가 만들어 가는 길이다. 두 가지 길의 절충이라고나 할까.
어천마을에서 웅석봉까지는 4키로. 어천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노란 단풍이 아주 멋지게 물들어 있다. 물소리도 차갑고 청량감을 주면서 흘러가는데 의외로 수량이 많다. 계곡을 따라 걷자면 개인소유지라고 출입금지푯말이 여럿 눈에 보인다. 외길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땀이 많이 흐르게 되는데 상당한 급경사 길이다. 이 길이 둘레길이라고 하는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둘레길치고는 너무 가파르고 힘이 들어 남녀노소가 이용하기엔 적당치가 않겠다. 한 시간 반 가량을 계속 올라가다보면 포장길 임도가 나오고 이곳에서 웅석봉 정상과 둘레길이 갈라진다. 어천마을에서 운리가는 길은 재미없고 위험할지는 몰라도 1001번 지방도를 따르는게 어떨까싶다. 웅석봉 정상 거의 못미쳐까지 둘레길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임도 그길도 콘크리트포장길로 걷기에는 매우 좋지 않은 길이다. 아무튼 난 정상을 택하여 오른다. 다시 한 시간여를 오르면서 웅석봉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정상에서는 멀리 지리산 천왕봉부터 주변의 산들이 훤히 다 보인다. 전망이 정말 죽여준다. 한창 물들기 시작하는 웅석봉의 단풍도 아름답다. 웅석봉에서 밤머리재로 가는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달뜨기능선과 밤머리재로 가는 능선의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하게 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니 밤머리재이다. 그곳에서 밤머리재까지 5키로가 넘는 거리이지만 별 힘들이지 않고 걸을만 하다. 걷는 중간에 참나무 진액을 먹기 위해 말벌 수십마리가 모여 있다 나에게 달려드는데 겁이 났다. 올라오던 사람들에게 말벌이 있다고 알려주고 내려서니 왕재이다. 더 속도를 내서 내달리면 밤머리재이다. 밤머리재에는 차를 타고 올라와 놀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간단한 차와 음료를 파는 버스매점도 있다.
이제부터는 지루함의 연속. 수철리까지 구불구불한 59번 도로 포장길을 따라 수철리까지 걸어야한다. 포장길을 걸으면 발목이 아프다. 발바닥은 뜨거워진다. 걸으면서 내려오다 보면 신세계콘도가 있고 더 걸어서 내리막을 거의 다 오면 산청성모노인전문요양원이 깨끗하게 지어져 있다. 그리고 길을 따라 걷다보니 신촌마을에 도착하고 언덕너머에 수철마을이 있고 향양교 다리 너머로 군내버스가 수철마을로 들어가는게 보인다. 향양교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니 기사분이 아는 체 하신다. 아침에 어천마을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내려주셨던 분이시다. 오갈때 요금도 50원은 받지 않고 천원짜리 하나로 해결해주셨다. 산청터미널에 도착하여 4시 15분발 서울행 버스를 탄다. 둘레길도 이제 어천마을에서 덕산까지 한번에 마무리하고 대장정을 마쳐야겠다.
봄에 수철마을을 가던 택시에서 기사분이 가을 웅석봉 단풍이 예쁘다고 하도 칭찬을 하여 둘레길을 억지로 웅석봉 정상으로 잡았는데 딱히 단풍이 여느 산보다 더 멋지다고 우선순위로 두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겠다. 전망은 더없이 좋았으며 지리산 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장쾌함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산이어서 좋았다.
18km. 10부터 시작하여 3시반에 마무리.
어천마을에서 웅석봉 등산로를 찾아가다 보니 이런 집이 보이는데 창틀이나 돌난간 등의 짜임새로 봐서는 옛날의 정자가 아니고 최근에 누군가 살림집으로 지은 후 이름을 붙였나 한다.
어천마을 팬션들.
어천계곡을 따라 오르면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수가 있다.
웅석봉 거의 정상에 이르는 곳이 지리산둘레길이라는 걸 알았다. 이 높은 곳까지 둘레길이 생겨야 했는지 의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둘레길이어야 할것인데. 운리에서 어천은 그냥 도로를 따라도 될듯. 나는 마지막 남은 그 구간을 지방도를 따라 걸을것이다.
용담초.
웅석봉 정상.
밤머리재로 이어지는 능선의 단풍이 아름답다. 저 멀리로 필봉산과 왕산.
웅석봉에서 내려서서 밤머리재와 갈라지는 달뜨기능선.
내리저수지와 산청읍내.
지나 온 웅석봉정상.
밤머리재에서 왕등재를 거쳐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능선. 머리 희미한게 천왕봉.
밤머리재.
아스팔트 길위에 핀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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