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완)

지리산 둘레길 9 (악양 개치마을에서 하동호까지)

돗가비 2012. 5. 12. 23:31

왜 혼자 길을 걷는가?

120512. 맑음. 혼자서 버스타고 다녀오다.

 20.08km를 5시간 34분 동안에 걷다.(10시 10분~15시 44분, GPS측정거리와 시간)

 

입산자의 노래

 - 빈집을 구하는 아우에게


함부로 도를 묻지 마라

온몸이 상처인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서

기에 빠지지도 말며

무릉도원 청학동을 찾아 헤매지도 마라

백태의 눈으로 천부경 삼일신고를 새기지 말고

명심하라 명산에 도인 없다 애시당초

진인은 사라지고 삼신산에는 사기꾼들만

살모사, 살모사처럼 똬리를 트는 법

밤새 동의보감 본초강목 한글본을 읽으며

함부로 약초를 구하거나 처방을 내리지 마라

진정 네 업이 아니면 사기다

이제마의 사상의학 몇 줄에 기대어

툭하면 체질을 분별하거나 함부로

뜸이나 부항을 뜨고 침을 놓지 마라

조금 아는 것이 사기다 정감록을

노래하지 말고 살아보지도 않고 풍수를 논하거나

도참비기를 꿈꾸지 마라 잘 몰라도 사기다

기분에 따라 비운의 빨치산을 노래하고

머리로만 생태주의를 꿈꾸지 마라

살다 보면 너무 많이 알아도 사기다

잘못 고르면 지리산 녹차도 독이듯이

사기 천지 지리산에서 사기꾼을 면하려면

먼저 귀를 막아라 입을 꿰매어라

날마다 일찍 일어나 거울 속

자꾸 꺼칠해지는 너의 얼굴을 보아라

한동안 몸이 상하지 않으면 그것도 사기다

또 하루 살아남은 자신을 바라보며

마치 장례를 치르듯 천도재를 지내듯

날마다 거울 앞에 절을 올리며 하루를 시작하라

최소한의 텃밭에 푸성귀나 가꾸며

내리 삼 년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그저 산짐승처럼 지리산에 몸을 맞추면

절대로 굶어죽지 않는다

전설의 청학동은 많이 상한 네 몸속에 있다

 

지난 주에 갔던 개치마을이 출발점이다.  둘레길에 개치마을이 들지않지만 버스로 이동하는데는 달리 수가 없다.  지난 구간에 평사리 무딤이들녘을 지나 개치마을까지 걸었으니 이어 걷기에는 맞는거다.

이번 구간도 저번구간처럼 시인 이원규님이 걸었던 구간을 따르기로 한다.개치마을에서 대축마을을 지나고 하신대마을 앞을 지나 상신대마을 표지가 보이는 마을입구에 도착한다. 개치마을에는 이순신장군의 백의종군하며 걸었던 길이라는 표지도 있고 상신대마을을 가는 길까지 길옆에는 많은 효자비가 서 있다. 그리고 대축마을에서 삼화실로 이어지는 지리산둘레길과 만나기도 한다. 상신대마을 앞을 지나고부터는 임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야 한다. 상신대마을도 역사가 깊은 마을답게 당산나무도 크고 돌을 쌓아 만든 계단논들이 이어진다. 신대고개를 오르던 중 두 갈래 포장길로 갈라지는 곳이 있다. 좌측으로 가니 차량통제용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유지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도 있는데 무시하고 들어간다. 여기서부터 일은 그르치기 시작해서 길도 없는 골짜기와 능선을 타고 신대고개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예전에 탑동마을에서 밤나무밭 작업도로에서 길을 헤매이다가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 중도에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늘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밤나무숲이 있고 차단기가 있으면 곧장 되돌아서 내려와야 한다. 신대고개는 차가 다니는 임도인데 하면서도 오르다보니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어 있고 골짜기에 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그 맛에 취해 오르다보니 여태까지의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전인미답의 산속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급경사를 치고 오르고 계곡을 건너면서 한참을 오르니 어느 능선에 오르게 되고 칠성봉구조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하동 칠성봉의 옆구리에 들어선것이다. 상신대마을을 지나고 임도에서 갈라지는 곳에서 우측 길을 택하면 신대고개로 오를수 있겠다. 없는 길의 급경사를 오르자니 오른쪽 발목이 시큰해진다. 힘들게 참고 오르니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보이고 따라 내려오니 신대고개로 연결되는 임도가 보여 그곳으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다시 한참을 내려오니 동점마을이다.

동점마을 들머리 첫 집에 아주머니에게 사동마을 가는 길을 물으니 잘 모른다. 하동댐 가는 길을 물으니 금새 대답하는 걸로봐서 하동댐이 더 쉽게 알려져 있나 보다. 이곳에서 아스팔트포장길이 보이는 곳으로 내려서면 버스가 다니는 마을입구로 가는 길이고 산으로 들어가는 듯한 콘크리트 길을 택해야 사동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마을회관인듯한 곳 마당엔 농어촌버스가 들어와 있는 걸로 봐서 동점마을에도 버스가 들어오는가보다. 힘들게 올랐던 신대고개마루에서 힘을 다 빼고 시간도 얼추 점심시간이 되어 동점마을 어귀를 지나면서 편백나무가로수 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두릅나무와 밤나무 여타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어 둘레길에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수령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만한 크기의 편백나무 가로수길은 사동마을 가는 길 내내 이어진다. 누가 편백나무가로수를 심었을까? 이런 산골 임도에 편백나무를 심을 생각을 했을까싶은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조림사업으로가 아니고 그냥 가로수로 말이다. 지금은 이게 이곳의 자랑거리가 되었으니 더 그렇다. 편백나무 길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산길을 걸어야하니 점심을 집에서 가지고 갔다. 열무김치에 고추장과 고향에서 가지고 온 참기름까지 넣어 비벼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다. 여름 산행에서 열무비빔밥만큼 맛있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없을게다. 점심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어선다. 조금 더 걸으니 세 명의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들과 만난다. 동점마을에서 사동마을까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데 힘들거나 지루함을 모른다. 편백나무 길이 끊어지면 대나무 숲이 이어지고 소나무숲이 늘어서 있어서이다. 길도 좋고 경사도 없어서 걷기엔 그만이다. 둘레길이 이곳으로 나지 않은게 농작물에 피해때문인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아래로 나 있는 둘레길은 뙤약볕을 걷는 지옥의 길이라 인기가 없다. 하지만 이 길은 잘못하면 마을이나 임도에서 옆길로 잘못들어 낭패를 볼수가 있으니 초보자에게 추천할수만도 없는 길이다. 길이 멀고 마을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점마을에서 시작해 사동마을까지로 끊어 걷는다면 좋은 길이 될게다. 아무튼 사동마을까지 여유를 부리면서 호사로운 길을 걸어본다.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야생화를 보고 숲을 보고 눈은 즐겁다. 그리 사동마을에 들어선다.

사동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지금은 보기가 흉하게 서 있는 건물이 있다. 예전엔 청암민속관광농원이었나본데 지금은 청암리조트라고 해서 다시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황토방이 새롭게 영업을 하기도 한다. 가게인듯한 곳에 웬지 음료수가 먹고 싶어 문을 두드리고 사이다를 달라하니 물건파는 가게가 아니라는 주인의 대답과 청암리조트라는 것 그리고 이곳을 인수하여 다시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 황토방은 여름에 인기가 아주 많고 다른 건물들도 황토로 장식을 하여 올 여름엔 괜찮을거라는 말과 함께 원두커피 한 컵을 내준다. 위치로 보아서는 단체연수나 가족단위 행사로도 괜찮은 곳인듯하다. 남자 주인과 대화중에 알게 된게 이곳 마을이름이 사동마을인게 오랜 옛날에 이곳에 오대사라는 아주 큰 절이 있어서 사동마을이라고 하고 지금도 땅을 파면 여기저기서 기왓장 파편이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게 한켠에 아주 큰 물통으로 사용하던 돌로 된 물통이 있었다. 친절하게 길도 안내해주고 커피까지 주어 마셨는데 이런 경우 커피값은 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길을 걸으며 고민해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사동마을에서 윗쪽으로 오르며 가다보면 화연자연농원이라는 곳이 있고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 걸으면 하동호로 빠진다. 이 길가에는 올 봄에 심은 듯한 옻나무농장이 생겼다. 옻나무가 그리 인기인가보다. 옻액을 약으로 사용하면서부터 그리고 새순을 나물로 먹으면서부터이다. 약간 오르막을 걸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곳이다. 그리고 다시 대나무숲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내리 고고씽이다. 하동호까지는 순간에 내달릴수 있다. 하동에 오니 대나무숲이 아주 많다. 산속에도 대나무숲이다. 청암리조트 주인의 말에 의하면 하동호에 통발을 하기 위해 대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그후 대나무는 필요없게 되고 늘어나는 대나무의 성장은 감당할 수가 없어 그리 되었단다. 지금은 대나무를 다시 베어내서 담양죽세품 공장으로 팔고 밭은 다른 나무를 심기 위해 작업을 하는 곳이 보인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숲사이로 하동호 물빛이 보인다. 그리고 아주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청학조선호텔이다. 예전엔 조이랜드 청학콘도였다는 건물인갑다. 지금은 이곳도 새롭게 단장하였는지 건물이 깨끗하고 좋아보이는데 마당에 차는 없는 걸로 봐서 찾는이는 별로 없나보다.

하동호댐을 지나 내리막길에서 횡천의 개인택시로 전화를 하여 오게 하니 금새 달려온다. 하동읍내까지 2만원이 조금 못미치는 요금이 나오는데 그냥 거스름돈은 냅두라고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다행이 5시 버스가 있어 기분이 좋았다.

악양버스승강장에 있는 이순신장군 백의종군로 표지석.

상신대마을 새마을구판장. 과거에 마을마다 하나씩은 있었을법한 구판장인데 지금은 가정집으로 사용하는듯.

상신대마을의 노거수 보호수와 정자.

선조들의 수고로움이 느껴지는 돌계단 논.

신대고개 오르는 길에 노거수와 쉼터. 한참 힘들게 임도를 오르다 쉬어가기에 적당한 곳에 아주 시원하게 자리잡고 전망도 끝내주는 곳이다. 바위에 누군가의 브로찌가 있는데 가져오려다 그냥 두고 왔다.

신대고개 오르는 길의 야생화.

상신대마을에서 신대고개로 가는 길에 산속의 야생화.

동점마을. 동점마을엔 버스가 들어오나보다.

동점마을을 지나 사동마을까지 가는 길의 편백나무 가로수길.

사동마을가는 길의 쉼터. 누가 왜 만들어놨을까?

사동마을가는 길에는 대나무밭이 많다.

사동마을 청암리조트에 있는 과거의 절에서 사용하던 물통.

사동마을 전경. 사동마을은 옛날에 오대사라는 큰 절이 있어서 寺洞마을이라고 한단다.

하동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