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완)

지리산 둘레길 8 (화개 쌍계사에서 악양 개치마을까지)

돗가비 2012. 5. 6. 00:40

120505. 맑음. 고속버스타고 혼자 다녀오다.

쌍계사입구에서 악양 개치마을까지. 이동거리 21.51km. 소요시간 6시간 52분(11시부터 18시까지)

 성제봉(1115m)정상을 오르므로해서 체력소모가 어느 구간보다 많았던 길이다.

쌍계사입구- 신촌마을- 도심촌마을- 중촌마을- 활공장- 성제봉- 강선암- 정서마을- 악양면소재지- 개치마을.

서울남부터미널에서 06:30분발 버스를 타고 화개면에 하차하여 화개터미널에서 10:40분발 의신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시골버스답게 십여분 늦게 출발하여 11시 정각에 쌍계사입구에 도착하였다.

스마트폰으로 위치추적을 하여 저장한 지도. 아들놈이 해주어서 이제 편리하게 산행기록을 작성하게 되었다.

 

쌍계사입구에서는 하동전통차문화축제가 열리는 기간으로 무대에서는 춤과 노래가 한창이다. 축제에도 신세대들에 맞게 힙합과 비보이들의 춤이 인기를 얻나보다. 축제장앞 화개벚나무길을 걷는다. 이 길은 우리나라 아름다운길에 선정된 곳으로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저번 구간에 왔을때는 벚꽃이 절정이어서 정말 멋있었는데 지금은 잎사귀로 터널을 만들어 보기가 좋다. 축제장에 온 인파만 아니라면 지금도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길을 걷다 신촌마을 초입으로 들어선다. 신촌마을에는 멋지게 지어 진 집들이 많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도심촌으로 방향을 튼다. 신촌마을 정자가 보이는 곳에서 포장길을 따라 오르막으로 오르면 도심촌이 나온다. 조금은 지루하다싶은 길이지만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지루함을 달래준다. 도심촌에 들어서면 딴 나라에 온 느낌이 든다. 모양도 다른 별장인지 팬션인지가 많이 들어서 있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도심촌은 정말 좋은 동네일듯하다. 하지만 모두 대문이 닫혀 있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게 삭막한 기분은 든다. 예전의 시골고향 기분은 들지 않는다.

하동전통차문화축제기간이다.

화개 벚꽃길. 아름다운길에 선정된 길로 벚나무화 화개천 강물이 조화롭고 나무터널을 이루고 있어 벚꽃이 필때는 장관인데 지금도 멋있는 길을 이룬다.

도심촌마을. 곳곳에 잘 생긴 장승들이 서 있다.

도심촌마을에 우리나라에 가장 나이많은 차나무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 가본다. 입구에 가니 사유지이며 어쩌고하는 안내판이 있다. 혼자 들어가봐야 어느 나무가  그 나무인지도 모르겠다싶어 그냥 발길을 돌린다. 다시 오르막길을 걸으면서 보는 도심촌은 정말 도인들이 살만한 지형이다 생각든다. 지금은 포장길로 행글라이더활공장까지 길이 뚫렸지만 과거에는 아주 조용한 산골마을이었으리라. 계곡을 따라 오르다보면 아름답게 지어진 집들이 있고 계곡물소리도 시원스럽다. 포장길을 걷는 기분은 조금 찜찜하지만 그래도 달리 길이 없으니 중촌마을까지 그냥 힘들게 걸어야 한다. 중촌마을까지 가는 길에는 귀촌해서 사는 사람인듯한 인상의 사람들이 텃밭을 일구고 있고, 차밭에서 차잎을 따는 일꾼들이 보인다. 길가 텃밭에는 둘레꾼들이 농작물에 손대지 말아달라는 글이 무섭게 서 있기도 하다. 어느 구간을 가나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몰상식으로 인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오로지 장사하는 사람들 몇몇이나 좋아할게다.

가장 오래된 차나무가 있다고해서 경사진 길을 올라갔는데 사유지이고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에 발길을 돌렸다. 사진속의 저 어딘가에 있겠지만 어느 차나무가 가장 오래된 것인지를 찾을수도 없을테고...

계곡을 일없이 콘크리트로 덮었는데 그나마 조형감있게 공사를 했고 물이 많아서인지 운치있다.

개가 되지 않으려면 둘레길을 걷다 농작물에 손대지 맙시다. 그리고 실제 고추 몇 개 잎사귀 몇 잎이 가격으로 하면 얼마나 됩니까? 그냥 사서 먹으면 됩니다. 둘레길을 올 정도면 그래도 차비는 있고 사는데 지장은 없으니 올건데 너무 한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외지인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일은 없게 길을 걷는 사람들이 조심해야겠습니다. 오늘 산행의 마무리인 정서마을에 내려서는데 모녀간에 녹차잎을 따던 중에 내가 지나가니까 울타리를 쳐야겠다고 어머니가 말하더군요. 딸은 이게 얼마나 있다고 그러냐고 대답하고요. 마음을 가볍게 비우자고 여행가서 맘이 무겁게해서 돌아오면 되겠습니까?

녹차밭. 하동에 가면 그 많은 녹차밭이 있는데 서울에서는 모다 커피만 마시는데 녹차는 과연 누가 소비시킬까?

새롭게 이어지는 둘레길의 이정표. 중촌마을에 세운 둘레길이정표. 새로 난 둘레길구간인데 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아직 개통을 안해서 그런가? 그렇기도 하지만 이 구간은 지나는 사람과 나눈 대화로봐서는 이곳이 길고 높고 지루해서 일게다.

 

중촌마을로 들어서면 하늘호수라는 산골체험민박집이 있다.높은 곳에 지은 괴상하게 생긴 집인데 며칠 쉬었다가면 정말 머리가 텅텅 비어 갈 수 있겠다. 하늘호수 마당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지금까지의 포장길과는 닿는 느낌이 다르다. 마을끝에 작은 농막이 보이고 그곳에 두 여자분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녹차와 커피 그리고 컵라면을 파는데 매일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인사를 나누면서 얘기를 해보니 두 분은 모녀지간이란다. 딸이 하늘호수민박집 주인이다. 모친은 서울에 사는데 딸이 안 잊혀져서 자주 내려와 딸을 돕고 있다고. 직접 농사지은 녹차를 시켜 마시는데 맛이 좋다. 녹차중에 가장 비싸다는 우전차라고 한다. 그 카페에 앉아 앞을 보면 황장산과 촛대봉이 높다랗게 보인다. 막힌듯하면서도 아주 시원스럽다. 산이 눈앞에 덥치면 답답한데 적당히 멀리 있으면서 자리잡고 있어 전망이 아주 좋다. 아주아주 정답게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내다 길을 다시 재촉한다. 오늘 거리가 멀기에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제봉까지 급경사 길을 계속 올라야하기에. 산속으로 들어서면서 산줄기의 등성이를 타고 급경사를 오른다. 정말 힘든 구간이다. 이 구간은 어지간히 산을 다녀본 사람이나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다닐수 있을듯. 중간에 점심으로 개떡과 과일을 먹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몇 발자국 옮기다 오늘에 첫 둘레꾼을 만난다. 아까 하늘호수에 앉아 있을때 한 사람이 지나간듯하고. 그 사람도 내가 반가운지 인사를 하고 쉬었다가잔다. 서로 마주치는 길이지만 무척 반가운게 이 길이 힘든 길은 길인갑다. 창원에서 혼자 차를 가지고 부춘에 와서 걷기 시작했단다. 그곳에서 올라오는 길도 포장길을 6키로 이상 걸어야해서 정말 힘든 구간이라고. 서로 좋은 시간보내라고 악수하면서 헤어지고 길을 걷는데 된비알의 연속이다. 뭐 틈을 주지 않고 오르막길이다. 얼마를 걸으니 임도가 나오는데 활공장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이곳에서 지리산을 보면 전망은 좋다. 임도에 도착하여 삼거리에 서면 한쪽으로는 활공장으로해서 성제봉을 오르는 길이고 다른 길은 지리산둘레길로 이어지는 원부춘마을로 가는 길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원부춘으로 가는 길도 쉬운 길은 아니라고 하고 지리산둘레길의 원조격인 시인 이원규님의 둘레길을 따라 시작했으니 그길로 가기로 하고 활공장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활공장까지 임도는 3.5KM이니 상당한 거리이다. 끝없는 오르막 임도길은 다리가 팍팍해진다. 아마 중간마다에는 사람이 다닐수 있는 샛길이 있을지 모르겠다. 길을 찾아보니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 계속 임도따라 걸었다.

하늘호수카페에서 한 컷. 카페라고하긴 그렇고 하늘호수 민박집 주인이 근처에 움막을 만들고 지나는 길손들에게 간단한 차와 라면을 팔고 있다.

하늘호수에서 활공장으로 가는 가파른 길엔 산벚꽃잎이 떨어져 수를 놓고 있다.

 

힘들게 활공장에 도착하니 차로 그곳까지 쉽게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활공장에 앉아 주변 전망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활공장에서 성제봉까지는 1.5km이다. 높낮이가 없는 능선으로 걷기에 편하고 주변에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다. 등산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면서 언젠가 한번 와 봤던 성제봉이니 이번이 두 번째이다. 성제봉은 오월의 철쭉꽃이 필 무렵이 가장 아름답고 평상시에는 섬진강을 비롯한 주변 전망이 끝내주는 산이다. 섬진강과 평사리 악양들판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확 트인다. 하지만 오르기는 쉽지 않은 산이다. 높이도 1115m로 상당히 높은 산이기도 하고 시작점이 섬진강으로 거의 바다에서 시작하는 셈이니 고도차가 여간아니고 능선을 오르지 않고 그냥 치고 올라야해서 급경사가 여간아니다. 정상은 높이가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는데 그래서 이름도 성제봉이다. 형제봉의 경상도식 이름이다. 정상에서 평사리는 바로 발 아래보일듯하지만 거리가 5키로가 넘는다. 내려서는 길에 철쭉군락지에 다다르니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다. 급한 녀석은 꽃망울을 터트렸지만 대부분은 꽃봉우리가 맺힌채이다. 다음주말이면 만개할듯하다. 그곳을 지나 평사리 외둔마을로 내려설건지 강선암을 택할건지 망설이다가 등산이 아니고 둘레길이니 강선암으로 가기로 하고 내려서는데 이곳도 길이 만만치는 않다.

성제봉 오르는 등산로.

임도가 보이는 곳이 행글라이더활공장이다. 그리고 뒤로 시루봉과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이다. 그리고 가장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성제봉 정상. 고만고만한 봉우리 세 개가 서 있어 형제봉이라고 하는데 한자로 표기에는 너무 거창하게 이름을 지은듯하다.

성제봉정상에서 평사리로 이어지는 능선과 들판.

광양 백운산.

성제봉 철쭉군락지. 다음주말엔 절정을 이룰듯...

강선암으로 내려서는 길은 계곡으로 다리가 풀린후라서 힘이 든다. 강선암에 도착하니 작은 불상이 보이고 샘물이 있어 시원하게 물을 들이킨다. 강선암에서 마을길은 포장길로 상당한 거리를 걸어 내려서야 한다.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도 외지인들이 많이들어왔는지 새롭게 지은 집들이 많다. 섬진강수채화마을이라는 곳은 도시화가 완전히 이루어진 느낌까지 든다.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눈초리나 집들의 구조가 이젠 시골스러움은 없다. 그냥 개량화된 도시화가 이루어진 시골마을이다. 악양면소재지에 도착하여 관공서들을 지나치면서 평사리로 방향을 잡으면 너른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농로길로 접어들어 부부소나무가 서 있는 곳을 보고 걷는다. 이곳은 대축마을에서 원부춘마을까지의 둘레길구간이다. 논에서는 한창 모판을 못자리에 심는 시기이다.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 정말 힘든게 농사일이다. 부부소나무길을 지나 하천둑방에 올라선 후에 19번 국도 다리를 지나 개치마을에 도착하여 하루 걷기를 마친다.

강선암 부처상.

섬진강수채화마을회관.

부부소나무. 지금은 열리지 않은 지리산둘레길이 이곳을 지난다. 아마 며칠 있으면 열린다고 들었다.

 

평사리 연가

 ―섬진강 달빛 차회


날마다 밤마다 섬진강의 동쪽 하동에서

해가 뜨고 달이 떠오릅니다

아침 햇살은 그대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희푸른 달빛은 내내 그대의 영혼을 비춥니다


맨 처음 그대를 만나던 날

평사리 청보리밭은 하루 종일 술렁이고

생각만 해도 입속에 침이 고이는

그대가 나의 신맛이었을 때

온 동네 청매 홍매 백매는 피고지고

눈빛 마주치는 가지마다 시큼한 매실이 익어갔지요


그러나 어인 일인지

흐린 날의 초저녁부터 휘이 퓌이~

마치 혼이 빠져나가듯 검은 숲에서 호랑지빠귀가 울고

귀를 막아도, 아무리 귀를 틀어막아도

그대가 나의 쓴맛이었을 때

형제봉 철쭉꽃밭은 붉은 상사병으로 더욱 번지고

신열의 이부자리엔 쓰디쓴 씀바귀만 자랐지요


아아, 그러다 그러다가

마침내 빨간 물앵두가 익어가던 날

그대가 나의 단맛, 나의 달콤한 맛이었을 때

내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열려

신록의 산바람 강바람이 불고

형제봉 활공장에선 패러글이더가 새떼처럼 날아올랐지요


그러나 다시 그대가 나의 매운맛이었을 때

자꾸 입술이 부르트고 혓바늘이 돋아

평사리 무딤이 들녘에선 까마귀 떼가 울고

그대가 나의 짠맛, 짜디짠 맛이었을 때

눈물의 수위는 자꾸 높아져

하동포구에서부터 바닷물이 역류했지요


그랬지요 이를 어쩌나 어쩌나

밤새 달빛 이슬 내리는 평사리 백사장을 걸으며

발자국으로 그대의 이름을 쓰고 또 쓰다 보니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대가 나의 단 한 가지 맛이었을 때

그것은 진정 사랑이 아니었으며

그대가 나의 단 한 가지 맛이기를 강요했을 때

열정과 고통과 절망마저 한갓 미몽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습니다

그대는 이미 나의 다섯 가지 맛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모두였다는 것을!

그대는 나의 산(酸), 고(苦), 감(甘), 신(辛), 함(鹹)이요

그대는 나의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였다는 것을!

그대는 마침내 나의 지수화풍(地水火風)이요

우리 모두의 지리산 수제 작설차요, 하동 야생녹차였다는 것을!


밤마다 섬진강의 동쪽 하동군

악양고을의 칠성봉에서 달이 떠올라

섬진강을 비추고, 그대의 영혼을 비춥니다


오늘 지금 바로 여기 평사리 백사장에서

목욕재계하듯이 달빛 사우나를 하며

그대를 마십니다

그대 영혼의 맑고 푸른 피를 마십니다

오월 신록의 청람(靑嵐), 푸른 기운를 마십니다

그대를 마시며 기꺼이 사랑의 노예가 됩니다

그대를 마시며 기꺼이 절절한 그리움의 하인이 됩니다


/ 글·사진 이원규 시인

박경리선생의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평사리 들판의 부부소나무와 뒤로 형제봉(성제봉).

 

개치마을엔 버스정류장이 따로 없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악약은 하동을 지나는 길에 섬진강가에 있는 개치마을에 하차를 시켜주고 서울로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악양면소재지에 있는 우체국옆의 태양슈퍼라던가?? 하는 곳에서 버스표를 구해서 다시 개치마을까지 와서 차를 타야 한다. 악양면소재지와 개치마을까지는 수 키로나 되는 먼 거리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곳 사람들은 소재지에서 표를 구해놨다가 차시간에 맞춰 나와 타면 되지만 여행객들은 소재지까지 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악양에서 하동이나 화개로 오가는 버스도 많지가 않으니 시간조절을 잘해야 한다. 악양주민들은 차가 소재지로 들어오기를 원하는데 차가 소재지까지 들어갔다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기에 고속버스로는 곤란하다. 외지인들은 차로 하동이나 화개로 가서 상경하는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