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22. 맑음.
탑동마을에서 구례읍내까지로 이동거리는 모름.
구례버스터미널에서 10:50분 출발하는 군내버스를 타고 산동면으로 이동(지리산온천행 버스인줄 알고 탔는데 면소재지만 거치고 다른데로 가는 버스였음)-11:20 산동면소재지-11:30 걸어서 탑동마을에 도착-12:40 지초봉 도착-13:20 구례 생태의숲-13:30 난동마을-15:40 구례읍내 도착.
산동면소재지에서 지리산온천으로 방향을 잡고 걷다보면 탑동마을이 나온다. 작년에 왔을때와 달라진게 없다. 마을 입구에 둘레길 안내표지가 서 있는게 변했다. 우리콩체험장을 옆으로 하고 지나치면서 포장길을 걸어야 한다. 그렇게 오르막을 오르고 작년에 갈림길에서 엉뚱한 방향을 택해 다시 한번 오게 만든곳에 이른다. 이곳에도 표지가 되있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지초봉까지 길을 어긋나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마을을 지나는 동안은 햇살에 눈이 찌뿌려진다. 15분후 무슨 공사가 한창인 곳에 도착하면서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봄이 한창이라서 가지가지 야생화가 피어 있고 나비가 춤을 추며 날아다닌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길 옆의 계곡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음악소리처럼 귀를 간지럽힌다. 눈과 귀가 즐거운 곳이다. 이곳의 정취는 소나무 숲과 풀 그리고 꽃이 어우러진게 숙성치를 넘어서던 시간의 반복처럼 느껴진다. 다시 15분여를 걸으면 임도가 나오고 이곳부터 정상까지 이어진다. 임도라해도 길은 편하고 사람은 없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물론 오늘은 내가 날을 잘 잡아서 혼자일지도 모른다. 이곳도 둘레길로 알려지고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 왁자지껄한 시장통이 될것이다. 그래서 남은 구간도 어지간하면 난 이원규님의 둘레길을 따를것이다. 관공서에서 만든 길은 아무래도 쉽고 편한 길을 택했을것이기 때문이다. 임도를 걷다보니 오동나무가 길가에 줄지어 심어지고 단풍나무도 심어져 있다. 찔레꽃 향기는 코를 찌르고 간지럽힌다. 이름모를 수많은 꽃들을 동무삼아 걷다보니 코를 향긋하게 만드는 냄새가 난다. 편백나무숲이다. 나무향이 어찌나 향기로운지 모르겠다. 편백나무가 아니라면 무슨 나무일까? 혼자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들면서 걸어가면 능선에 도착하게 된다. 지초봉으로 가는 갈림길인데 난동마을까지의 중간지점이란다. 임도를 따라 그냥 난동마을로 내려설 수도 있고 지초봉을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데 무조건 지초봉을 올라야 한다. 지초봉을 올라서 지리산의 한 자락인 노고단의 구름을 볼 수가 있고 옆으로 만복대의 우뚝 솟은 봉우리와 산줄기를 만들면서 이어지는 견두지맥의 빙둘러선 꿋꿋함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구례와 광의면의 너른 들판을 한 눈에 내려다 보는 재미가 있다. 멀리 섬진강을 따라 이어지는 남녘의 산들을 눈에 담아 올 수가 있어 좋다. 그야말로 전망은 끝내준다. 바람이 얼마나 상쾌한지 모르겠다.
탑동마을 입구이 표지. 반년 넘어 와 보니 새롭다. 그리고 길이 수월하다. 이정표가 있어서...
작년에 오른쪽 길을 택해 올랐다가 길을 잃고 포기해버린 갈림길이다. 지금은 표지가 잘 되있어서 길 잃을 일은 없겠다. 왼쪽 방향 포장길만 쭉 따라 가면 지초봉으로 오른다.
찔레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지초봉 오르는 길에는 오동나무가 많이 있다. 오동나무 꽃이 떨어져 있다.
지초봉을 오르는 길의 벤치. 이곳에서 견두지맥을 보면 한 폭의 그림이다.
난동과 탑동의 중간지점이면서 지초봉을 오르는 입구.
지초봉.
만복대. 만복대에서 우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견두지맥이다.
구름속의 노고단.
견두지맥의 능선.
지초봉에서 구례와 광의면 들판을 내려다 본다.
지초봉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의 점심은 개떡 3덩어리이다. 옛날에야 개떡이래야 보리에 쑥을 넣어 만들어서 먹기에 꺼칠하고 맛도 없지만 지금은 찹쌀로 만들어서 맛도 좋고 산에 가지고 가서 먹기에 그만이다. 지금처럼 날이 더워지면서 음식이 상하기 쉬운 계절엔 그만이다. 혼자 산에 가면서 버너와 코펠을 가져가서 라면을 끊여먹는것도 맘에 걸린다. 점심을 해결하고 임도를 포기하고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희미하게 보이는 이 길은 둘레길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너덜길에 길이 희미해서 초보자는 길 찾기도 쉽지가 않겠다. 내려서니 생태숲에 도착한다. 철쭉나무로 식재를 한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많은 공역을 들이고 있는데 보니 얼마지나지 않아 바래봉을 넘어서는 철쭉동산이 되겠다. 여러가지의 철쭉으로 만들었는데 인공적이긴해도 엄청난 넓이가 세상을 압도하기에 충분하겠다. 생태숲을 내려서면 난동마을에 도착한다. 난동마을의 큰 소나무 아랫집에는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부는 가수 고명숙이라는 분이 살고 있다는 이원규님의 글이 있었는데 산 사람 구경하기도 어려운 일이라 그냥 지나치면서 서시천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둘레길이 지리산 산길과 서시천길로 나뉜다. 나는 구례 지리산시인 이원규님의 둘레길을 따르기로 하였기에 서시천길을 택한다. 서시천길은 서시천 둑방을 구례읍까지 걸어야한다. 어찌보면 지겹다. 오래걷다보면 발바닥에서 화끈거림과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광의면소재지를 지나고 본격적으로 둑길을 걸어가는데 자전거전용도로이다. 사람도 없고 자전거도 없다. 농사일하러 다니는 오토바이가 지나갈 뿐이다. 그리고 서시천에는 해오라기가 몇 마리씩 날아다닌다. 둑길 옆에는 오리농장이 있는데 규모가 대단하다. 오늘 걸으면서 걱정되는게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등의 전염병이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따라 전염되지 않을까 걱정해본다. 여러곳의 한우농장과 양돈장이 길가에 있고 대규모의 오리농장을 보니 걱정이 된다. 광의에서 읍내까지는 거리를 가늠하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을 걸어야 하는데 따분하다. 하지만 둑방에 심어 놓은 벚나무와 복숭아나무가 꽃을 피는 시절에는 한번은 걸어볼만한 길이다.
생태숲의 철쭉밭. 철이 지나서 꽃은 볼수가 없다.
난동마을의 소나무 쉼터. 이곳을 지나면서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시면서 나보고 고사리 많이 꺽었냐고 묻는다.
서시천 둑방에서 노고단이 보인다.
섬진강 둑길을 택하면 광의면소재지를 지나면서부터 구례읍내까지는 서시천 둑방길을 마냥 걸어야 한다. 양옆으로는 원추리가 밭을 이루고 있어 원추리가 꽃을 피면 한층 걷는 기분을 즐겁게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구례도 과거의 골짜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전주에서 순천을 가는 고속국도가 뚫려서 서울에서도 3시간 10분이면 충분하다. 저번 갈때보다 시간이 단축되었는데 최근에 길이 개통되었나보다.
구례의 자랑이라면 정신적으로는 구한말의 우국지사 매천(梅泉) 황현 선생이요, 문화적으로는 동편제 판소리가 대표적이다. 이 둑길에서 왼쪽 천은사 방향으로 올라가면 수월리에 매천사가 있고, 오른쪽 읍내 방향의 백련리에는 동편제판소리전수회관이 있다.
<매천야록>를 쓴 황현 선생은 1910년 한일합방 조약 체결 소식을 듣자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가 9월 10일 절명시(絶命詩) 3수를 남기고 자결했다. 옛 선비들은 자신의 지조를 꺾기보다는 차라리 순명(殉名)을 택했던 것이다.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론)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인간 세상에 식자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가식자인)
어딜가나 지자체에서 운동기구 설치하고 산책길 만드는건 공통이다. 구례읍내에 들어서자 운동장과 너른 잔디밭과 게이트장 그리고 천변에 강태공들이 너무 태평하기만 하다. 읍내에 있는 대중목욕탕에 들러 목욕을 하고 메밀냉면을 한 그릇 먹고선 버스에 올라 탔다. 다음 일정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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